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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여중사 성추행 사망’ 상관 2명 피의자 전환… “비밀 보호 위반”

‘해군 여중사 성추행 사망’ 상관 2명 피의자 전환… “비밀 보호 위반”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1-08-17 14:31
업데이트 2021-08-1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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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면담 상관들, 피해 사실 유출 혐의
비밀보장 위반하고 부대원에 언급 정황
상관, 정식 신고 안했다고 보호 조치 안해
여중사, 강제추행 신고 사흘 뒤 극단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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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행 피해 신고 후 사망’ 해군중사 조용한 장례
‘추행 피해 신고 후 사망’ 해군중사 조용한 장례 14일 대전 유성구 국군대전병원에서 근조 화환을 실은 화물차가 출입 허가 후 정문을 지나고 있다. 국군대전병원에는 남성 상사에게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를 한 후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된 해군 여성 중사 빈소가 마련됐다. 2021.8.14 연합뉴스
해군에서 상관으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입고 극단적 선택을 한 여성 부사관(중사)의 사망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로부터 보고와 면담을 받았던 부대 상관 등 2명이 피의자로 전환됐다. 이들은 피해자의 피해사실을 성폭력 예방 교육 과정에서 일부 부대원들에게 미뤄 짐작할 수 있도록 말하는 등 피해자가 특정되도록 사실상 신원을 노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군 제2함대사령부 소속 피해 중사는 상관으로부터의 성추행 피해를 신고한 지 사흘 만인 지난 12일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성추행 가해자, 경고 받은 뒤
피해자에 2차 가해 가능성

해군 군사경찰은 17일 피해자와 같은 부대 소속 A 중령과 B 상사를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제44조’(신고자에 대한 비밀보장)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A 중령은 8월 7일 피해자와 면담을 했던 소속 부대장으로 알려졌다. A 중령은 면담 이틀 뒤 피해자가 본인 요청으로 다른 부대로 전속한 이후 부대 관계자를 대상으로 성폭력 예방 관련 교육을 하는 과정에서 피해 사실을 일부 부대원들에게 짐작할 수 있도록 말한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B 상사는 성추행이 발생한 5월 27일 당일 피해자로부터 최초 보고를 받았던 상관으로, 이를 보고받은 뒤 성추행 가해자에게 주의를 주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신고자임을 인지하도록 한 혐의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B 상사는 피의자 전환에 앞서 이뤄진 참고인 조사에서 “(피해자가)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며 신고가 아닌 형태로 말해 주임상사가 가해자를 불러 행동거지를 조심하라고 경고를 줬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피해 사실 노출을 꺼렸던 피해자가 두 달여 뒤 마음을 바꿔 정식신고를 한 점을 고려하면, 성추행 가해자가 B 상사로부터 경고를 받은 뒤 오히려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B 상사는 피해자가 정식 신고를 원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보호 조치를 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자는 지난 5월 27일 민간 식당에서 상관 C 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 직후엔 주임 상사에게만 보고했다가 두 달여 만인 8월 9일 마음을 바꿔 정식 신고를 했다. 그러나 사흘 만인 12일 숙소에서 돌연 숨진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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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피해를 입은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부사관 이모 중사의 부친 이모씨가 28일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이 중사의 군번줄을 보여 주고 있다. 이 중사 부친은 국방부 수사를 비판하며 국회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뉴스1
성추행 피해를 입은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부사관 이모 중사의 부친 이모씨가 28일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이 중사의 군번줄을 보여 주고 있다. 이 중사 부친은 국방부 수사를 비판하며 국회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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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성추행 피해 여중사 사망 관련 회견하는 하태경
해군 성추행 피해 여중사 사망 관련 회견하는 하태경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전날 숨진 채 발견된 해군 여중사가 지난 3일 유족에 보낸 메시지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폭력 가해자 사과하겠다며 불러낸 뒤
“술 안 따르면 3년간 재수 없을 것”

해군 중앙수사대는 C 상사를 군인등강제추행 혐의로 구속해 추가 성추행 및 2차 가해 여부를 집중적으로 수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해군 여중사와 유가족이 주고받은 문자 내용에 따르면 피해 여중사는 지난 3일 부모에게 보낸 문자에서 “(가해자가) 일해야 하는데 자꾸 배제하고 그래서 우선 오늘 그냥 부대에 신고하려고 전화했다”라며 “제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안 될 것 같다”라고 밝혔다.

또 성폭력 가해자는 사과하겠다며 피해 여중사를 불러 술을 따르게 했는데, 이를 거부하자 “술을 따라주지 않으면 3년 동안 재수가 없을 것”이라며 악담을 퍼부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중령과 상사 등 2명이 추가로 입건되면서 이번 사건 피의자는 가해자를 포함해 총 3명이 됐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있어선 안 될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유족과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한 치 의혹 없게 철저히 수사해 유족과 국민께 소상히 밝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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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사건, 중간수사결과 발표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사건, 중간수사결과 발표 국방부 합동수사단이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사건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한 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고(故) 이 모 중사 추모소 모습. 2021.7.9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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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피해 신고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이모 중사의 모친이 28일 오전 경기 성남의 국군수도병원에서 기자회견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날 이 중사의 유족 측은 “국방부 수사에 한계를 느낀다”며 국회 차원의 조사를 강력히 요청했다. 2021.6.28 뉴스1
성추행 피해 신고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이모 중사의 모친이 28일 오전 경기 성남의 국군수도병원에서 기자회견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날 이 중사의 유족 측은 “국방부 수사에 한계를 느낀다”며 국회 차원의 조사를 강력히 요청했다.
2021.6.28 뉴스1
공군선 女중사 회식 불러낸 뒤 강제추행
상관 “없던 일로 해주면 안 돼?” 회유
“살면서 한번 겪을 수 있는 일이야”

앞서 공군에서는 지난 3월 선임으로부터 억지로 저녁 회식 자리에 불려나간 뒤 차안에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한 이모 공군 중사가 가해자와 부대 상관으로부터 사건 무마를 위한 회유·협박 등에 시달리다 2개월여 만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이 중사는 피해사실을 정식으로 상관에게 신고했지만, 오히려 상관들은 “없던 일로 해주면 안 되겠느냐”며 가해자인 D 중사와의 합의를 종용하거나 “살면서 한번 겪을 수 있는 일”이라며 회유를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으로 이성용 당시 공군참모총장은 군복을 벗었고, 서 장관은 “장관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대국민사과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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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죽음 앞에서
친구의 죽음 앞에서 8일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모 공군 중사 분향소를 찾은 고인의 고등학교 동기들이 슬픔에 잠겨 있다. 2021.6.8/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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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질론 제기된 서욱 국방부 장관
경질론 제기된 서욱 국방부 장관 공군에 이어 해군에서도 발생한 성추행 피해 사망사건과 관련해 정치권을 중심으로 장관 경질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서욱 국방부 장관이 17일 오전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정부서울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2021.8.17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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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 통제되는 해군 2함대사령부
출입 통제되는 해군 2함대사령부 공군에 이어 해군에서 여성 부사관이 성추행 피해 신고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13일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의 모습. 2021.8.13 뉴스1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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