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독립세력과 선 그어라” 中, 대만기업 길들이기

“독립세력과 선 그어라” 中, 대만기업 길들이기

류지영 기자
류지영 기자
입력 2021-12-09 18:02
업데이트 2021-12-09 18:47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中 ‘미중 패권 최전선’ 대만 기업 압박
기업 후원금에 차이잉원 힘 얻는다 판단
공산당 “독립행위·외세 간섭 반대” 경고
대륙위 “대만 기업 中서 귀환 환영” 맞불
中 “관련 기업 단속” 880억원 벌금 부과
벌금 낸 기업은 “양안 유지 희망” 반성문

이미지 확대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갈등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가운데 중국이 미중 패권 경쟁의 최전선이 된 대만의 기업들을 길들이기 시작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대통령)과 집권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이 독립을 외칠 수 있는 배경에는 이들 기업이 제공하는 후원금이 있다고 판단해서다. 중국 당국은 여당에 정치자금을 댄 기업에 거액의 벌금을 부과한 데 이어 대만 기업인들을 향해서도 “대만독립세력과 선을 그으라”며 엄포를 놨다.

9일 중국신문망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서열 4위인 왕양(汪洋)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은 지난 7일 ‘양안 기업인 회의’에 보낸 축사에서 “기업인들이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서 대만 독립세력과 단호히 선을 긋고 조국의 완전한 통일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에 기여하기 바란다”고 전했다. 왕 상무위원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92공식’(‘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알아서 해석하기로 한 1992년 합의)을 지키고 대만 독립을 책동하는 분리주의적 행위와 외세의 간섭을 단호히 반대하라”고도 했다. 축사라기보다 경고에 가깝다.

대만의 중국 담당부처인 대륙위원회는 그가 대만 기업인들을 위협했다고 비난했다. 대륙위원회는 “중국이 기업인들에 정치적 입장을 표명하도록 해 아주 오싹하게 만들었다. 대만인들은 이런 방법을 혐오스러워한다”며 “이제라도 기업인들은 중국 공산당의 위험을 인식하고 중국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왕메이화 대만 경제부장(장관)도 “기업이 예기치 못한 정치적 위험에 빠져서는 안 된다”며 “중국에서 활동하는 대만 기업들이 돌아오는 것을 환영한다”고 맞불을 놨다.

최근 중국은 대만 기업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여 가고 있다. 차이 총통이 9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끄는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힘을 얻는 이유가 대만 기업들이 그를 물밑에서 돕기 때문으로 생각해서다.

지난달 중국 정부는 대만 위안둥(遠東)그룹 계열 아시아시멘트와 위안둥신세기의 중국 내 사업장에 환경보호 등 법규 위반 혐의로 4억 7400만 위안(약 880억원)의 벌금 등을 추징하는 조치를 내렸다. 중국 정부는 “대만 독립 분자와 관련 기업 및 자금주를 법에 따라 단속한 것”이라며 당시 조치가 위안둥그룹의 민진당 지원을 차단하기 위해서임을 숨기지 않았다.

결국 쉬쉬둥 위안둥그룹 회장은 대만 연합보 기고를 통해 “대다수의 대만인과 마찬가지로 나도 양안 관계의 현상 유지를 희망한다. 대만의 독립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중국 사업을 이어 가기 위한 일종의 ‘반성문’이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2021-12-10 16면

많이 본 뉴스

  • 4.10 총선
저출생 왜 점점 심해질까?
저출생 문제가 시간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습니다. ‘인구 소멸’이라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저출생이 심화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녀 양육 경제적 부담과 지원 부족
취업·고용 불안정 등 소득 불안
집값 등 과도한 주거 비용
출산·육아 등 여성의 경력단절
기타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