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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사이언스] 너무 많은 여가시간, 알고보면 毒

[달콤한 사이언스] 너무 많은 여가시간, 알고보면 毒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21-09-09 22:00
업데이트 2021-09-0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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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시간 1일 2시간 행복도 최고...5시간 넘으면 저하
자유시간 길어도 생산적 활동은 행복감 높여
퇴직, 실업 등으로 시간이 남을수록 생산적 활동 노력해야

자유시간 무한대로 늘어나면 좋기만 할까
자유시간 무한대로 늘어나면 좋기만 할까 많은 직장인들이 ‘원없이 쉬어봤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심리학자와 뇌과학자들이 과연 자유시간이 계속 늘어나면 행복감도 함께 늘어나는지에 대한 연구를 실시해 재미있는 결과를 얻었다.

픽사베이 제공
직장인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 중 하나가 ‘다 때려치우고 그냥 좀 쉬고 싶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너무 바쁘다, 내 시간이 없다’는 등의 불평을 하는데 과연 더 많은 자유시간이 더 큰 행복을 가져다줄까.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하루 종일 쉬는 시간을 갖게되면 행복할까. 심리학자와 뇌과학자들이 이런 궁금증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는 재미있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미국 펜실베니아대 와튼경영대학원,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UCLA) 앤더슨경영대학원 소속 실험심리학자, 사회심리학자, 뇌과학자로 구성된 공동연구팀은 개인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자유시간이 늘어날수록 행복감도 늘어나지만 지나치게 많은 자유시간은 휴식시간이 거의 없는 것만큼이나 개인의 생산성과 행복감을 높이지 못한다는 연구결과를 심리학 분야 국제학술지 ‘성격과 사회심리학 저널’ 9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2012~2013년에 실시한 ‘미국인 생활시간 사용조사’(ATUS) 참여자 중 2만 1736명의 데이터와 1992~2008년 실시한 ‘전미 노동인구 변화연구’(NSCW)에 참여자 중 1만 3639명의 데이터를 비교 분석했다. 조사 참여자들은 주당 휴일과 하루 근무시간과 자신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자유시간 등 1주일, 24시간 단위의 자세한 시간표를 작성하고 각 시간별로 느끼는 행복감에 답하도록 했다. 자유시간은 통근시간을 포함한 업무시간과 식사시간, 수면시간을 제외한 시간으로 정의했다.

분석 결과 자유시간이 증가함에 따라 행복감이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일일 자유시간이 2시간까지는 행복감이 급격히 증가했으며 이후 5시간까지는 서서히 증가세를 보였지만 5시간 이후부터는 서서히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자료분석 이외에 6000여명의 건강한 성인남녀 참가자를 대상으로 2가지 온라인 실험을 실시했다. 첫 번째 실험은 최소 6개월 동안 매일 일정한 자유시간을 갖는 것을 상상하도록 한 뒤 행복감과 만족도를 조사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을 무작위로 선정해 적은 자유시간(1일 15분), 적당한 시간(1일 3.5시간), 많은 시간(1일 7시간)을 상상하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자유시간이 적은 사람은 스트레스 수치가 높고 행복감이 낮게 나왔다. 7시간이 넘는 자유시간을 상상한 사람들 역시 적당한 시간의 자유시간을 갖는 사람보다 스트레스는 높고 행복감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루 최적의 자유시간은 2~5시간
하루 최적의 자유시간은 2~5시간 과학자들은 행복감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최적의 1일 자유시간은 2~5시간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언스플레쉬 제공
두 번째 가상실험은 1일 3.5시간이나 7시간 자유시간을 상상하도록 한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연구팀은 이들에게 각각 운동이나 취미활동, 독서 같은 생산적 활동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상상을 하도록 했으며 다른 이들에게는 TV를 비롯한 동영상 시청, 컴퓨터 사용, 온라인 게임 같은 비생산적 활동을 하는 것을 상상토록 했다. 자유시간이 지나치게 많은 사람들도 생산적 활동을 한다면 비생산적 활동을 하는 사람들보다 행복감이 높았으며 적당한 자유시간을 가진 사람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퇴직을 하거나 갑자기 실업상태가 됐을 때처럼 자유시간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행복감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자유시간이 길어진다면 좀 더 삶에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연구를 주도한 펜실베니아대 와튼경영대학원 마리샤 샤리프 마케팅 교수(생물심리학·의사결정론)는 “이번 연구를 통해 자유시간이 부족하면 스트레스 정도가 높아지고 행복감, 웰빙지수가 낮아진다는 통념을 확인함과 동시에 자유시간과 행복감이 계속 비례관계를 보이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샤레프 교수는 “주어진 재량시간을 얼마나 생산적인 활동에 사용하는가에 따라 행복감은 차이를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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