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단독] 소방관 17% PTSD… 소방청은 모른다

[단독] 소방관 17% PTSD… 소방청은 모른다

박재홍 기자
박재홍 기자
입력 2021-08-30 02:20
업데이트 2021-08-30 02:3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구조받지 못한 사람들-2021 소방관 생존 리포트] <4>현직 소방관 1117명 설문조사

이미지 확대
서울신문 온라인 설문조사에 응답한 소방관 1117명 중 16.6%가 불안·공황장애, 우울증 등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답변했다. 응답 소방관 10명 중 1명꼴로 장비의 노후나 부족으로 구조 활동 중 구조 대상자를 위험에 빠트린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원 노출 가능한 소방청 조사선 PTSD 5%뿐

서울신문이 지난달 15일부터 지난 4일까지 현직 소방관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에 참여한 1117명의 답변을 분석한 결과 185명(16.6%)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증상을 경험한 것으로 29일 조사됐다. 이는 소방청이 지난해 실시한 ‘마음건강 설문조사’를 통해 PTSD위험군으로 파악한 5.1%의 세 배가 넘는 수치다. 소방청이 별도 항목으로 분류한 우울증 3.9%를 포함해도 두 배가량 차이가 난다.

이상민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소방청 조사 분포보다 당장 정신건강 관리가 시급한 숨어 있는 소방관들이 더 많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소방관들이 밝힌 정신적 고통의 유발 원인으론 조직 내 인간관계에 따른 업무 스트레스가 58.4%(108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업무 중 끔찍한 사건 경험(35.1%·65명), 구조 대상자의 폭언·폭행(20.0%·37명), 동료 순직(19.5%·36명) 순이었다. 소방청은 “지난해 실시한 마음건강 설문조사는 익명으로 진행돼 조사 신뢰도가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방관들은 “소방공무원 보건안전관리시스템에 로그인을 해야 설문조사에 참여할 수 있고, 근무지와 근무부서 등을 기재해 익명 조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선 현장에서 증상을 숨기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본지 온라인 조사는 개인 신원이 특정되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고통 호소한 응답자 절반 “진료 생각 없다”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 응답자의 48.6%는 ‘향후 정신과 진료를 받을 생각이 없다’(진료받음 32.4%, 진료 예정 18.9%)고 답변했다. 그 이유로 68.9%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고, ‘가족 걱정에 대한 부담’ 11.1%, ‘조직에 알려질 게 두려워서’가 10.0%를 차지했다. 이 교수는 “PTSD 증상은 치료 시기를 놓치고 방치될 경우 다양한 정신과 문제로 확장된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4월 국가직 전환 이후에도 소방 장비의 노후·부족 문제는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8.9%(99명)는 장비 문제로 구조 대상자를 위험에 빠뜨린 적이 있다고 답했다. 소방관의 11.1%(124명)는 장비 문제로 생명의 위협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소방청은 “지난해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되면서 인원이 급격히 늘어 일부 장비의 보급이 지연됐다”며 “국가직 전환 후에도 예산 집행권은 소방청이 아닌 지방자치단체들에 있기 때문에 지역별로 장비 보급이 균일하게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2021-08-30 1면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