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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해체·불법 하도급, 광주 붕괴참사 인재였다

무리한 해체·불법 하도급, 광주 붕괴참사 인재였다

임주형 기자
임주형 기자
입력 2021-08-09 22:34
업데이트 2021-08-10 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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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사고조사위원회’ 결과 발표

철거 방식도 안 지키고 과도한 흙쌓기
1층 바닥판 흙 무게 못 이겨 내려앉아
재하도급 거쳐 공사비 28만원→4만원
현대산업개발 부실 공사 알고도 묵인
정부 해체공사 안전강화안 오늘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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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발생한 광주 해체건물 붕괴 참사는 안전 불감증과 불법 하도급이라는 건설업계 고질적인 병폐로 인한 인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체 공사비가 재하도급을 거치면서 원래의 7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고, 원도급사인 현대산업개발은 이런 부실 공사를 알고 있으면서도 묵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10일 여당과 협의를 거쳐 해체공사 안전강화방안을 발표한다.

국토교통부 ‘광주 해체공사 붕괴사고 중앙건축물사고조사위원회’는 지난 6월 9일 광주 재개발 현장에서 발생한 해체공사 붕괴 사고에 대해 이런 내용의 조사 결과를 9일 내놓았다. 광주 동구 재개발지역 내 5층 건물이 해체공사 중 도로변으로 붕괴되면서 정차 중인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조사위는 당시 사고가 무리한 방식으로 철거공사를 진행하다 발생한 인재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건물 내부 바닥 절반을 철거한 뒤 10m 이상 높이의 흙을 과도하게 쌓아 올렸다가 1층 바닥판이 흙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파괴됐다는 것이다. 상부에서 하부 순서로 진행돼야 하는 철거 방식을 지키지 않았고, 흙도 지나치게 높이 쌓았다가 참사로 이어졌다. 1층 바닥판이 붕괴된 뒤 위쪽에 있던 흙이 앞으로 쏠리면서 건물이 모두 무너지고 말았다.

조사위는 살수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지지 않았고 지하층 흙 되메우기도 부족하게 진행되는 등 안전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고 밝혔다. 이영욱(군산대 건축공학과 교수) 조사위원장은 “현대산업개발이 해체공사 공법에 대해 어느 정도 인식을 하고 있었으나 이를 묵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불법 재하도급이 이뤄진 사실도 확인됐다. 현산은 조합으로부터 해체 공사비를 3.3㎡당 28만원으로 수주했는데, 이를 한솔기업에 하도급을 주면서 10만원으로 내려갔다. 한솔기업은 다시 백솔건설에 재하도급하면서 해체 공사비는 3.3㎡당 4만원으로 낮아졌다. 당초 공사비의 7분의1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조사위는 공사 설계자와 허가권자 등 관계자가 해체계획서 작성·검토·승인 과정을 형식적으로 하거나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게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해체계획서 작성 매뉴얼을 만들고, 작성과 검토 과정에 전문가를 참여시켜야 한다고 권고했다. 불법 하도급 처벌 수준을 강화하는 한편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처벌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흥진 국토부 국토도시실장은 “조사위에서 규명된 사고조사 결과와 재발 방지대책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한 사항을 바탕으로 해체공사 안전강화방안을 마련해 10일 당정 협의를 거쳐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산은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자세한 입장은 밝히기 어렵다”면서 “재하도급 부분에 대해서는 인지하지 못했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조사위는 최종 조사 결과 보고서를 약 3주 뒤 국토부에 제출할 예정이며, 국토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2021-08-1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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