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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일 했을 뿐”…하루에 이웃 목숨 2번 구한 美 11세 소년

“당연한 일 했을 뿐”…하루에 이웃 목숨 2번 구한 美 11세 소년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1-12-27 11:51
업데이트 2021-12-2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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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엔 병뚜껑 삼켜 질식할 뻔한 학생 구조
오후엔 불난집서 거동불편 할머니 탈출 도와
“8살 때 불난 아파트 뛰어든 아버지 목격”

하루에 이웃 목숨 두번 구한 11세 소년
하루에 이웃 목숨 두번 구한 11세 소년 미국 오클라호마주의 머스코지시에 사는 11세 소년 데이비언 존슨(오른쪽)이 15일(현지시간) 보안관으로부터 명예 보안관 증서를 받고 있다. 데이비언은 지난 9일 하루에 두번이나 다른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활약을 했다. 2021.12.27
소년의 어머니 라토야 존슨 제공
미국의 한 11세 소년이 하루에 두 번씩이나 위기에 처한 이웃의 목숨을 구해내 지역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23일(현지시간) CNN방송,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국 오클라호마주의 머스코지시에 사는 11세 소년 데이비언 존슨은 지난 9일 하루에만 2명의 목숨을 구했다.

머스코지 공립학교 6학년인 데이비언은 당일 아침 목이 막혀 헐떡거리고 있는 7학년 학생을 발견했다.

이 학생은 급수대에서 물병에 물을 채우려고 입으로 병뚜껑을 열었다가 실수로 삼키는 바람에 뚜껑이 목에 걸려 괴로워하고 있었다.

질식 위기에 처한 학생은 우연히 데이비언이 있던 근처 교실로 들어갔고, 이를 발견한 데이비언은 곧바로 상황을 파악했다.

데이비언은 기도가 막혔을 때 실시하는 응급처치술인 하임리히법을 시도했다.

데이비언은 응급구조사인 삼촌의 영향을 받아 6살 때부터 응급구조사를 꿈꿨고, 유튜브를 보며 하임리히법을 익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비언은 학생의 복부를 팔로 감싸안아 압박했고, 3번의 시도 끝에 병뚜껑을 빼낼 수 있었다. 데이비언의 도움 덕분에 이 학생은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던 위기에서 벗어나 다음날 정상적으로 등교할 수 있었다.
하루에 이웃 목숨 두번 구한 11세 소년
하루에 이웃 목숨 두번 구한 11세 소년 미국 오클라호마주의 머스코지시에 사는 11세 소년 데이비언 존슨(오른쪽)이 15일(현지시간) 교육위원회로부터 상을 받고 있다. 데이비언은 지난 9일 하루에 두번이나 다른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활약을 했다. 2021.12.27
머스코지 공립학교 제공
데이비언의 활약은 교실에서 끝나지 않았다.

데이비언은 같은 날 오후 5시쯤 어머니와 함께 저녁 예배를 드리기 위해 교회를 향해 차를 타고 가던 중 한 집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발견했다.

데이비언은 곧바로 어머니에게 그 사실을 알렸고 이들 모자는 차를 돌려 연기가 나는 집으로 향했다.

집 뒤편에서 불이 나고 있었는데 주변에 이를 알아챈 사람들은 없는 것 같았다.

집 밖에는 차들이 주차돼 있고 문은 닫혀 있었다.

모자는 분명 집 안에 사람이 있는데 불이 난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불이 점점 커져 나무 타는 냄새가 심해지자 어머니는 차 경적을 울리고 911에 신고했으며, 데이비언은 차에서 내려 현관문을 두드렸다.

집 안에 있던 사람들 중 5명이 상황을 알아채고 집 밖으로 나왔으나 거동이 불편해 보행 보조기구를 쓰는 할머니는 곧바로 빠져나오지 못한 상황이었다.

데이비언은 “할머니가 빨리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면서 “다른 사람이 다 빠져나온 상황이라 내가 도와드려야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할머니의 탈출까지 도운 데이비언과 어머니는 저녁 예배에 늦지 않기 위해 현장을 떠나면서 소방차가 도착한 것을 보고 안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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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두 명 목숨 구한 11세 소년
하루에 두 명 목숨 구한 11세 소년 미국 오클라호마주의 머스코지시에 사는 11세 소년 데이비언 존슨(오른쪽)이 지난 9일 하루에 두번이나 다른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활약을 펼쳤다. 사진은 데이비언이 지난 8월 코로나19로 사망한 아버지의 묘를 찾아 애도하는 모습. 2021.12.27
소년의 어머니 라토야 존슨 제공
위기에 처한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데이비언의 행동은 일종의 집안 내력이었다.

데이비언은 8살 때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불타는 아파트에 뛰어 들어가는 아버지를 본 적 있었다.

데이비언은 “아버지가 소방관은 아니었지만 그날 옳은 일을 하셨다. 아버지를 존경한다”고 말했다.

데이비언의 아버지는 지난 8월 19일 코로나19에 감염돼 52세의 나이로 가족과 작별을 고했다.

데이비언은 그날 하루 동안의 공로를 인정받아 명예 경찰관 및 명예 보안관으로 위촉됐고, 교육위원회로부터도 3개의 상을 받았다.

레슬링과 농구, 원격조종 미니카, 온라인 게임 포트나이트를 즐기는 평범한 소년인 데이비언은 이러한 수상과 지역 언론의 찬사에도 “옳은 일을 했을 뿐인데 상을 받게 되다니 이상하다”며 겸손함을 드러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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