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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 잘 살아” 철조망 위로 아기 던진 절박한 아프간 엄마들

“아가, 잘 살아” 철조망 위로 아기 던진 절박한 아프간 엄마들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1-08-20 15:11
업데이트 2021-08-2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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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져진 아기 몇 명 철조망 위 떨어져 끔찍”
영국군 지키는 호텔로 아프간인들 필사적
공항행 막으려 탈레반 총성 난무…여성 폭행
아가야 부디 잘 살아라
아가야 부디 잘 살아라 영국군이 지키는 호텔의 철조망 너머에서 군중이 머리 위로 아기(빨간 점선)를 옮기는 모습. 이 호텔에서는 엄마들이 아기를 철조망 너머로 던지는 일이 발생했다. 트위터 캡처
미군 수송기 바닥서 군복 덮고 잠든 아프간 어린이
미군 수송기 바닥서 군복 덮고 잠든 아프간 어린이 아프가니스탄 어린이가 18일(현지시간) 카불을 철수하는 미국 공군 C-17 수송기 바닥에서 군복을 덮고 잠들고 있다. 2021.08.19.
미 공군 제공. 로이터 연합뉴스
미군이 철수하고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에서 탈출이 여의치 않자 아기 엄마가 절박한 마음으로 아기라도 살리기 위해 높고 날카로운 철조망 너머로 아기는 던지는 일이 일어나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탈레반을 피해 아이만이라도 지키려는 부모들은 그렇게 어린 아이들과 가슴 찢어지는 생이별을 선택하고 있다. 일부 아기들은 칼날이 달린 철조망 위로 떨어져 끔찍한 상처를 입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기라도 살려주세요”
철조망 위로 던지다 칼날에 걸리기도

1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인티펜던트 등에 따르면 이날 아프가니스탄의 한 호텔에서 3m 이상 돼 보이는 철조망에 막혀 진입이 어려워지자 일부 아기 엄마들이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철조망 너머에서 경비를 서는 군인들에게 아기를 던졌다.

이 호텔은 영국이 자국민과 관계자들을 탈출시키기 위해 공수부대원들로 하여금 지키도록 한 곳이었던데, 탈레반의 압제를 우려한 아프간 사람들이 몰려들며 구조를 요청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된 영상을 보면 “아기라도 살려달라”는 외침 속에 던져진 아기들은 운좋게 영국 군인이 손으로 받아내기도 했지만 일부는 날카로운 칼날이 달린 철조망 위에 걸리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현장에 있던 영국군 관계자는 “아프가니스탄 엄마들은 절박했다. 탈레반의 폭행을 견디면서도 ‘내 아기만이라도 살려달라’고 외치며 철조망 반대편에 있는 우리들한테 아기를 던졌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던져진 아기 몇 명은 철조망 위에 떨어졌다”면서 “그 후에 일어난 일은 끔찍했다, 나중에 밤이 되자 모든 부대원이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너만이라도... “아가 잘 살아라”
너만이라도... “아가 잘 살아라”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정권을 재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서 탈출 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아프간의 한 부모가 아이만이라도 살려야 한다며 철조망 너머로 미군에 아기를 넘기고 있다. 아프간에서는 공포 정치를 피해 자녀를 탈출시키는 부모의 절박한 선택으로 생이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17일(현지시간) 미군이 경비를 서고 있는 가운데 한 아프간 아기를 가족이 넘기자 미군이 받아주고 있다. 제3자 제공. 로이터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17일(현지시간) 미군이 경비를 서고 있는 가운데 한 아프간 아기를 가족이 넘기자 미군이 받아주고 있다. 제3자 제공. 로이터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17일(현지시간) 미군이 경비를 서고 있는 가운데 한 아프간 아기를 가족이 넘기자 미군이 받아주고 있다. 제3자 제공 로이터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17일(현지시간) 미군이 경비를 서고 있는 가운데 한 아프간 아기를 가족이 넘기자 미군이 받아주고 있다. 제3자 제공 로이터 연합뉴스
영국군 지키는 호텔 철조망 앞서
군중들이 머리 위로 갓난아기 옮겨

SNS 영상에서는 또 영국군이 지키는 한 호텔 철조망 앞에서 모인 군중들이 머리 위로 갓난아기를 옮기는 모습도 포착됐다.

수도 카불 공항에서는 아프간 시민들이 자신의 아이라도 먼저 대피시키려는 절박감에 공항 벽 너머에 있는 미군에게 아이를 보내는 상황도 발생했다.

공항에서 아프간을 탈주하려는 수천명의 인파가 몰리면서 군중을 해산시키려는 총성이 난무했고, 현장에서 부상자가 속출하고 사망자도 나오는 등 대혼란이 빚어졌다.

급기야 모든 항공기 운항이 일시 중단됐다가 활주로 상황이 정리되고 나서야 운항이 재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공항에 진입조차 못 하는 이들도 많았다.

공항은 미군이 통제하고 있지만, 공항으로 가는 검문소 등은 무장한 탈레반이 장악해 아프간인들의 출국길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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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륙하는 美군용기 붙잡았지만… 바퀴에 매달린 2명 끝내 추락사
이륙하는 美군용기 붙잡았지만… 바퀴에 매달린 2명 끝내 추락사 아프가니스탄 장악 하루 만인 16일 군중들이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 몰려 절박한 탈출 시도에 나섰다. 자국 국민들을 탈출시키려고 급파한 미군 군용기가 이륙하는 활주로로 뛰어든 군중들이 주변을 달리고 기체에 매달리며 탈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AdityaRajKaul 트위터 캡처
미군 경비 속 카불 공항 담 넘는 아프간 소녀.
미군 경비 속 카불 공항 담 넘는 아프간 소녀.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17일(현지시간) 미군이 경비를 서고 있는 가운데 한 아프간 소녀가 공항 담을 기어오르고 있다. 제3자 제공. 카불 로이터 연합뉴스
탈레반, 탈출 막으려 여권 서류 찢어
‘복장 불량’ 이유 공항행 여성 마구 폭행

탈레반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민간인들을 폭행하거나 여권이나 서류를 찢어 공항으로 가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다.

한 여성은 다리에 묶인 붕대를 가리키며 “부적절한 복장으로 지적당할까 봐 일부러 검은 천을 둘렀는데도 폭행을 당했다”면서 “내가 공항에 가는 것 때문에 때린 것 같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1996∼2001년 집권 당시 이슬람 샤리아법(종교법)을 앞세워 엄격하게 사회를 통제했다. 특히 아프간 여성은 남성의 동행 없이는 외출이 안 됐고 취업 및 각종 사회 활동이 제약됐으며 교육 기회가 박탈됐다. 외출할 때는 부르카까지 착용해야 했다.

한 남성은 팔과 어깨에 든 멍을 가리키며 “부인을 보호하려고 하다가 생긴 상처”라고 설명하면서 “탈레반 한명이 부인이 했던 말에 화가 나 막대기로 그녀를 때리기 시작했다”고 분노했다.

출국을 준비하기 위한 서류조차도 마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12년간 미군 캠프에서 일했던 한 남성은 10대 아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대피하려 했지만, 여권이 만료된 상태로 갱신을 못 하고 있다.

아들은 “탈레반이 이토록 빨리 장악할 줄은 아무도 예상 못 했다”면서 “탈레반은 우리를 미국의 노예라고 부르는데 분명히 우리를 죽이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7일 탈레반은 카불을 장악한 뒤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외국군에 협조했던 이들을 대상으로 복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포용과 변화를 내세웠다.

그러나 이후 시위대와 언론인, 여성을 향해 총을 겨누고 대대적인 탄압에 나서면서 공포정치가 20년 만에 다시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눈 부위만 망사로 돼 있고 온몸을 가린 부르카 입은 여인. 카불 EPA 연합뉴스
눈 부위만 망사로 돼 있고 온몸을 가린 부르카 입은 여인.
카불 EPA 연합뉴스
무장한 탈레반이 18일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훼손된 여성 포스터 앞을 지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무장한 탈레반이 18일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훼손된 여성 포스터 앞을 지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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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북부 타크하르주의 주도 탈로칸에서 한 여성이 부르카 없이 거리로 나갔다는 이유로 탈레반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사진은 죽은 여성의 가족들이 시신을 끌어안고 슬퍼하고 있는 모습. 폭스뉴스 캡처
17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북부 타크하르주의 주도 탈로칸에서 한 여성이 부르카 없이 거리로 나갔다는 이유로 탈레반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사진은 죽은 여성의 가족들이 시신을 끌어안고 슬퍼하고 있는 모습.
폭스뉴스 캡처
탈레반 “여성 인권 존중” 하루 만에
‘부르카’ 미착용 외출 여성 총살

앞서 탈레반은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를 입을 필요가 없다”고 공개적으로 천명했지만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를 입지 않은 여성이 총에 맞아 숨졌다. 폭스뉴스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타하르 지역의 한 여성이 몸을 다 가리는 의복 ‘부르카’를 입지 않고 외출했다가 무장 세력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고 보도했다.

공개된 사진에는 아프간 타크하르주 주도 탈로칸에서 전날 한 남색 원피스 차림의 여성이 피투성이가 된 채 숨져 있고, 부모와 주변 사람들이 여성을 끌어안은 채 비통해하는 모습이 찍혔다.

뉴욕포스트는 여성의 권리를 존중하는 새로운 포용적 시대를 열겠다고 탈레반이 약속한 날, 사건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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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찾았을까… 카불 공항서 혼자 울고 있는 7개월 아기
엄마는 찾았을까… 카불 공항서 혼자 울고 있는 7개월 아기 아프가니스탄 현지 매체인 아스바카뉴스가 17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전날 발견된 부모 잃은 아기의 사진. 7개월가량 된 이 아기는 플라스틱 바구니에 담겨 울고 있었고 이 매체는 “혼란스러운 카불 공항에서 카불 PD-5에 거주하는 한 커플이 7개월 된 아기를 잃어버렸다”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아기를 찾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고 했다. 하지만 또 다른 매체에 따르면 아기는 당국의 도움을 받아 부모를 기다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에 장악된 아프간을 탈출하려는 사람들이 공항에 몰려들면서 이러한 비극이 벌어졌다.
아스바카뉴스 트위터 캡처
아프가니스탄을 손쉽게 장악한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 전사들이 지난 18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의 와지르 악바르 칸 지구를 순찰하고 있다.여성의 인권을 존중하겠다는 등 과거와 달라진 모습을 보이려 노력하지만 곳곳에서 과거와 달라진 것이 없는 행태를 보인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카불 AP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을 손쉽게 장악한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 전사들이 지난 18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의 와지르 악바르 칸 지구를 순찰하고 있다.여성의 인권을 존중하겠다는 등 과거와 달라진 모습을 보이려 노력하지만 곳곳에서 과거와 달라진 것이 없는 행태를 보인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카불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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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얼굴 사진 지워진 아프간 미용실
여성 얼굴 사진 지워진 아프간 미용실 18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한 미용실 벽에 내걸린 여성의 얼굴 사진들이 검은색 스프레이로 지워진 모습. 이날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등은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의 여성과 소녀들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내면서 이들의 안전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2021.8.19
AFP 연합뉴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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