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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통 막차” “일단 뚫고 보자”… 패닉 대출이 쏟아졌다

“마통 막차” “일단 뚫고 보자”… 패닉 대출이 쏟아졌다

김희리 기자
김희리, 홍인기 기자
입력 2021-08-24 17:56
업데이트 2021-08-25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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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가계 대출 제한’ 후폭풍

농협, 지난주 ‘신규 담보대출 중단’ 선언
다음날 신규 마이너스통장 1941개 급증
직전 일주일 하루 평균보다 700개 많아
“예측 어려운 경제 정책에 부작용 속출”

이사철 다가오는데… 가계대출 중단 어쩌나
이사철 다가오는데… 가계대출 중단 어쩌나 24일 서울 중구의 한 NH농협은행 지점에 대출 중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이 7%를 넘어 금융 당국의 관리를 받아 온 농협은행은 이날부터 신규 가계 담보대출을 중단했다. 전국의 농협·축협도 오는 27일부터 비조합원과 준조합원에 대한 신규 전세자금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한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금융권의 가계대출 중단과 축소에 따른 ‘풍선효과’로 마이너스통장(마통) 신규 개설이 급증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전방위 조이기에 미리 대출을 받아 놓으려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4일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하나·신한·우리)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이 오는 11월까지 신규 가계 담보대출 중단을 선언한 다음날인 지난 20일 신규로 개설된 마이너스통장은 1941개로 집계됐다. 직전 일주일(9~13일) 평균(1228개)보다 700개가량 늘었다. 23일에도 신규 마이너스통장은 1850개가 개설됐다. 통상 160~180건인 주말(토·일요일) 비대면 발급 건수도 ‘농협 사태’ 직후 주말(21~22일)엔 353건으로 두 배가량 많았다.

날짜별로 보면 지난 9일 1235개, 10일 1268개, 11일 1139개, 12일 1168개 등 1100~1200개를 오가던 마이너스통장 신규 발급 개수는 지난 13일 금융당국의 신용대출 한도 축소 얘기가 나온 이후 17일 1412개, 18일 1522개, 19일 1538개 등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20일부터는 상승 폭이 더 커졌다.

마이너스통장은 개설해도 실제로 돈을 쓰지 않으면 이자를 내지 않는다. 이처럼 부담이 적다 보니 ‘일단 뚫어 놓고 보자’는 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일 5000만원 한도의 마이너스통장을 신규 개설한 직장인 강모(33)씨는 “당장 목돈이 들어갈 일은 없지만 나중에 급전이 필요할 때 대출을 못 받을 수도 있다”며 “지금 ‘마통 막차’를 타야 한다는 생각에 부랴부랴 통장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3일 은행 여신 담당 임원들과 만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받지 않는 1억원 이하 신용대출의 한도를 기존 연봉 두 배 수준에서 연봉 수준으로 낮춰 달라고 권고했다. 이에 따라 신용대출 가운데 마이너스통장 한도 축소가 가장 먼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마이너스통장은 미사용 한도가 대출 잔액으로 잡히는 만큼, 은행 입장에선 이자 수익도 못 내면서 대출 총량만 차지하고 있어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어느날 갑자기 수돗물을 단수한다고 하면 다들 미리 물을 받아 놓으려고 하지 않겠나”라면서 “경제 정책은 예측 가능성을 바탕으로 금융 흐름을 적절히 유도해야 하는데, 예측하기 어려운 정책이 거듭되면서 패닉 바잉, 패닉 대출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2021-08-2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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