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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스도쿠’란 이름 짓고 ‘대부’가 된 가지 마키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스도쿠’란 이름 짓고 ‘대부’가 된 가지 마키

임병선 기자
입력 2021-08-18 06:23
업데이트 2021-08-18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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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도쿠의 대부’로 불린 가지 마키 전 니코리 사장의 모습이라고 회사가 17일 그의 부음을 전하면서 공개한 사진이다. 촬영된 날짜는 명시하지 않았는데 그는 지난달 말 건강이 나빠질 때까지 1983년 창립한 회사의 사장을 맡고 있었다. 니코리 사 제공 AP 연합뉴스
‘스도쿠의 대부’로 불린 가지 마키 전 니코리 사장의 모습이라고 회사가 17일 그의 부음을 전하면서 공개한 사진이다. 촬영된 날짜는 명시하지 않았는데 그는 지난달 말 건강이 나빠질 때까지 1983년 창립한 회사의 사장을 맡고 있었다.
니코리 사 제공 AP 연합뉴스
세계적으로 1억명의 애호가를 거느린 것으로 알려진 숫자 퍼즐 ‘스도쿠’의 대부로 통하는 가지 마키가 7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스도쿠’란 이름을 지은 가지 전 니코리 사장이 지난 10일 담관암으로 사망했다고 마이니치 신문이 17일 전하자 니코리 사가 부음을 냈다. 1951년 홋카이도 삿포로에서 태어난 가지 전 사장은 게이오 대학에 진학했지만, 2년 반 만에 중퇴하고 인쇄회사에서 일하다가 미국 잡지에 실린 숫자 퍼즐 ‘넘버 플레이스’를 모티브로 삼아 1980년 8월 일본 최초의 퍼즐 잡지 ‘퍼즐 통신 니코리’를 창간했다. 그는 ‘넘버 플레이스’란 이름이 재미를 제대로 전하지 못한다며 “숫자들은 홀로여만(겹치지 않아야만) 한다”며 ‘스도쿠(數獨)’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가지 전 사장은 스도쿠란 이름이 동료들에 떠밀려 승마를 하다 “약 25초 만에“ 떠올라 지은 것이라고 했다. 그 뒤 1983년 관련 회사인 니코리를 설립해 지난달 말 건강이 나빠지기 전까지 사장을 맡았다.

스도쿠는 가로, 세로 아홉 줄씩 모두 81칸에서 진행되는 숫자 퍼즐 게임으로 정확한 유래는 분명하지 않다. 몇몇은 18세기 스위스 수학자 율러가 창안했다고 주장했지만, 8~9세기 중국에서 만들어져 인도를 거쳐 아랍권에 전해진 것이 오늘에 이른다고 미국 일간 뉴욕 타임스(NYT)는 전했다. 프랑스 신문들에도 19세기 말에 이미 초기 버전이 실렸는데 1895년 7월에도 라프랑스 신문에 ‘le carr?magique diabolique(악마의 마법 사각형)’으로 소개됐다.

미국 건축가 하워드 간스가 1970년대 현대적 버전을 창안해 1979년 잡지 델(Dell)에 ‘넘버 플레이스’로 이름지어 실었는데 가지가 다시 붙인 이름이 세계적으로 유행하게 된 것이다. 그는 문제 창작에 ‘독자 참여형’을 도입해 일본 내 스도쿠 팬을 늘리고 퍼즐 책의 대중화를 이끌어 일본 서점에 퍼즐 코너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2004년 일본 여행 중에 스도쿠의 매력에 빠진 뉴질랜드인이 영국 일간지 타임스오브런던에 퍼즐을 게재하며 세계적 열풍이 불었고, 2006년부터 스도쿠 세계선수권이 열리기도 했다. 그 뒤 영어 단어 ‘SUDOKU’가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수록됐고, 가지 전 사장은 뉴욕타임스에 ‘스도쿠의 대부’로 소개됐다.

생전의 가지 전 사장은 “스도쿠의 아버지로 끝나고 싶지 않다. 일본에서 퍼즐이라는 장르를 확립했다고 할 수 있을 때까지 퍼즐의 즐거움을 넓혀가고 싶다”는 의욕을 드러냈다. 퍼즐을 고안한 것이 아니라 이름을 붙여준 데 불과하기 때문에 재정적 이득이 생길 리 없었다. 재물 욕심도 없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고인은 2007년 영국 BBC 인터뷰를 통해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는 퍼즐에 대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정말 감동받는다. 난 정말 재미있어 한다. 마치 보물찾기와 같다”고 털어놓았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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