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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주고 싶은 것만” SNS 장악하는 탈레반의 노림수는 [강주리 기자의 K파일]

“보여주고 싶은 것만” SNS 장악하는 탈레반의 노림수는 [강주리 기자의 K파일]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1-09-02 16:53
업데이트 2021-09-02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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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내세워 국내 여론 통제·정당성 홍보 두 마리 토끼 잡으려는 탈레반

규제에도 SNS 친탈레반 계정 무더기 신설
100개 넘는 SNS 홍보전 돌입…
존재감 과시
SNS 메시지→언론 보도 메커니즘 적극 활용
집단극화로 지지세력 결집·집단 정체성 강화
강력한 전파력으로 해외 선전, 내부 위협
“SNS, 도덕적 분노 증폭…집단운동 성패 영향”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의 자비훌라 무자히드 대변인이 지난달 17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에서 첫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의 인권을 존중하고 자신들에게 반대하던 이들을 용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카불 AP 연합뉴스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의 자비훌라 무자히드 대변인이 지난달 17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에서 첫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의 인권을 존중하고 자신들에게 반대하던 이들을 용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카불 AP 연합뉴스
15일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궁을 장악한 탈레반 조직원들. AP 연합뉴스
15일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궁을 장악한 탈레반 조직원들. AP 연합뉴스
미군이 완전 철수하고 아프가니스탄을 20년 만에 재장악한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장악에 나섰다.

탈레반은 수많은 SNS 계정을 만들어 온라인 홍보전에 돌입한 상태다. 글로벌 SNS 기업들은 탈레반 콘텐츠를 금지하고 탈레반에 비협조적인 아프간인을 색출하지 못하도록 규제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탈레반이 SNS로 세력을 무한 확장하려는 데는 노림수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탈레반, SNS로 통치 정당성 홍보
지지층 결집, SNS 구독·조회 껑충

2일 미국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지난달 9일 이후 SNS에 새로 생긴 탈레반의 공식 계정이나 탈레반 지지 계정은 100개가 넘는다. 페이스북의 탈레반 공식 페이지의 팔로어는 두 배 이상 늘어 5만명에 이른다.

탈레반은 자신들의 계정에 통치 동영상, 이미지, 슬로건 등을 올리고 그들의 통치가 정당하며 평화를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15일에는 아프간 수도 카불을 점령한 뒤 유튜브에 승리를 축하하는 동영상들을 올리기도 했다. 탈레반이 올린 유튜브 동영상 조회 수도 수만건으로 껑충 뛰었다.

SNS 기업들은 탈레반을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고 해당 콘텐츠 업로드 등을 금지하고 있지만 탈레반은 SNS에서 해시태그나 주요 용어의 철자를 바꾸고 텔레그램, 와츠앱 등 암호화된 앱을 사용하며 단속을 피하고 있다.

비슷한 시각 미 해병대 사령부는 부대 소속 스튜어트 쉘러 장교(중령)가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카불 공항 자폭 테러로 미군 13명과 수많은 민간인이 숨졌던 지난달 26일 SNS에 군 수뇌부의 아프간 사태 대처를 비판하는 영상을 올리자 그의 지휘권을 박탈했다. 사령부는 “불만 의견을 포럼에선 개진해도 되지만 SNS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탈레반에게 힘을 실어주는 메시지를 SNS로 내보낸 데 대해 강한 경고를 내린 것이다.

반대로 미얀마에서는 쿠데타로 들어선 군부의 유혈 진압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국민통합정부(NUG)는 받아들이고 군대는 거부하라’는 SNS 캠페인으로 온라인 저항 운동에 나섰다. 이미 500만명이 동참했다. 홍콩에서도 SNS를 통해 중국식 사회주의에 대항하는 민주화 운동이 수면 아래에서 진행되고 있다. 파급력을 우려한 미얀마 군부와 중국 정부는 각종 SNS를 속속 차단하고 있다.
아프간 장악 이후 탈레반이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겠다고 밝혔지만 최근 아프간의 한 뉴스에서 총을 든 탈레반 대원 8명이 뉴스 진행자를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BBCYaldaHakim 트위터
아프간 장악 이후 탈레반이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겠다고 밝혔지만 최근 아프간의 한 뉴스에서 총을 든 탈레반 대원 8명이 뉴스 진행자를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BBCYaldaHakim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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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좋은 관계 원해” 밝히는 아프간 탈레반 대변인
“미국과 좋은 관계 원해” 밝히는 아프간 탈레반 대변인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공항에서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의 자비훌라 무자히드(가운데) 대변인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미군이 전날 아프간에서 완전히 철수한 가운데 그는 “미국과 좋은 관계를 원한다”면서 아프간전 종식과 관련해 “아프간 국민에 대해 축하한다”고 밝혔다. 2021.8.31
AFP 연합뉴스
탁월한 확장성 무기 SNS로
자신들이 원하는 메시지 양산·통제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SNS 플랫폼의 특수성과 강력한 확장성의 영향으로 본다.

탈레반은 SNS를 통해 지지세력을 더욱 결집하고 자신들의 집단 정체성을 강화하고 있다. 자신들이 직접 강력한 전파력을 지닌 SNS를 자유자재로 운용하면서 국제사회에 자신들이 ‘보여 주고 싶은 것만’ 보여 준다는 것이다.

사람은 개인일 때보다 집단으로 의사 결정을 할 때 더 과격해지는 집단극화의 경향을 보이는데 SNS를 거치면서 합리적인 사고를 할 수 없는 왜곡된 집단사고가 더욱 강화된다고 봤다.

권예지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 객원교수는 “탈레반은 여론 통제를 위해 SNS에 올라온 내용을 언론이 재보도하는 환경에 착안해 이를 자신들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면서 “특히 보여 주고 싶은 것만 SNS를 통해 보여 줘 아프간 내부 사회를 위협·통제하고 국제사회에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파하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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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17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북부 타크하르주의 주도 탈로칸에서 한 여성이 부르카 없이 거리로 나갔다는 이유로 탈레반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사진은 죽은 여성의 가족들이 시신을 끌어안고 슬퍼하고 있는 모습. 폭스뉴스 캡처
2021년 8월 17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북부 타크하르주의 주도 탈로칸에서 한 여성이 부르카 없이 거리로 나갔다는 이유로 탈레반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사진은 죽은 여성의 가족들이 시신을 끌어안고 슬퍼하고 있는 모습.
폭스뉴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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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집권 첫날 부르카 입고 외출한 아프간 여성들
탈레반 집권 첫날 부르카 입고 외출한 아프간 여성들 미군이 모두 떠나고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완전 장악한 첫날인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부르카를 입은 여성들이 수도 카불 시내를 걷고 있다. 카불 AFP 연합뉴스 2021-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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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군이 2021년 9월 01일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에서 미군 철수를 축하하기 위해 집회를 가졌다. 탈레반은 20년간의 분쟁으로 피해를 입은 경제를 되살리고 외국 원조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국제 사회의 지원을 요청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탈레반의 승리 이후 주요 목표 중 하나는 국가 재건이며 탈레반 정권 하에서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지원은 적절한 경로를 통해 이루어질 것이라고 국제사회가 신뢰해야 한다고 확신했다. EPA 연합뉴스 2021-09-01
탈레반군이 2021년 9월 01일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에서 미군 철수를 축하하기 위해 집회를 가졌다. 탈레반은 20년간의 분쟁으로 피해를 입은 경제를 되살리고 외국 원조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국제 사회의 지원을 요청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탈레반의 승리 이후 주요 목표 중 하나는 국가 재건이며 탈레반 정권 하에서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지원은 적절한 경로를 통해 이루어질 것이라고 국제사회가 신뢰해야 한다고 확신했다. EPA 연합뉴스 2021-09-01
미얀마·홍콩 SNS 저항운동 활발
“SNS 억압 통치, 결국 실패할 것”

미얀마 군부, 중국 등이 SNS를 차단하는 것은 국경을 넘어 국제사회와 연대가 가능해 사전에 영향력을 차단하려는 위기관리의 측면으로 해석된다. 정권을 막 쥔 탈레반은 SNS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미국 예일대의 몰리 크로켓 교수·윌리엄 브래디 박사팀은 SNS의 ‘좋아요·공유’와 같은 피드백이 사람들의 도덕적 분노를 점점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달 발표했다.

크로켓 교수는 “SNS 플랫폼은 사회·정치적 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도덕적 분노를 증폭시킨다는 점에서 집단운동 등의 성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위근 전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은 “탈레반은 종전 이후 신문·방송 등 해외 공식 채널이 사라진 상황에서 빠르고 싸며 해외 발신력이 좋은 SNS를 선호했을 것”이라면서 “다만 내부 통신망은 막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만 SNS로 보여 주는 방식은 역시 다양한 우회 경로로 국제사회와 연대하는 SNS 저항 운동에 부딪혀 결국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미얀마 군경의 총격에 양곤 교외의 집 근처에서 놀던 한 살 배기 여자 아이가 눈에 고무탄을 맞아 부상을 입은 모습이 사진을 통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퍼졌다. 트위터 캡처
미얀마 군경의 총격에 양곤 교외의 집 근처에서 놀던 한 살 배기 여자 아이가 눈에 고무탄을 맞아 부상을 입은 모습이 사진을 통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퍼졌다.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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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 인권과 성평등의 후퇴는 막아야 한다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커진다. 카불에선 여성들이 당당히 거리로 나와 탈레반에 반대하는 시위도 열었다. 카불 로이터 연합뉴스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 인권과 성평등의 후퇴는 막아야 한다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커진다. 카불에선 여성들이 당당히 거리로 나와 탈레반에 반대하는 시위도 열었다.
카불 로이터 연합뉴스
강주리 기자의 K파일은 강주리 기자의 이니셜 ‘K’와 대한민국의 ‘K’에서 따온 것으로 국내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이슈들을 집중적으로 다룬 취재파일입니다. 주변의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시사까지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드리겠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온라인 서울신문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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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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