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외국인들이 도둑질”...日 폭우피해 발생하자 가짜루머 확산

“외국인들이 도둑질”...日 폭우피해 발생하자 가짜루머 확산

김태균 기자
입력 2021-08-20 10:43
업데이트 2021-08-20 10:43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자연재해 때마다 외국인 혐오 헛소문 반복
2011년 대지진 당시 “중국인 죽이라” 선동도

이미지 확대
日규슈 기록적 폭우에 85만여명 대피
日규슈 기록적 폭우에 85만여명 대피 일본 규슈 지역 사가현 다케오시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28일 일본 자위대가 고무보트에 주민들을 태워 물이 들어찬 도로를 헤쳐나가고 있다. 이날 규슈 지역에 400㎜가 넘는 비가 내리면서 한때 85만여명이 대피하고 최소 2명이 사망했다. 일본 기상청은 이날 오전부터 후쿠오카현과 나가사키현, 사가현 등에 호우 관련 경계 중 가장 높은 수준인 ‘호우 특별 경보’를 발령했다.
다케오 AFP 연합뉴스
기록적인 폭우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일본 히로시마 지역에 대형 자연재해 때마다 반복돼 온 ‘외국인 혐오’ 헛소문이 또다시 확산되고 있다.

20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히로시마현 경찰은 인터넷상에서 확산되고 있는 ‘외국인에 의한 빈집털이 빈발’ 루머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일본 규슈 북부와 히로시마현 등에는 최근 지역별로 역대 최대 강수량을 기록하는 등 큰 비가 내려 산사태와 하천 범람 등 재해가 잇따랐다.

일본에서는 지진, 태풍, 홍수 등 커다란 자연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외국인 혐오 루머가 지역사회에 확산되는 경향을 보여왔다. 1923년 9월 1일 발생한 간토 대지진 때에는 “조선인들이 폭도로 변해 우물에 독을 풀고 방화·약탈을 하며 일본인들을 습격하고 있다”는 유언비어가 퍼졌던 게 대표적이다. 당시 헛소문에 자극받은 일본인들은 조선인들을 닥치는 대로 살육해 조선인 6600여명이 학살됐다.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의 진실을 고발해 온 논픽션 작가 가토 나오키는 “위기에 빠졌을 때 국민들이 어떤 대상을 찍어서 쉽게 공격할 수 있는 상태로 변하는 것은 일본에서 자주 나타난 현상”이라고 말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에는 이와테현 이시노마키시에서 “중국인들이 강도짓을 한다”는 유언비어가 돌았다. “나쁜 중국인들은 죽여야 한다. ‘곤니치와’(일본어)라고 인사했는데 상대방이 ‘니하오’(중국어)라고 답하면 바로 공격하라”며 도쿄에서 이시노마키로 무기를 들고 간 우익단체도 있었다.

최근에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타고 전파 속도가 한층 빨라지고 있다. 지난 2월 13일 후쿠시마현 앞바다 지진 때와 2016년 구마모토현 지진 때는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퍼트렸다’는 악성 게시글이 소셜미디어를 타고 급속도로 확산됐다.

세키야 나오야 도쿄대 대학원 교수는 교도통신에 “재해 때 소수자에게 공격을 가하는 구조는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태균 선임기자 windsea@seoul.co.kr

많이 본 뉴스

  • 4.10 총선
저출생 왜 점점 심해질까?
저출생 문제가 시간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습니다. ‘인구 소멸’이라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저출생이 심화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녀 양육 경제적 부담과 지원 부족
취업·고용 불안정 등 소득 불안
집값 등 과도한 주거 비용
출산·육아 등 여성의 경력단절
기타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