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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이전에 저입니다” 만화로, 영상으로 투병기 공개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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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ㅣ 수정 : 2022-01-16 20:52 사회 섹션 목록 확대 축소 인쇄
SNS, 유튜브로 희소병 투병기 공개
투병 사실 감추지 않고 당당히 소통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말하고 싶어”
전문가 “선언 효과 발생해 치유에 도움”
항암 치료를 받고 있는 작가 류(필명)씨가 SNS에 만화 형식으로 연재하고 있는 투병기 일부. ‘희귀 난소암 환자’인 류씨는 만화를 통해 “암인데도 불구하고 조금만 견디면 다시 평범한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과 계속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큰 행복으로 다가왔다”고 말하고 있다. 작가 류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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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암 치료를 받고 있는 작가 류(필명)씨가 SNS에 만화 형식으로 연재하고 있는 투병기 일부. ‘희귀 난소암 환자’인 류씨는 만화를 통해 “암인데도 불구하고 조금만 견디면 다시 평범한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과 계속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큰 행복으로 다가왔다”고 말하고 있다.
작가 류씨 제공

‘고등학생인 내가 암에 걸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만화를 올리는 작가 류(18·필명)씨는 첫 회 도입부를 이렇게 시작하는 작품을 연재한다. 고등학교 2학년 새 학기를 준비하던 지난해 2월 배가 아파 찾은 병원에서 난소암의 일종인 미성숙 난소 기형종 진단을 받은 경험을 담은 작품이다.

항암치료를 받던 류씨는 자신의 투병기를 만화로 그려 세상에 공개하기로 마음먹었다. 남들에게 털어놓기 어려운 암 투병기를 솔직하게 꺼내고 경험을 나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였다. 류씨는 13일 “항암치료를 받을 때는 ‘왜 내게만 이런 일이 일어날까’ 싶어 무기력했고 불행하다고 느꼈다”면서 “다른 사람에게 제 병을 당당히 알리고 ‘병 이전에 내가 어떤 사람이었다’고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만화는 과하게 우울하지도, 그렇다고 억지로 희망차지도 않다. 그저 솔직하다. ‘착한 암’이라는 주변의 반응에 ‘착한 암이 어딨냐’고 반문하거나 수험생이 되는 친구들을 보며 느끼는 소회를 덤덤히 그리기도 한다. 류씨는 “자신의 항암 팁을 전수해주거나 응원하는 댓글을 많이 받는다”며 “투병기를 공개한 후 암도 불행이 아니라 오히려 특별한 삶일 수 있겠다고 긍정적으로 생각이 변했다”고 말했다.

류씨처럼 용기를 내 본인의 투병기를 공개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이들을 향한 응원, 공감 등 상호작용도 일어나고 있다. 투병기가 병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돼줄 뿐 아니라 이를 보는 사람들도 자신들의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선순환’이 작동하는 셈이다.

유방암과 희귀질환 투병기를 올리는 유튜버 ‘연빛나라’를 구독하는 직장인 이모(28)씨는 “투병기를 보며 병이 잘못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더 응원하게 됐다”며 “투병기를 공개하는 유튜버에게 소통이 힘이 될 것 같아 꾸준히 구독하고 있다”고 말했다.

루게릭병 유튜버 ‘삐루빼로’, 뼈 전이암 유튜버 ‘김쎌’ 영상을 챙겨보는 오모(28)씨도 “투병 자체도 힘들 텐데 그 과정을 공개하고 공유해 다른 사람에게 위로를 전하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며 “유튜버의 안부를 옆에서 챙긴다는 기분으로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병기를 공개하는 것이 환자들의 치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본인의 힘든 얘기를 주변에 공유하면 계획이나 목표가 분명해지고 병을 극복하기 위해 더 노력을 하게 되는 ‘선언 효과’가 발생한다”면서 “온라인 공간에서 낯선 사람에게 드러내는 것이지만 감정적으로 정화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곽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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