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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꾀하는 美정보동맹 ‘다섯개의 눈’...한국은 과연 참여할까[국방수첩]

변신 꾀하는 美정보동맹 ‘다섯개의 눈’...한국은 과연 참여할까[국방수첩]

김헌주 기자
김헌주 기자
입력 2021-09-04 09:44
업데이트 2021-09-04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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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하원, 영미권 5개국 ‘파이브 아이스’에
한국·일본·인도·독일 등 4개국 추가 추진
정부 말 아껴...변수 많고 의도 분석 필요
軍 내부에선 “들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쿼드처럼 원칙 세워야..”위축될 필요 없어”
미국 하원 군사위는 지난 2일(현지시간) 전체회의에서 미국의 기밀정보 공유 대상국가를 기존 ‘파이브 아이스’에서 한국, 일본 등으로 확대할 필요성을 담은 법안을 처리했다. 미 의회 절차를 모두 거친 뒤에도 미 행정부가 기존 회원국의 동의를 얻어야 한국에 초청장을 보낼 수 있다.
미국 하원 군사위는 지난 2일(현지시간) 전체회의에서 미국의 기밀정보 공유 대상국가를 기존 ‘파이브 아이스’에서 한국, 일본 등으로 확대할 필요성을 담은 법안을 처리했다. 미 의회 절차를 모두 거친 뒤에도 미 행정부가 기존 회원국의 동의를 얻어야 한국에 초청장을 보낼 수 있다.
“미국 의회 입법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외교부 당국자)
“국가 간의 정보 교류·협력에 관한 사항은 확인해 줄 수 없음을 양해해달라.”(국방부 대변인)

미 하원에서 영미권 5개국의 기밀정보 동맹체인 ‘파이브 아이스’(Five Eyes·다섯 개의 눈)에 한국을 추가하는 방안이 추진되는 것과 관련해 외교부와 국방부 모두 참가 여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전세계 고급 군사 정보를 공유하는 ‘비밀 클럽’에 초대받을 수 있는 기회인데, 환영 입장을 밝히지 않은 건 왜일까.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한국에 공식 초청장을 보내려면 상·하원 군사위 심사→본회의 통과→상·하원 합동위원회 조율→상·하원 전체 회의 표결 등 앞으로도 수 많은 절차를 밟아야 한다. 언제 어떤 변수가 튀어나올지 모른다. 우리 정부로서는 지금 당장 입장을 밝히는 게 성급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바이든 정부가 기존 파이브 아이스 회원국들(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의 동의를 얻어 한국을 초대한다 해도 시기적으로 내년 상반기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큰 만큼 차기 정부의 ‘몫’으로 남겨놓는 것일 수도 있다.

하원 군사위는 확대 대상 국가로 4개국(한국, 일본, 인도, 독일)을 언급하면서 중국 견제에 적극적인 일본이 아닌, 한국을 가장 먼저 앞세운 이유를 분석하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

어찌됐든 하원 군사위는 지난 2일(현지시간) 파이브 아이스 확대 필요성을 담은 법안을 처리하면서 국가정보국(DNI)이 국방부와 조율해 확대 시 이점과 위험성, 각국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검토를 하라고 주문했다. 의회 보고 시한은 내년 5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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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정보본부 방문한 헤인스 미 국가정보국장
국방정보본부 방문한 헤인스 미 국가정보국장 애브릴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지난 5월 13일 서울 용산구 국방정보본부를 방문, 이영철 본부장과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2021.5.13 연합뉴스
앞으로 국가정보국은 한국이 동맹국이긴 하지만 민감한 기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국가인지, 정보 보안은 확실히 지켜지는지, 변화된 안보 지형에서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등을 다각적으로 따져볼 것으로 관측된다.

조만간 발표되는 ‘글로벌 병력태세 검토’ 결과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견제를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을 하나의 전구(戰區)로 삼는다면 주한미군 역할도 변화 가능성이 있다. 하원 군사위도 주한미군 작전 지역에서의 정보 수집 능력과 활동에 대해 보고하라고 주문한 상태다.

미측이 이처럼 복잡한 내부 절차와 검토를 거쳐 최종적으로 한국을 초청하기로 했다면, 그때는 한국이 들어갈지 말지를 놓고 선택권을 갖겠지만 그전까지는 한국이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그렇다고 미측의 검토가 끝날 때까지 손 놓고 지켜볼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한미 외교·국방·정보당국간 물밑 조율을 하겠지만 벌써부터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정부가 운신의 폭을 좁힐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군 내부에선 파이브 아이스 가입을 통해 인접국 군사 동향, 테러집단 움직임 등 고급 정보 공유가 가능해지면 안보전략 수립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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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박 7일 방미 마치고 귀국하는 박지원 국정원장
6박 7일 방미 마치고 귀국하는 박지원 국정원장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6박 7일간의 방미 일정을 마친 뒤 지난 6월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21.6.1 연합뉴스
정부가 가입 시 이점과 위험성 등 자체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원칙을 세운 뒤 미측에도 이러한 원칙을 알려 최대한 양국이 윈윈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일본·호주·인도 등 4개국으로 구성된 비공식 협의체 ‘쿼드’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이른바 ‘개·포·투’(개방적이고 포용적이며 투명한) 원칙을 세웠는데 이 원칙은 지난 5월 한미 공동성명에도 적시됐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바이든 정부의 대외정책 방향을 보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같은 대규모 협의체보다는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이는 ‘비스포크’(맞춤형) 협의체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파이브 아이스를 상당히 높은 수준의 안보협의체로 발전시킬 여지가 있는데 한국이 안 들어간다면 더 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파이브 아이스에 한국, 일본, 인도, 독일이 추가된다면 정보 공유 다자주의 체제로 간다는 의미”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중국 제재의 타깃이 될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고 본다. 스스로 위축이 돼서 불필요하게 우려하는 것은 우리 국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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