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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용의 구석기 통신] 아웃 오브 아프리카?/전곡선사박물관장

[이한용의 구석기 통신] 아웃 오브 아프리카?/전곡선사박물관장

입력 2021-10-19 17:10
업데이트 2021-10-20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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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용 전곡선사박물관장
이한용 전곡선사박물관장
“나는 아프리카에 농장이 있었지, 응공산 자락 그곳에 나의 농장이 있었지”라는 대사로 시작되는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Out of Africa). 비록 백인우월주의와 식민시대를 미화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지만, 데니스(로버트 레드퍼드)가 캐런(메릴 스트리프)의 머리를 감겨 주는 장면이 아프리카의 광활하고도 아름다운 초원과 오버랩돼 아직도 많은 사람에게 아련히 기억되고 있는 영화다.

인류의 진화가 아프리카에서 시작됐다는 이론을 아프리카 유래설이라고 한다. 흔히 ‘아웃 오브 아프리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데, 바로 이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 영감을 받아 붙여진 이름이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 즉 인류의 아프리카 기원설은 약 200만년 전 호모 에렉투스가 아프리카를 벗어나 다른 대륙으로 확산했고, 현생 인류 호모 사피엔스 역시 약 6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출발해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는 학설이다.

사람과 가장 가까운 존재인 고릴라와 침팬지가 살고 있는 아프리카에서 인류의 초기 조상들도 처음 살았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추측한 다윈 이후 지금까지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수많은 고인류 화석들과 DNA 연구를 통해 인류의 요람이 아프리카라고 하는 것은 고인류학계의 금과옥조처럼 여겨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아프리카 유래설에 반기를 드는 새로운 자료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 주목된다. 그 첫 번째는 그래코피테쿠스 프레이베르기다. 그리스에서 발견됐기 때문에 엘 그래코(그리스 사람)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이 고인류 화석은 최근 그 연대가 약 720만년 전으로 분석돼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초기 인류들보다 더 오래된 선행 인류가 유럽에 살았다는 증거로 제시되고 있다. 특히 지중해 일대가 아프리카의 사바나 기후 같은 환경이었으며 이곳에서 진화한 고인류가 다시 아프리카로 퍼져 갔다는 설명은 흥미롭다.

또한 크레타섬의 트라칠로스에서 발견된 발자국에서는 엄지발가락이 매우 발달한 다섯 발가락이 3D 스캔을 통해 확인돼, 발견자들은 이 발자국의 주인공이 인간과 비슷한 직립보행이 가능했을 것이라 보고 있다. 놀라운 점은 그 연대가 무려 560만년 전이라는 점이다.

한편 인도네시아에서 발견된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는 초기 인류의 확산과 적응에 관한 새로운 질문을 던져 주고 있다. 중국의 렁구포에서는 248만년 전의 석기가, 말레이시아의 부킷부누에서는 189만년 전의 주먹도끼가 발견되는 등 아시아에서도 새로운 발견들이 속속 이어지고 있어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 대한 도전은 점점 거세지고 있는 형국이다. 문제는 ‘아웃 오브 우리나라’ 즉 소위 국뽕의 자존심 대결로 이용하려는 행태일 것이다. 인류의 발상지가 아프리카라고 해서 자존심 상할 필요도 없고 자기들 나라라고 해서 으쓱할 필요는 더더욱 없다. 초기 인류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의 발걸음을 걷고 있던 그때는 이미 지구인의 시대였기 때문이다.
2021-10-2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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