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장악한 탈레반 대변인 자비훌라 무자히드가 17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에서 첫 기자회견을 열어 여성의 인권을 존중하고 자신들에 반대하던 이들을 용서하는 등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탈레반 대변인이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자체가 달라진 모습이란 평가부터 그래봐야 탈레반이란 회의적인 시선이 엇갈린다.
카불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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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이 새 정부를 구성하더라도 이전 정부의 자금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17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 15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미국 은행에 있는 아프간 정부의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동결했다.
WP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아프간 정권을 장악한 탈레반의 접근을 막기 위해 이러한 조치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WP에 따르면 이 조치는 재닛 옐런 재무장관 및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 주도로 시행됐으며, 백악관과 국무부도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아프간 중앙은행은 4월 기준으로 94억 달러(약 11조원)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수십억 달러가 미국 내에 있는데 정확한 규모는 불분명한 상태다.
탈레반이 이미 9·11 테러에 따라 미국의 제재 대상이기 때문에 동결조치를 위한 별도의 법적 근거는 필요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국제공항에서 아프간 민간인 640명을 태운 미 공군 수송기 C-17 내부 모습.
이는 아프간 국내총생산(GDP)의 15%를 차지하는데 아프간군이 인권과 여성의 권리 보호에 헌신하는 민간 정부에 통솔되고 있다는 것을 미 국방장관이 의회에 입증할 때만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규정돼 있다.
미국의 이번 자금 제한 조치를 두고 올바른 결정이라는 평가와 향후 아프간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방해할 것이라는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재무부 부차관보를 지낸 마크 소벨은 자금 제한이 탈레반에 대한 지렛대로 이용될 수 있다며 타당한 조치라고 평했다.
반면 미 싱크탱크 경제정책연구센터의 마크 웨이스브로트 국장은 “미국 정부가 아프간 중앙은행의 자금을 틀어쥐는 것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며 “탈레반에게 미국 정부가 탈레반과 아프간 경제를 파괴하고 싶어한다는 메시지를 줄 것”이라고 했다.
아프간은 경제적으로 빈국에 속한다. 미 아프간재건특별감사관실(SIGAR)의 존 솝코 감사관에 따르면 아프간 예산 중 미국 등의 지원이 차지하는 비율이 80%에 달한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