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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9·11 테러 터질수도” 우려에…탈레반 “우리 달라졌어요”[이슈픽]

“제2의 9·11 테러 터질수도” 우려에…탈레반 “우리 달라졌어요”[이슈픽]

김채현 기자
김채현 기자
입력 2021-08-18 00:31
업데이트 2021-08-18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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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TV채널 톨로뉴스에서 여성 앵커(왼쪽)와 이야기 나누는 탈레반 간부. 톨로뉴스 화면 캡처
아프간 TV채널 톨로뉴스에서 여성 앵커(왼쪽)와 이야기 나누는 탈레반 간부. 톨로뉴스 화면 캡처
탈레반, 여성 진행 TV프로그램 출연
톨로뉴스 “역사 다시 썼다” 자축
회의적 시선도 만만찮아
“제2의 9·11 테러 터질수도” 초긴장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 방침을 밝힌 지 불과 4개월 만에 아프간이 탈레반의 손에 다시 넘어갔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9·11 테러 20주기 전 완수를 목표로 자국군 철군을 추진했으며, 지난 5월부터 실제 철군을 실행했다.

하지만 철군이 완료되기도 전에 탈레반이 지난 15일 카불을 장악하고 정권을 잡았다.

국제 사회는 아프간이 다시 테러 세력 거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가운데, 탈레반은 TV 뉴스채널에서 여성 앵커와 나란히 앉아 인터뷰하는 등 과거와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17일 뉴욕타임스(NYT)와 스푸트니크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아프간 뉴스채널인 톨로뉴스에 여성 앵커 베헤슈타 아르간드가 탈레반 미디어팀 소속 간부 몰로이 압둘하크 헤마드를 인터뷰하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아르간드는 헤마드와 약간의 거리를 둔 채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간의 상황에 관해 물었고, 헤마드는 “아프간의 진정한 통치자가 탈레반이라는 점을 전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탈레반은 지난 15일 수도 카불 등 전국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고 아프간 정부는 항복을 선언했다.

탈레반은 이후 카불의 주요 방송사 등 언론사를 모두 손에 넣었기 때문에 이날 영상은 탈레반의 의도에 따라 방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톨로뉴스를 소유한 모비그룹의 대표인 사드 모흐세니는 트위터를 통해 이 사실을 전하며 “톨로뉴스와 탈레반이 역사를 다시 썼다”며 “20년 전에는 생각지도 못 할 일”이라고 자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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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불 곳곳에 탈레반의 흰색 깃발이 걸려 있는 가운데 탈레반 지도자들이 대통령궁의 대통령 책상에 앉아 있는 사진이 외부에 공개됐다. AP연합
카불 곳곳에 탈레반의 흰색 깃발이 걸려 있는 가운데 탈레반 지도자들이 대통령궁의 대통령 책상에 앉아 있는 사진이 외부에 공개됐다. AP연합
탈레반은 과거 집권기(1996∼2001년)에 샤리아법(이슬람 율법)을 앞세워 여성 인권을 가혹하게 제한했다. 당시 여성은 취업, 사회 활동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없었고 외출도 제한됐다.

하지만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의 항복 선언 후 여성 권리를 존중하겠다며 과거와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탈레반 대변인은 “히잡(이슬람 여성의 머리와 목 등을 가리는 스카프)을 쓴다면 여성은 학업 및 일자리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여성 혼자서 집밖에 나서는 것도 허용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탈레반은 전국에 사면령을 발표하면서 여성의 새 정부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탈레반의 변화는 지난해 9월 카타르 도하에서 시작된 아프간 정부와의 평화협상장에서도 조금씩 감지됐다.
2001년 9월 11일 항공기 납치 동시다발 자살 테러로 무너지기 직전의 뉴욕 110층짜리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 모습. AP 연합
2001년 9월 11일 항공기 납치 동시다발 자살 테러로 무너지기 직전의 뉴욕 110층짜리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 모습. AP 연합
“제2의 9·11 테러 터질수도”…탈레반 부활에 초긴장
다만 탈레반의 이런 ‘이미지 메이킹’이 과연 지속 가능한 것인지 신뢰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실제로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하자마자 온라인에서는 여성이 등장한 외벽 광고사진이 페인트로 지워지는 사진이 올라와 우려를 낳았다.

서구에서는 ‘제2의 9·11 테러’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탈레반의 부활이 급진 이슬람 세력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영국 의회 국방특별위원회장인 토비아스 엘우드 보수당 하원의원은 16일(현지시간)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너무나 애석하지만 9·11 같은 서구에 대한 또 다른 대대적 공격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엘우드 의원은 “테러리스트 집단은 지난 20년이 얼머나 헛된 것이었는지 보여주기 위해 아프간에서의 우리의 시기에 종지부를 찍길 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처음 아프간에 들어갔을 때 패배시키려 한 적에게 이 나라를 선물로 준 것도 모자라 테러집단이 다시 재편성돼 그들의 안식처로 돌아오는 광경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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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의 한 어린이가 10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에 마련된 임시 난민 수용지에 주저앉아 울고 있다. 탈레반과 정부군 간 치열한 전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반탈레반 성향이 강했던 쿤두즈와 타크하르주 등 북부 지역이 탈레반 수중으로 넘어가면서 피란민이 대거 발생하고 있다. 특히 유엔아동기금에 따르면 지난 사흘간 교전으로 최소 어린이 27명이 숨지고 136명이 다쳤다. 카불 EPA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의 한 어린이가 10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에 마련된 임시 난민 수용지에 주저앉아 울고 있다. 탈레반과 정부군 간 치열한 전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반탈레반 성향이 강했던 쿤두즈와 타크하르주 등 북부 지역이 탈레반 수중으로 넘어가면서 피란민이 대거 발생하고 있다. 특히 유엔아동기금에 따르면 지난 사흘간 교전으로 최소 어린이 27명이 숨지고 136명이 다쳤다.
카불 EPA 연합뉴스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 역시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실패한 국가들이 이런 유형(테러 집단)의 사람들을 위한 온상이 되는 상황이 굉장히 걱정된다”고 밝혔다.

그는 “알카에다가 아마도 다시 돌아올 것이다. 이들은 당연히 이런 식의 온상을 원할 것”이라며 “세계 곳곳의 실패한 국가가 불안을 야기하고 이는 우리와 국익에 대한 안보 위협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AP 연합뉴스
AP 연합뉴스
“은신처를 미국과 파트너들에 대한 공격을 계획하는 데 쓸 것”
알카에다는 미국에서 2001년 9월 11일 테러를 일으킨 과격 이슬람 무장 단체다. 알카에다는 9·11 테러 당시 항공기를 납치해 뉴욕 세계무역센터(WTC)에 충돌시켰다. 약 3000명이 사망한 미국과 서구 역사상 최악의 테러 참사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맡은 존 볼턴은 NPR과의 인터뷰에서 아프간 상황에 대해 “아프간을 15세기로 되돌려 놨다”며 “탈레반이 이전처럼 알카에다, ISIS(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 같은 테러집단에 은신처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 그들은 은신처를 미국과 파트너들에 대한 공격을 계획하는 데 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2001년 9월 11일 이전의 환경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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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잘랄라바드에서 차에 탄 탈레반 병사들이 총을 겨눈 채 도심을 돌아다니고 있다. 잘랄라바드 EPA 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잘랄라바드에서 차에 탄 탈레반 병사들이 총을 겨눈 채 도심을 돌아다니고 있다.
잘랄라바드 EPA 연합뉴스
앞서 미국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알카에다를 돕는 탈레반 정권을 박멸하겠다며 아프간 전쟁을 시작했다.

이후 탈레반 정권을 축출했지만 작전을 끝맺지 못하고 아프간에서 20년 가까이 전쟁을 이어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9·11 테러 20주기인 올해 9월 11일까지 아프간 철군을 완료해 미국 역사상 최장기 전쟁을 끝마치겠다고 약속했다.

탈레반은 아프간 주둔 미군이 철수를 시작하자 다시 기세를 폈다. 이들은 지난 15일 수도 카불의 대통령궁을 장악하고 ‘아프간 이슬람 수장국’ 설립을 선포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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