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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생] ‘능력주의’ ‘역차별’ 주장에 설 곳 좁아지는 세상의 ‘반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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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ㅣ 수정 : 2022-03-19 11:17 사회 섹션 목록 확대 축소 인쇄
[편집자주]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세대는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취중생’(취재 중 생긴 일)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사건팀 기자들의 생생한 뒷이야기를 담아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으로 존폐 기로에 놓인 여가부 모습. 안주영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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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으로 존폐 기로에 놓인 여가부 모습.
안주영 전문기자

‘여성가족부 폐지’와 ‘인수위 27명 중 여성 4명’.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양성평등 정책 인식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상징들입니다.

차별은 개인적 문제?

윤 당선인은 지난 1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단 7자의 간결한 문구로 자신의 공약을 내보였습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도 “더 이상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공언했습니다.

18일 현판식을 열고 본격 출범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서오남’(서울대 출신 50대 남성)이란 꼬리표가 달릴 정도로 남성 중심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여성은 단 4명으로 14.8%에 불과할 뿐입니다.

“차별은 개인의 문제”라고 말한 윤 당선인은 여성 및 지역 할당제에 대해서도 “각 분야 최고 경륜과 실력 있는 사람으로 모셔야지, 자리 나눠먹기 식으론 통합할 수 없다”며 ‘능력주의’ 신화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이번 인수위 명단에선 청년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윤 당선인 말에 빗대보자면 여성과 청년은 경륜과 실력이 그만큼 부족하다는 뜻으로도 읽힐 수 있겠습니다.

차기 대통령의 이러한 인식은 각계각층의 다양한 시민의 입장을 온전히 담아낼 수 없다는 비판에 부딪치고 있습니다.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현판식이 18일 서울 종로구 효자로 인수위원회 건물 현관입구에서 윤석열 당선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2022. 3. 18  정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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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현판식이 18일 서울 종로구 효자로 인수위원회 건물 현관입구에서 윤석열 당선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2022. 3. 18
정연호 기자

과정 내 구조·관행적 차별 봐야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4일 전원위원회를 열고 여성 공천할당제를 지역구 의석에도 의무화하고, 공천 시 특정 성별이 전체 후보의 60%를 넘지 않는 내용을 권고하기로 의결했습니다. 인위적인 조치로라도 성평등한 정치 참여를 보장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21대 국회에 여성 의원이 19%에 불과한 정치 지형은 여성의 과소대표성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이날 전원위원회에 참석한 위원들은 “기존 남성 중심적·비공식적 의사결정구조와 계파 문화 등에서 기인한 구조적인 차별에 따라 여성이 동등하게 정치에 참여할 기회가 한정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과로 능력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에 이르는 과정 전반에서 구조적·관행적 차별이 없었는지를 진단해봐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진정한 능력주의 체제라면 시민 모두가 균등하게 능력을 펼칠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현재 비례대표 의석에 적용하는 여성 공천 할당제 역시 이러한 논의의 결실입니다.

역차별 주장은 ‘백래시’
여가부 폐지 요구 청와대 국민청원

▲ 여가부 폐지 요구 청와대 국민청원

일각에서는 여성 공천할당제가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주장도 합니다. 한 인권위원은 “헌법에서도 보장하는 ‘여성 평등’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는, 위헌적인 현재 우리 사회를 바로잡기 위한 개입과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남성 역차별 주장이 화두가 되는 현상은 그간 여성이 받아 온 차별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기도 합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역차별 주장은 여성 인권 신장 운동에 대한 ‘백래시’(강한 반발)이며, 이를 동등한 양성 간의 젠더 갈등으로 볼 수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인구 절반인 여성의 목소리를 위해

성평등정책 강화를 요구하는 여성과 시민모임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윤 당선인이 여성할당제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해 “여성할당제 폐지는 인구의 절반이며 유권자의 절반인 여성의 의견이 정치적으로 표현될 통로를 막는 것으로, 성차별이 가속화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은 우리 사회를 위해 더 강화된 성평등 정책을 추진해야 할 시점이지 후퇴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시민모임이 발표한 선언문에 여성 연구자, 활동가 등 8709명이나 참여한 것은 그만큼 여성계의 위기 의식이 크다는 걸 보여줍니다.

여성의 정치 참여는 단순히 여성 의원이 많아지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여성이 겪는 다양한 삶을 대변하고 일상 속 차별을 줄여나가기 위한 논의의 주춧돌로 의미가 큽니다. ‘서오남’이라는 그들만의 리그를 바라보며 다시금 차기 정부가 여성 정책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하길 바라봅니다.

박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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