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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으로 코로나 치명률 뚝 떨어져… 경증은 자가격리, 위중환자에 집중할 때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 치명률 뚝 떨어져… 경증은 자가격리, 위중환자에 집중할 때

강국진 기자
강국진, 박찬구 기자
입력 2021-08-12 22:36
업데이트 2021-08-13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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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방역 패러다임 전환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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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라제네카는 ‘공급 원활’
아스트라제네카는 ‘공급 원활’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 수급 문제로 인해 코로나19 예방접종이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잔량은 비교적 여유가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접종자들이 선호하는 화이자·모더나에 반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신뢰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 방역 당국이 해당 백신 대상자를 50세 이상으로 제한한 것 등이 원인으로 보여진다. 김기남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접종기획반장은 “유행 상황이라든지 백신 수급 상황에 따라서 접종 가능 연령에 대한 논의는 변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향후 상황에 따라서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아스트라제네카(AZ) 연령 변동에 가능성을 열어뒀다. 사진은 12일 서울의 한 병원에 쌓여 있는 폐기된 아스트라제네카. 2021.8.12 뉴스1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000명을 오르내리는 등 확산세가 계속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만 의존하는 방역 대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4주 넘게 강도 높은 거리두기를 계속하는데도 델타 변이 등장 후 유행을 꺾는 게 가능한지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도 늘었다. 정부도 당장은 거리두기+알파를 거론하면서도, 확진자 통제 위주에서 벗어나 경증은 자가치료로 전환하고 고위험군·위중증환자를 중심에 두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2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1987명이라고 밝혔다. 전날 2222명에 비하면 235명 줄었다고는 하지만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특히 지역 발생 확진자 1947명 중 비수도권이 746명으로 지난해 2~3월 대구·경북 중심의 1차 유행 이후 가장 많았다.

델타 변이에 더해 접종 완료 후 ‘돌파감염’ 증가라는 변수까지 등장하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확진자 규모를 줄이면서 백신 접종을 계속해 집단감염을 달성한다는 목표 자체를 재설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무증상이나 경증 환자는 자가치료 중심으로 변경하고, 고령자와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과 위중증환자에게 의료자원을 집중하는 ‘투트랙’ 방안 등이 거론된다.

방역 체계 전환 주장에서 핵심으로 거론되는 것은 자가치료다. 현재 경증환자 치료는 주로 생활치료센터에서 맡고 있다. 하지만 실제 치료보다 격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형편이다. 전화와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최근 확진자가 늘면서 이마저도 포화상태 우려가 나온다. 자가치료는 경증환자는 집에 머물면서 보건소를 통해 비대면 건강관리를 받는 방식이다. 경기도에선 50세 이하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자가치료를 위한 ‘홈케어 운영단’을 자체적으로 운영중이다.

전문가들은 자가치료가 생활치료센터보다 더 효율적일 뿐 아니라 적게는 수십명 많게는 수백명이 함께 있는 생활치료센터보다 안전성도 더 높다고 강조한다. 이미 지난 6월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연구소에서 자가치료 방안을 방역 당국에 제출하기도 했다. 게다가 코로나19 환자의 80~90%가 입원할 필요가 없는 경증이고, 그 가운데 위중증으로 악화되는 비율이 5%도 안 된다는 점에서 확진자 증가에 대응하는 대안적인 모델로 평가받는다.

정부에서도 방역 체계 전환에 대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방역 전문가들과의 간담회에서 “국민의 협조 덕에 여기까지 왔는데 (지금까지 해 온) 이런 방식이 한계에 온 것 아닌가 하는 지적도 많다”며 “델타 변이 이후에 세계적으로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프레임이 맞느냐는 지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으로 신규 확진자 대신 중증·사망자 규모를 주요 지표로 관리하는 이른바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을 검토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추가 방역 필요성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면서도 “확진자 대신 위중증·사망자 수로 방역 체계를 만든다는 것은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것인데 현재 이 정도 수위까지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전화 인터뷰에서 “영업시간 제한, 사적모임 금지 등을 해제해야 한다. 확진자가 생기면 경증은 자가치료하면서 위중증 환자를 위한 병상 확보와 치료체계 강화에 주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평균 치명률이 0.98%인데 백신 접종을 시작한 뒤 지난달 0.18%까지 떨어졌다. 독감 수준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정부가 확진자 숫자에 너무 집착한다”고 비판했다. 오명돈(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장도 “국민 70%가 접종을 완료해도 5차 유행은 올 것이다. 이제는 코로나19를 두창처럼 근절하거나 홍역처럼 제거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기본적인 방향은 동의하지만 현재 코로나 유행 상황이나 의료체계 준비를 고려할 때 지금 당장 적용하는 건 무리”라면서 “시차를 두고 점진적으로 국민의 공감을 받아서 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세종 박찬구 기자 ckpark@seoul.co.kr
2021-08-1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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