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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들고 ‘똑똑’…탈레반, 집집마다 문 두드리며 “출근하라” 지시

총 들고 ‘똑똑’…탈레반, 집집마다 문 두드리며 “출근하라” 지시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1-08-19 12:08
업데이트 2021-08-19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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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번영 약속했지만 국민들 불안 여전

덧칠로 가려진 여성 모델의 얼굴
덧칠로 가려진 여성 모델의 얼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전역을 장악한 가운데 18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의 한 미용실 외벽에 걸려 있는 화보 속 여성 모델의 얼굴이 검은색 스프레이로 덧칠돼 가려져 있다. 2021.8.18.
AFP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탈레반이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경제 활동 재개를 압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의 복수와 폭정을 두려워한 국민들이 문을 걸어잠그고 외출을 자제하자 가정방문을 통해 활동 재개를 지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장한 채 가정방문…출근 재개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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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 무기 들고 수도 카불 순찰하는 탈레반
미제 무기 들고 수도 카불 순찰하는 탈레반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 병사들이 18일(현지시간) M16 소총 등 미제 무기를 들고 수도 카불의 와지르 아크바르 칸 지역을 순찰하고 있다. 카불 AP 연합뉴스
1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프간 주요 도시에서 탈레반 대원들이 무장한 채 기습적으로 집집마다 다니고 있다는 증언이 쏟아졌다.

아프간 서부 도시 헤라트에 사는 와시마(38·여)는 전날 아침 총을 든 탈레반 조직원 3명이 찾아와 크게 놀랐다.

이들은 와시마의 신상정보를 받아적고 구호단체에서 하는 업무와 월급 등을 캐묻더니 출근 재개를 지시했다.

탈레반의 이러한 가정방문은 출근 장려를 넘어 새 정권에 대한 권위와 공포를 주입하려고 기획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게다가 시민들의 출근과 그에 따른 경제활동 재개는 탈레반에게 정권의 정통성과 직결돼 있다.

탈레반 “구태 벗겠다”고 했지만 국민들은 의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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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이 17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 후 첫 공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카불 EPA 연합뉴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이 17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 후 첫 공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카불 EPA 연합뉴스
탈레반이 과거 1996~2001년 집권기에 소녀들의 등교를 막고, 여성들의 취업 및 각종 사회활동을 막는 등 엄격하게 사회를 통제했기 때문이다.시민들이 외부 활동을 삼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그저 정권교체에 따른 혼란상 때문만이 아니다.

특히 극단적인 이슬람 샤리아법(종교법)을 적용해 춤이나 음악, TV 등의 오락을 금지하고, 도둑의 손을 자르거나 불륜을 저지른 여성을 돌로 쳐 죽게 하는 벌을 허용하는 등 폭정을 저지른 바 있다.

탈레반이 수도 카불까지 장악한 이후 지난 17일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평화적인 정권 이양뿐만 아니라 경제적 번영을 강조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위기를 벗어나 경제가 회생하고 번영이 도래하도록 다른 국가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과거 폭정을 경험했던 아프간 국민들은 쉽사리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아프간은 외국 주둔군의 철수 뒤 소비지출 감소, 자국 통화의 가치 하락, 외화 부족으로 경제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탈레반에 장악된 카불은 탈출 행렬로 북적거리는 공항 주변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활동이 미미한 상태다.

국제사회가 탈레반 정권의 적법성을 인정하고 정상국가처럼 대우해줄지는 현재로서 미지수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탈레반 정권이 정부로 인정될지는 향후 행동에 달렸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미국은 기존 아프간 정부의 미국 내 자금을 동결, 탈레반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아놓은 상태다.

부르카 안 입었다고 제재…시위자 총격 사망 소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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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얼굴 사진 지워진 아프간 미용실
여성 얼굴 사진 지워진 아프간 미용실 18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한 미용실 벽에 내걸린 여성의 얼굴 사진들이 검은색 스프레이로 지워진 모습. 이날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등은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의 여성과 소녀들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내면서 이들의 안전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2021.8.19
AFP 연합뉴스
탈레반은 여성의 취업과 교육을 허용할 계획이라며 유화적인 제스처를 내놓으며 “여성의 권리를 존중할 것”이라고 했지만 어디까지나 “이슬람 율법의 틀 안에서”라는 단서를 달았다.

현재 아프간에서는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 독려와 전혀 다른 신호도 감지되고 있다.

라디오 진행을 해온 여성 샤브남 다우란은 “정권이 바뀌었으니 집에 가라”는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탈레반이 구태를 벗겠다는 말을 하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조심스럽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치보복이 없는 평화로운 통치를 선언한 지 며칠 만에 아프간 동부 도시 잘랄라바드에서는 탈레반 대원들의 총격으로 시위자 3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목격자들은 이들 시위자가 탈레반에 반대하며 광장에 아프간 깃발을 설치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탈레반이 정치보복을 우려해 탈출하려는 이들을 막지 않겠다는 애초 약속과 달리 합법적 조건을 갖추고 출국하려는 주민들의 카불공항 진입조차 막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타크하르주 주도 탈로칸에서 한 여성이 부르카 없이 외출했다가 총격을 받고 숨졌다는 폭스뉴스 보도도 나왔다.

또 다른 도시에서도 부르카로 몸을 가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탈레반이 식료품을 사러 나온 여성을 위협해 다시 집으로 들여보내는 모습이 포착됐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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