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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SLBM 발사’ 도발이냐, 위협이냐…‘레드라인’ 기준은?

‘北 SLBM 발사’ 도발이냐, 위협이냐…‘레드라인’ 기준은?

신융아 기자
신융아 기자
입력 2021-10-23 10:00
업데이트 2021-10-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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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탄도미사일 등 안보리 결의안 위반시 ‘도발’

정부, 北 반발 의식하며 도발 대신 ‘위협’ 규정

한미, 추가 조치 없어 ‘레드라인은 ICBM’ 신호

북한이 지난 19일 발사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수위를 두고 ‘도발’이냐 아니냐 논란이 인다. 미국은 ‘도발’이라고 규탄하면서도 제재 조치 없이 그냥 넘어갔으며, 우리 정부는 도발이 아닌 ‘위협’으로 규정했다. 결과적으로 북한이 아직까지는 ‘레드라인’은 넘지 않은 것으로 정리된 모습인데, 과연 도발과 레드라인을 정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북한 “신형 SLBM 잠수함서 발사” 확인…김정은 불참
북한 “신형 SLBM 잠수함서 발사” 확인…김정은 불참 북한이 전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잠수함에서 시험발사한 사실을 20일 확인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과학원은 19일 신형잠수함발사탄도탄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2021.10.20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단순히 북한의 거친 담화나 무력 시위에 ‘도발’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의 아무 행위에 대해 도발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핵이나 미사일 관련 무기 개발이 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했을 때 도발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즉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도발의 기준은 2006년 10월 북한의 첫 핵실험 이후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안 1718호다. 이 결의안은 북한의 추가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하고 있는데, 이를 어겼을 때 도발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지난 20일(현지시간) 북한의 SLBM 발사로 소집된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에 앞서 이번 발사를 “복수의 안보리 결의안 위반”이라고 규정하며 “이것은 일련의 무모한 도발 중 가장 최신의 것”이라고 한 것도 SLBM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탄도미사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기준은 조금 달랐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 21일 국회 국방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SLBM이 도발이 아니냐는 지적에 ‘위협’으로 보인다고 답하며 “도발은 우리의 영공, 영토, 영해와 국민들한테 피해를 끼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 역시 외교통일위원회 종합 국감에서 “전략적 도발에 대한 분명한 기준은 한반도의 전반적인 안보 상황에 매우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를 갖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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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욱 국방장관 답변
서욱 국방장관 답변 서욱 국방부 장관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군사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1.10.19 국회사진기자단
지난 달 15일 북한이 열차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만 해도 문재인 대통령이 ‘북측의 도발’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으나,북측이 이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남북 관계를 개선하고 싶으면 도발이라는 표현을 쓰지 말라고 경고하자 의도적으로 자제하는 모습이다.

정부가 북측의 신형 SLBM 발사에 대해 굳이 도발이라고 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레드라인’을 넘지 않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레드라인에 대한 공식적인 기준은 없다. 그러나 이번 단거리 SLBM 발사에 대해 한미 당국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음으로써 레드라인은 사실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는 신호를 준 셈이다.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SLBM에 대해 미국은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제재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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