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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자 공짜” 클럽하우스 모여 성희롱…인도의 처참한 현실

“이 여자 공짜” 클럽하우스 모여 성희롱…인도의 처참한 현실

김유민 기자
김유민 기자
입력 2022-01-20 15:05
업데이트 2022-01-2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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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활동하는 여성 대상
망신 목적 사칭계정 만들어
“신고해도 바뀌는 게 없다”

‘사랑은 범죄가 아니다’는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는 인도 여성들.AFP 자료사진
‘사랑은 범죄가 아니다’는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는 인도 여성들.AFP 자료사진
인도에서 무슬림 여성들의 사진을 무단으로 올린 뒤 ‘온라인 경매’ 방식으로 성희롱하는 일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트위터에서는 이미 만연했던 일이고, 최근에는 어플을 만들어 배포하거나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 채팅을 통해 주기적으로  모여 여성들을 모욕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여성이 주 표적이 됐다. 최근 몇 년간 인도 정세가 양극화하면서 무슬림 여성에 대한 괴롭힘이 심해졌고, 여성인 기자와 사회활동가, 예술가, 연구원 등이 피해를 입었다. 종교적 소수자나 카스트 하위 계급일수록 이러한 경향이 더 두드러졌다.

“공포와 역겨움 속에서 새해”
“무슬림 여성으로서 공포와 역겨움 속에서 새해를 시작해야 하는 현실이 매우 슬프다. 아무리 신고해도 바뀌는 게 없다.”

최근 인도의 오픈소스 플랫폼 깃허브(GitHub)의 ‘불리 바이’(Bulli Bai) 앱에서는 여성 수백 명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경매 매물’로 올려졌다. 실제로 거래가 이뤄진 것을 아니지만 허락도 없이 여성들의 사진과 신상이 상품처럼 전시됐다. 자신의 신상이 공개된 사실을 안 이스마크 아라라는 이름의 여성은 즉시 경찰에 신고했고, 일주일 만인 지난 9일(현지시간) 인도 경찰은 옴카레쉬와르 타쿠르라는 이름의 남성을 체포했다.

깃허브에는 지난해에도 ‘설리 딜스’(Sulli Deals)라는 앱에 ‘오늘의 설리 딜’(Sulli deal of the day)이라며 무슬림 여성들의 사진이 20여일 동안 올라온 일이 있었다. 용의자는 25세 인도 남성이었다. ‘설리’는 우익 힌두교도들이 무슬림 여성을 비하할 때 쓰는 단어며, ‘불리’ 역시 모욕적인 뜻이다. 신고 여성들은 인도 경찰이 적극적인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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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에서만 구동하는 오디오 전용 소셜미디어인 ‘클럽하우스’의 초기화면. 왼쪽 마스크가 상징하는 코로나19 팬데믹 시절에 활성화한 클럽하우스는 20~30대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아이폰에서만 구동하는 오디오 전용 소셜미디어인 ‘클럽하우스’의 초기화면. 왼쪽 마스크가 상징하는 코로나19 팬데믹 시절에 활성화한 클럽하우스는 20~30대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우유 좀” “성기 얼마” 성희롱
용기있는 여성들이 억압적인 인도의 카스트 제도, 힌두 민족주의를 비판한 결과는 처참했다.

인도 남성들은 신상 유포는 기본이고, 직접적인 성희롱 발언으로 폭력적 유대를 쌓아갔다. 클럽하우스에 특정 여성의 속옷과 관련된 내용으로 채팅방을 만들고, 인스타그램 계정에 있는 사적 사진을 올린 뒤 “모유를 사겠다” 등 성행위를 묘사하는 말과 함께 “공짜로 가져라”라며 그들끼리 웃고 떠드는 식이었다. 여성을 사칭한 계정을 만들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성은 BBC에 “인도에서 여성은 상품”이라며 채팅방을 신고해도, 다른 계정으로 활동하는 식이라며 괴롭힘이 사라지지 않고,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단지, 정치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였다. 클럽하우스는 해당 사실에 대해 “방을 만든 사람들의 계정을 정지시키고 연결된 계정들에 대해 경고, 정지, 영구제명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인도 여성들. 연합뉴스
인도 여성들. 연합뉴스
여성에게 가장 위험한 나라
인도는 ‘여성에게 가장 위험한 나라’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2018년 톰슨로이터재단이 여성 문제 전문가 55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유엔 회원국 193개국 중 성폭력과 인신매매, 문화 관행 항목에서 여성에게 최악인 나라로 지목됐다.
 
인도에서는 18살 미만의 조혼과 강제 결혼, 학대와 영아 살해 등 끔찍한 ‘문화적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2012년 뉴델리를 달리던 버스 안에서 여학생이 다수의 남성에게 집단 성폭행 당해 숨진 사건을 계기로 성범죄 처벌을 강화하고, 여성 안전을 보장해달라는 운동으로 확대됐으나 여전히 매일 100건의 성폭행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김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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