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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 안 한 김정은·ICBM 대신 트랙터… 주민 달랜 ‘내수용 열병식’

연설 안 한 김정은·ICBM 대신 트랙터… 주민 달랜 ‘내수용 열병식’

김헌주 기자
김헌주, 임일영, 류지영 기자
입력 2021-09-09 22:10
업데이트 2021-09-10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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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시위 전망 빗나간 北 심야 열병식

정규군이 아닌 노농적위군이 ‘주인공’
김 위원장 참석만 하고 당 비서가 연설
전문가 “경제난에 지친 민간 위로용”
靑 관계자 “한미 정보당국 정밀 분석”
시진핑·푸틴, 양국 간 협력 강조 축전
코로나19 부대
코로나19 부대 9일 0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비정규군 중심의 열병식에서 주황색 방역복에 방독면을 쓴 ‘코로나19 부대’가 행진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9일 정권수립 기념일 73주년을 맞아 심야 열병식을 진행했지만,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같은 전략무기 노출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설도 없었다. 대신 열병식의 주인공이 정규군이 아닌 남측의 예비군에 해당하는 노농적위군이란 점이 눈길을 끌었다. 북한 사회의 핵심 노동자원인 노동자와 농민 역량을 결속하는 동시에 코로나19와 경제난에 지친 이들을 위로하고자 ‘내수용 열병식’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전차미사일 실은 트랙터
대전차미사일 실은 트랙터 9일 0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122㎜ 방사포와 불새 대전차미사일이 실린 트랙터가 열 맞춰 광장을 가로지르고 있다.
노동신문 뉴스1
9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이날 0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노농적위군과 남측의 경찰 격인 사회안전군의 열병식이 진행됐다.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과 지난 1월 8차 당대회 기념 열병식에 이어 8개월 만에 또 열병식을 하는 것을 놓고 일각에서는 무력시위 가능성을 전망했지만 완전히 빗나갔다. 야간 열병식이란 공통점 외에 성격 자체가 달랐다. 열병식 앞에 ‘민간 및 안전무력’이란 수식어가 붙었고, SLBM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전략무기 대신 122㎜ 방사포 등이 실린 트랙터와 소방차, 주황색 방역복을 입은 ‘코로나19 부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경축연회
경축연회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일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 정원에서 열린 정권수립 73주년 경축연회에서 각 분야 공로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예포 21발 발사와 함께 주석단에 등장했지만, 연설은 리일환 당 비서에게 맡겼다. 열병식은 조용원 당 조직비서가 강순남 노농적위군 사령관에게 보고를 받고 열병부대를 사열한 뒤 김 위원장에게 보고하면서 시작됐다. 노농적위군은 평시 직장에서 일하다가 소집명령이 떨어지면 소속 단위로 가서 지역 방위를 하는 ‘반민 반군’ 성격을 띤다. 17~60세 남성과 미혼여성 등 노동자, 농민, 사무원 등으로 편성됐으며 규모는 북한 인구의 4분의1인 570만명에 이른다.

조용원 비서가 보고를 받은 것도 이들이 군이 아닌 ‘당중앙위원회’ 소속이어서다. 북한이 노농적위군을 중심으로 열병식을 진행한 것은 2013년 정권수립일 이후 8년 만이다. 열병식에는 지역별, 직능별 노농적위군에 이어 사회안전성 소속 사회안전군도 차례로 등장했는데, 사회안전군은 2년째 지속되는 코로나 국면에서 방역 질서를 다잡는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군사적 규율을 부여해 주민들을 결속시키는 한편 수해 복구, 경제건설, 비상 방역에 동원된 주민들에게 화려한 열병식을 통해 자긍심을 갖게 하려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대규모 군중을 집결시켜 행사를 치르는 것 자체가 전염병 방역을 극복하고 체제 우위에 있다는 선전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군 당국은 “열병식 동향을 면밀히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구체적인 사항은 한미 정보 당국의 긴밀한 공조하에 정밀분석 중”이라고 했다.

한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한 정권수립 73주년을 맞아 김 위원장에게 양국 협력을 강조하는 축전을 보냈다. 시 주석은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굳건해지고 있는 중조친선은 쌍방 공동의 귀중한 재부”라고 밝혔다.

서울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베이징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2021-09-1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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