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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의 한국의 미래] 우주 외교가 절실하다/한양대 명예교수

[김경민의 한국의 미래] 우주 외교가 절실하다/한양대 명예교수

입력 2021-12-01 17:34
업데이트 2021-12-02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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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한양대 명예교수
김경민 한양대 명예교수
지난 10월 제1호 누리호 발사가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내년 5월로 예정된 2차 발사에서는 반드시 성공해 순 국산 로켓 누리호의 기술적 완벽성에 한 걸음 더 다가가기를 염원해 본다. 한국이 총 6번의 누리호 시험발사로 누리호 로켓의 기술적 인정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1.5t의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누리호보다 덩치가 큰 로켓 즉 2.8t의 인공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로켓의 개발에도 속도를 내어야 진정한 우주독립국이 될 수 있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그래도 진정한 우주독립국이 될 수 있을까. 답은 “아니다”이다. 한국이 아무리 큰 로켓을 자체 개발했다 해도 우리가 개발한 인공위성의 위치 추적에 사용되는 미국의 자이로(Gyro) 등의 핵심 부품이 들어가면 우리 로켓으로 발사할 수 없고 미국의 로켓이나 프랑스, 일본 등 다른 나라에 의뢰해 발사해야 한다. 왜냐하면 미국 국무부의 국제무기거래규정(ITAR·International Traffic in Arms Regulations)의 규제를 받기 때문이다.

로켓을 개발해 동남아, 남미 등으로부터 그 나라의 인공위성을 돈을 받고 쏘아 주려 해도 그 위성에 미국이 금지하는 핵심 부품이 들어가 있으면 발사해 줄 수 없다. 말할 수 없는 불평등이다. 그러면 한국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한미 간에는 우주정책대화(Space Dialogue) 채널이 있다. 우리는 외교부의 원자력비확산외교 기획관이 참석하고 미국은 국무부 비확산 담당 차관보 대행이 참석한다.

우주정책대화는 우주에서의 점증하는 안보 위협에 공동 대처하고 우주 안보 관련 국제 규범 마련 등 양자·다자적 협력을 증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2015년 발족했다. 한미 양국은 지난 5월 개최한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을 통해 양국 간 동맹 및 실질협력 분야의 지평을 우주 등의 분야로 확대하기로 합의했지만 ITAR 규제는 풀리지 않고 있다.

미국의 ITAR 목록에는 미사일통제체제(MTCR)가 발족된 1987년 이후 우주발사체를 보유하지 않았던 국가에 대해서는 철저히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일본은 MTCR 이전에 로켓이 있었다는 이유로 수출금지를 면제받고 있다. 우주개발은 이제 국제정치의 화두가 돼 있다. ITAR 규정이 적용된 이후 이 구속에서 면제된 나라는 인도뿐인데 미국의 기술을 제3국에 이전하지 않는다는 기술보호협정을 맺으며 속박에서 벗어난 것이다.

한국이 이 속박에서 못 벗어나리라는 법은 없다. 외교란 안 되는 일도 되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한미군사동맹, 한미 무역협력, 그리고 미국의 우주탐사계획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미국이 주도하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인간을 다시 달에 보내는 계획)에 열 번째로 참여하며 미국의 우주탐사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는 중이다.

일본은 어떤가. 미일 협력을 더욱더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항공자위대 산하에 ‘우주작전대’라는 조직을 만들고 미 우주군과도 협력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일본은 북한 감시를 위해 다수의 정찰 위성을 운용하고 있으며, 미국처럼 우주에서 미사일 발사를 탐지하는 능력을 보유하기 위해 3개의 소형위성을 추가적으로 발사하는 계획을 확정했다.

이렇게 되면 일본으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 외에 미국으로 날아가는 탄도미사일에 대한 경보도 가능하다. 일본의 우주개발 능력이 미국에도 절실하게 필요해진 것이다. 또한 우주 공간에서 중국의 ‘킬러 위성’ 등이 미일의 인공위성을 공격하는 적대적 위협에 대해서도 양국은 공동 훈련을 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일본은 신뢰도 높은 우주발사체를 보유하고 있고 자신들의 위성항법시스템(GPS)과 신호를 호환하고 상호운용할 수 있는 독자적인 GPS인 준천정위성시스템도 2023년이면 거의 구축되기 때문에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일본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미국의 외교정책을 보면 아무리 동맹이라도 상대방의 국격에 따라 대응한다. ITAR 규제를 풀려면 한국의 GPS 계획도 가동목표가 2035년이 아니라 시간을 더 당겨야 하고 미 백악관과 직접 소통이 되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의 협력도 폭넓게 진행해야 한다. 우주외교의 지평을 확대하는 일은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되는 속도와 내용에 그 궤를 같이하고 있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2021-12-0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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