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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 없애고 유니폼 태워라” 아프간 여자 선수의 절망…FIFA “상황 주시”

“신분 없애고 유니폼 태워라” 아프간 여자 선수의 절망…FIFA “상황 주시”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1-08-19 11:30
업데이트 2021-08-1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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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여자축구팀 주장, 현지 선수에 통화로 당부
“위험에 처해도 도와줄 사람 없어 숨어 살라”
“살아 남으려면 SNS·신분·축구장비 없애라”
“아프간 국가대표 자부심과 행복 덧없게 돼”
실제 선수들, 활동기간 살해 협박·성희롱 당해

FIFA “현지 상황 예의주시…연락하며 지원”
‘아프간 여자 축구선수 보호’ 호소하는 전 대표팀 주장 칼리다 포팔. 코펜하겐 AP연합뉴스
‘아프간 여자 축구선수 보호’ 호소하는 전 대표팀 주장 칼리다 포팔. 코펜하겐 AP연합뉴스
여성 억압으로 비난받아온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미군 철수에 따라 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함에 따라 부르카를 벗고 마음껏 필드를 내달리던 ‘자유의 상징’ 아프간 여자 축구 선수들이 추후 보복이 두려워 신분을 없애고 숨어 살아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돼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아프간 전 여자축구팀 주장은 탈레반의 보복 우려에 여자 축구 선수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는 현 상황을 전하며 선수들의 안전에 문제가 생겨도 도와줄 사람이 없어 선수들의 신분증과 사진, 이름을 없애라는 말까지 했다고 좌절했다.

“국가대표 유니폼 불태워 없애라”

“여성 인식 높이려 노력했는데 가슴 찢어져”

국제축구연맹(FIFA) 측은 이런 호소에 “상황을 주시 중”이라며 지원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 아프간 여자 축구대표팀 주장인 칼리다 포팔은 탈레반의 통치 속에 살아남기 위해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신분증을 없애고 축구 장비 또한 태워버리라고 호소했다.

아프간 여성축구협회 공동 창립자로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포팔은 “탈레반은 과거 여성을 살해하고 강간하고 돌팔매질했다”면서 “여자 축구 선수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팔은 그동안 아프간 젊은 여성들에게 강하고 대담하라며 격려해왔지만,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자 앞으로는 숨을 죽이며 조용히 숨어 살라고 정반대의 메시지를 쏟아냈다.

그는 “아프간 여자 축구선수들에게 전화해서 안전을 위해 소셜미디어 계정을 삭제하고 자신의 신분과 사진, 이름을 없애고 은신처로 몸을 숨기라고 말하고 있다”면서 “심지어 그들의 국가대표팀 유니폼까지 불태워 없애라는 말까지 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포팔은 아프간 여자 축구선수들에게 이런 호소를 하는 게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라면서 “가슴에 대표팀 마크를 달고 경기에 출전해 국가를 대표한다는 게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이들이 위험에 처했을 때 도우러 갈 사람이 전혀 없다면서 “언제 자신의 집에 누군가 문을 두드릴지 두려워하고 있다”고 절박한 상황을 전했다.

포팔은 “우리는 오랫동안 여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이제는 입을 닫고 도망치라고 말해야 한다. 가슴이 찢어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아프간 여자 선수들은 선수로 활동하는 내내 성희롱과 살해 협박 등에 시달려 온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각종 SNS 플랫폼의 여자축구 대표팀 공식 계정들은 대부분 삭제된 상태다.
국가대표 유니폼 입은 아프간 여자축구 대표팀 선수들
국가대표 유니폼 입은 아프간 여자축구 대표팀 선수들 국가대표 유니폼 입은 아프간 여자축구 선수들. 얼굴은 신변 안전을 우려해 모자이크 처리했다. 2016년 3월 8일 출시된 히잡이 달린 아프간 여자축구대표팀 유니폼. 히잡 뿐 아니라 무릎 등 얼굴을 제외한 신체 대부분을 이슬람 문화대로 가렸다. 험멜 홈페이지 캡처
아프간 여자 축구 선수들이 축구하는 모습.
아프간 여자 축구 선수들이 축구하는 모습.
“나라 붕괴에 女선수들
호소 매우 고통스러워”

포팔은 이어 “우리는 나라가 붕괴하는 것을 보고 있다”면서 “아프간 남녀들이 추구했던 자부심과 행복이 덧없게 된 거 같다”고 전했다.

탈레반은 1996∼2001년 집권 당시 이슬람 샤리아법(종교법)을 앞세워 엄격하게 사회를 통제했다. 특히 아프간 여성은 남성의 동행 없이는 외출이 안 됐고 취업 및 각종 사회 활동이 제약됐으며 교육 기회가 박탈됐다. 외출할 때는 부르카까지 착용해야 했다.

한편 FIFA 대변인은 “아프간의 현 상황에 영향을 받는 모든 이들에게 우려와 공감을 표한다”면서 “아프간축구연맹 및 관련자들과 연락을 취하고 있으며 현지 상황을 주시하고 관련 지원을 제공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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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북부 타크하르주의 주도 탈로칸에서 한 여성이 부르카 없이 거리로 나갔다는 이유로 탈레반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사진은 죽은 여성의 가족들이 시신을 끌어안고 슬퍼하고 있는 모습. 폭스뉴스 캡처
17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북부 타크하르주의 주도 탈로칸에서 한 여성이 부르카 없이 거리로 나갔다는 이유로 탈레반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사진은 죽은 여성의 가족들이 시신을 끌어안고 슬퍼하고 있는 모습.
폭스뉴스 캡처
탈레반 “여성 인권 존중” 하루 만에
‘부르카’ 미착용 외출 여성 총살

앞서 탈레반은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천명했지만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를 입지 않은 여성이 총에 맞아 숨지기도 했다. 탈레반 대변인은 여성이 부르카를 입을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언론에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지만 현실은 판이하게 달랐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아프간 타크하르주 주도 탈로칸에서 전날 한 남색 원피스 차림의 여성이 피투성이가 된 채 숨져 있고, 부모와 주변 사람들이 여성을 끌어안은 채 비통해하는 사진이 찍혔다.

폭스뉴스는 17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타하르 지역의 한 여성이 몸을 다 가리는 의복 ‘부르카’를 입지 않고 외출했다가 무장 세력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고 보도했다.

뉴욕포스트는 여성의 권리를 존중하는 새로운 포용적 시대를 열겠다고 탈레반이 약속한 날, 사건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자비후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전날 첫 기자회견을 통해 “전쟁이 끝났다”고 선언하고 “이슬람 율법이 보장하는 선에서 여성 인권을 최대한 존중하겠다”고 발표했다.

탈레반 정치국 대변인 수하일 샤힌은 영국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여성들이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를 입을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러나 이날 복장 문제로 총에 맞아 여성이 숨지면서 아프간인들은 탈레반이 주장하는 온건 통치에 회의적이라고 폭스뉴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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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 무기 들고 수도 카불 순찰하는 탈레반
미제 무기 들고 수도 카불 순찰하는 탈레반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 병사들이 18일(현지시간) M16 소총 등 미제 무기를 들고 수도 카불의 와지르 아크바르 칸 지역을 순찰하고 있다. 카불 AP 연합뉴스
눈 부위만 망사로 돼 있고 온몸을 가린 부르카 입은 여인. 카불 EPA 연합뉴스
눈 부위만 망사로 돼 있고 온몸을 가린 부르카 입은 여인.
카불 EPA 연합뉴스
부르카 입고 무릎 꿇은 여성 자료사진. 픽사베이
부르카 입고 무릎 꿇은 여성 자료사진. 픽사베이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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