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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당] 어디에 어떻게 있어야 할까/이진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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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ㅣ 수정 : 2021-09-30 01:11 문화마당 섹션 목록 확대 축소 인쇄
이진상 한국예술종합대 교수·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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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상 한국예술종합대 교수·피아니스트

우리는 때와 장소에 종속적이다. 움직일 수 있는 몸이 하나인 이상 단 하나의 장소에만 존재할 수밖에 없다. 적어도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3차원의 세상에서는 말이다. 한 번에 두 장소에 있을 수 없고, 두 장소 사이를 순간이동할 수도 없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내 몸을 이끌고, 시간을 들여가면서 움직인다.

과거나 미래로 여행할 수 없고, 시간을 멈출 수도 없으니, 장소와 달리 때에 관해서는 움직임에 대해 더욱 제한적이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고, 더 많은 시간을 누리고 싶다면 더 오래 살고 더 부지런히 움직이는 수밖에 없다.

하늘에서 내리는 식물이라는 ‘만나’를 동이 트기 전 새벽에만 나가서 주워야만 얻을 수 있었던 것과 같이 움직임과 기다림이라는 은총은 우리를 굶주림에서 벗어나게 해 준다. 움직임은 우리 몸을 있어야 할 올바른 장소에 가져다 놓는 적극적인 부지런함을, 기다림은 모든 것은 때가 있다는 믿음과 그 순간까지 기다리고 감내하는 참을성을 뜻한다. 움직인다는 건 수련을, 기다린다는 건 수양을 수반한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어려운 명제를 맞닥뜨렸을 때 우리는 대단히 전지전능하다는 무모한 착각에서 답을 도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기에 잘 살아야지, 행복하게 살아야지 하는 막연한 대답이 나오기 십상이다.

‘무엇을 해야 할까’ 또한 어려운 선택이다. 무언가에 대한 선택권이 애초에 없다면 너무나 자신이 초라해질 수도, 어쩌면 삶이란 것이 무척이나 무료해질 수도 있다. 반대로 선택권이 너무 많으면 고민이 시작된다. 이 또한 우리가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뇌를 가졌다고 착각하는 데서 기인한다. 식탁에서 티브이를 켜 놓고, 핸드폰을 보면서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는 만찬은 조용한 호숫가의 벤치에서 단 둘이 대화 없이 물 위의 소금쟁이만을 바라보고만 있는 것보다 시간과 장소를 공유하는 느낌이 덜하다.

나에게 시간여행 능력이 없고, 단 하나의 움직일 수 있는 몸뚱어리를 주신 것을 감사한다. 내가 어디에 있어야 할지 그것만 결정하면 되기 때문이다.

예수의 죽음과 동시에 성전의 휘장이 찢어지면서 성전이라는 장소에서만 드릴 수 있던 예배가 항상, 쉬지 말고, 범사에 드리는 예배로 바뀐다. 장소의 개념에서 때의 개념으로 전환되는 순간이다. 2000년 뒤 다시금 온라인이라는 비둘기가 장소를 허물고 밤낮으로 눈과 귀를 밝게 만든다. 온라인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깨어 있을 수 있게 해 주는 축복과 저주의 양면을 지니고 있다. 어떻게 할지, 무엇을 할지, 왜 하는지에 대한 방대하고 끝없는 고민은 어찌 보면 마치 오늘날 침대 위 핸드폰 안의 세상 같다. 온라인에서 세상을 체험하고, 아바타를 가꿀 때 주로 고민하는 것들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어디에 있을지 결정하고 몸뚱어리를 바지런히 옮겨야 한다는 데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그 고민과 결정은 실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어렵지 않을뿐더러 필연적으로 선한 결과를 얻게 돼 있다. 나쁜 짓을 하기는 쉬울지 모른다. 다만 그런 짓을 하는 장소로 향하기 전에 한 번이라도 더 생각을 하게 된다. 선한 일을 하긴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선한 일을 하는 장소로 몸을 움직이는 결정과 행동은 보다 쉽게 해낼 수 있다.

간절함은 그 장소에서 언제가 될지 모르는 그 시기까지 기다림에 있다. 때를 선택하진 못해도 장소를 선택할 수는 있다. 마치 혹시나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짝사랑의 집 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혹은 구름에 가려 보일지 안 보일지 불확실한 해돋이를 보기 위해 먼 길을 이동해 그 순간을 기다리는 간절함에서 오는 그 만족과 소망은 가성비로 책정할 수 없다. 소식을 들은 뒤엔 달려가도 늦는다.
2021-09-3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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