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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대중문화 상징 ‘홍백가합전’ 위기

日 대중문화 상징 ‘홍백가합전’ 위기

김진아 기자
김진아 기자
입력 2021-11-28 20:42
업데이트 2021-11-29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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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노래 대결 등 시대 흐름 못 따라가
기획사 출연진 결정 입김, 시청자 외면
인기밴드 오피셜히게단디즘 출연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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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2월 31일 개최되는 최대 가요 축제인 ‘홍백가합전’을 홍보하는 NHK 트위터. NHK 트위터 캡처
매년 12월 31일 개최되는 최대 가요 축제인 ‘홍백가합전’을 홍보하는 NHK 트위터.
NHK 트위터 캡처
“이제 누가 홍백가합전을 봐요. 넷플릭스에서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죠.”

28일 일본 여성 커뮤니티 사이트에 익명으로 올라온 댓글이다. 일간 겐다이의 ‘NHK 홍백가합전은 완전히 끝난 콘텐츠…’라는 제목의 이 기사에는 400여명이 댓글을 달며 공감을 표시했다. 72년 전통의 ‘NHK 홍백가합전’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1950년 시작해 올해로 72회째를 맞는 이 프로그램은 일본 최고 권위의 가요 축제다. 매년 12월 31일 오후 7시부터 11시 45분까지 약 5시간 동안 일본 최고의 가수를 남녀 성별로 홍팀과 백팀으로 나눠 가요 대결을 펼친다. 인기 아이돌 가수를 비롯해 엔카 가수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가수가 출연한다. 홍백가합전 출연 가수와 진행자를 보면 한 해 일본 대중문화의 흐름을 엿볼 수 있다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일본 대중문화를 상징하는 홍백가합전의 위상이 갈수록 쇠퇴하고 있다. 민영방송 관계자는 일간 겐다이에 “홍백가합전을 보지 않는 시청자들이 다른 민영방송사를 찾지 않는다. 대부분 넷플릭스나 아마존 프라임을 선택하고 있는데 이런 흐름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1963년 14회 홍백가합전 당시 시청률은 81.4%에 달했지만 지난해 71회 1부 시청률은 34.2%로 떨어졌다. 그나마 고령 인구 덕분에 아직은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백가합전이 시대를 반영하지 못한 것도 시청자의 외면을 받는 원인으로 꼽힌다. 자니스 등 대형기획사의 입김으로 출연진이 결정되는 일도 있어 젊은 시청자가 원하는 가수가 나오지 않는 일도 있다. 인기 밴드 ‘오피셜히게단디즘’이 올해 홍백가합전 출연을 거절한 것도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과거 홍백가합전에 출연하면 일본 최고의 가수라는 점을 인정받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음반 판매 등에 영향력을 줬다. 하지만 음악 스트리밍 시대에 홍백가합전 출연 효과는 크지 않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오피셜히게단디즘 등 여러 인기 가수가 출연을 거절한 게 그 방증이다. 젠더리스(성별 파괴) 시대에 굳이 남성과 여성을 나눠 대결시키는 것도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에서 케이팝이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한국 가수는 출연하지 않는다. 한 음악 관계자는 “최근 별다른 히트곡도 없이 자니스 소속사라는 이유만으로 출전시키는데 기준을 모르겠다. BTS(방탄소년단) 등 더 주목할 만한 아티스트가 있지 않냐”고 말했다.
도쿄 김진아 특파원 jin@seoul.co.kr
2021-11-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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