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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남성에 유전자 조작한 돼지 심장 첫 이식 사흘째 생존, 장기는 불투명

미국 남성에 유전자 조작한 돼지 심장 첫 이식 사흘째 생존, 장기는 불투명

임병선 기자
입력 2022-01-11 09:10
업데이트 2022-01-11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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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를 조작한 돼지 심장을 인체에 이식하는 수술을 집도한 미국 볼티모어의 메릴랜드대학 의료센터의 바틀리 P 그리피스(왼쪽) 박사가 지난 7일(현지시간) 이식받은 환자 데이비드 베넷과 함께 수술 성공을 축하하고 있다. 볼티모어 EPA 연합뉴스
유전자를 조작한 돼지 심장을 인체에 이식하는 수술을 집도한 미국 볼티모어의 메릴랜드대학 의료센터의 바틀리 P 그리피스(왼쪽) 박사가 지난 7일(현지시간) 이식받은 환자 데이비드 베넷과 함께 수술 성공을 축하하고 있다.
볼티모어 EPA 연합뉴스
“죽기 아니면 돼지 심장을 이식받거나다. 난 살고 싶다. 성공할 가능성이 없는 시도라는 걸 알고 있다. 어둠 속에서 한 발 쏘는 격이지만, 마지막 선택이다.”

미국 남성 데이비드 베넷(57)이 유전자를 조작한 돼지의 심장을 인체에 이식 받아 세계 최초의 사례로 기록되는 수술을 받기 전날 의료진에 털어놓은 얘기다. 동물의 심장을 인체에 이식했을 때 생기는 즉각적인 부작용 없이 사흘째 심장이 정상 작동하고 있지만 장기 생존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10일(이하 현지시간) AP 통신과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볼티모어에 있는 매릴랜드대학 의료센터는 지난 7일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시한부 환자 베넷의 동의를 받고 이식 수술을 진행해 7시간 만에 성공적으로 마쳤다. 동물 장기를 사람 몸에 이식하면 즉각적인 거부 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에 이번에는 유전자를 조작해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세포 내 당(糖)을 제거한 돼지 심장을 사용했다.

1984년에 개코원숭이의 심장을 이식했던 어린 아기가 21일만 생존한 일이 있었다.

의료진은 베넷에게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근거로 이런 획기적인 수술 방법을 의료 당국으로부터 미리 특별히 승인받았다고 설명했다.아직 수술의 최종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동물의 장기를 인체에 이식하기 위한 수십 년간 노력 과정에서 이룬 또 하나의 진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AP는 보도했다.

바틀리 P 그리피스 박사는 “장기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오르간도너 닷가브에 따르면 미국에서 10만명이 이상이 장기 이식 순서를 기다리며 하루에만 17명이 이식을 받지 못해 죽는다.
무함마드 M 모히우딘(가운데) 박사가 이끄는 수술진이 데이비드 베넷에게 이식하기 위해 유전자를 조작한 돼지 심장을 보여주고 있다. 볼티모어 EPA 연합뉴스
무함마드 M 모히우딘(가운데) 박사가 이끄는 수술진이 데이비드 베넷에게 이식하기 위해 유전자를 조작한 돼지 심장을 보여주고 있다.
볼티모어 EPA 연합뉴스
돼지의 심장은 사람의 그것과 크기가 비슷하고 쉽게 구할 수 있어 오랫동안 인체에 이식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왔다. 이미 돼지 심장의 밸브는 흔하게 사용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뉴욕 의료진이 돼지 신장을 회복 가능성이 없는 신부전증을 앓는 뇌사자에게 이식했다. 당시 수술은 인체 장기 이식 분야에서 가장 진전된 실험으로 여겨졌다.

반면 베넷은 살려는 의지가 아주 강한 사람이다. 심장병 말기란 진단을 받고 6주 동안 꼼짝없이 생명 유지 장치에 의존해 살아왔다. 그는 수술 전날 “난 회복한 뒤 침대에서 벗어나길 갈망한다”고 말했다.

그리피스 박사는 베넷을 조심스럽게 모니터링하는 등 신중하게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베넷의 아들 데이비드는 AP에 “이 시점은 미지의 영역”이라면서 “아버지는 지금까지 이뤄진 일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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