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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 신청한 여권 1일에야 발급 “카불의 우리딸 英정부가 데려와야”

3월에 신청한 여권 1일에야 발급 “카불의 우리딸 英정부가 데려와야”

임병선 기자
입력 2021-09-02 10:48
업데이트 2021-09-03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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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BBC는 정부의 여권 발급 지연으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빠져나오지 못한 아이가 천진난만하게 웃는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도 하지 않고 홈페이지에 실었다. 국내 언론들이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수용된 390명의 아프간 피란민들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해 게재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사진은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덜레스 공항 입국장을 빠져나와 버스로 향하는 카불 탈출 여성과 아이의 모습. 워싱턴 DC. AP 연합뉴스
영국 BBC는 정부의 여권 발급 지연으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빠져나오지 못한 아이가 천진난만하게 웃는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도 하지 않고 홈페이지에 실었다. 국내 언론들이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수용된 390명의 아프간 피란민들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해 게재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사진은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덜레스 공항 입국장을 빠져나와 버스로 향하는 카불 탈출 여성과 아이의 모습.
워싱턴 DC. AP 연합뉴스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 군대가 서둘러 철군하는 바람에 이들 정부와 군대를 돕던 많은 아프가니스탄인들이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된 가운데 생후 7개월 딸의 부모들이 비자 발급이 늦어지는 바람에 아이가 카불에 붙들려 있다며 영국 정부를 원망했다.

영국인 아빠와 결혼한 아프간인 엄마는 지난 5월 영국 비자를 취득하기 위해 딸을 부모에게 맡기고 런던에 건너와 머물고 있는데 점점 희망을 잃고 있다며 정부가 나서 딸을 데려와 달라고 애원했다.

이름을 밝히지 못하는 아이 엄마는 지난해 9월 가족들을 보러 귀국했다가 영국 신분증을 잃어버려 어쩔 수 없이 그곳에서 아이를 낳았다. 남편은 지난해 12월 딸의 출산을 보러 입국해 지난 1월 카불에서 딸을 품에 안아봤다. 그녀는 나중에 단일 입국 비자를 발급받았는데 30일 후 영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영국으로 돌아가 다시 서류를 준비해 비자를 새로 발급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울러 여권이 없는 아기는 여행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영어를 못하는 엄마는 아빠와 함께 영국으로 돌아가 대체 서류를 준비해야 했다. 곧 아프간으로 돌아가 아이를 데려올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을 품었는데 서류 작업에 시간이 많이 걸려 1일(이하 현지시간)에야 딸의 여권을 손에 넣었는데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정국은 물론, 카불공항까지 장악해 민항기가 뜨고 내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BBC가 2일 전했다.

애엄마는 “몇달 동안 아기와 떨어져 있었다. 옆에 아기가 없으니 희망이 사라진다. 우리 아기를 데려오는 데 제발 도와달라고 정부에 간청드린다”고 말했다. 애아빠는 지난 3월 딸의 여권을 신청했는데 이제야 발급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딸이 보고 싶은데 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우리는 딸을 껴안고 입맞추고 싶다. 여권 발급이 지연돼 아프간에 붙들려 있다. 만약 제때 발급됐으면 그애는 지금 우리 곁에 있었을 것이다.”

그는 “관리들이 ‘딸 여권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말하길래 난 ‘너무 늦지 않아야 한다’고 대꾸했다”며 “그들은 딸이 아직 영국인이 아니라며 여권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 딸은 영국인이니 당연히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딸을 돌보는 장인장모가 2001년 침공 이후 미군과 영국군을 도와 탈레반의 보복을 두려워하고 있다면서 안전 걱정 때문에 카불의 집을 떠나지도 못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영국 정부가 아프가니스탄에서 피신시킨 사람은 1만 6000명이 넘는다고 영국 외교부는 밝혔다. 미국처럼 영국도 떠나기를 원하는 영국인과 그들을 도운 현지인들을 도울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히고는 있다. 그러면서도 적어도 2001년 부터 아프간을 여행하지 말라고 조언했고 지난 4월 이 나라에 머무르고 있는 영국인들에게 떠나라고 조언했으며 지난달 6일에도 즉각 이 나라를 떠날 것을 재차 촉구했던 사실을 상기시켰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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