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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대까지 57년…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열다

시상대까지 57년…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열다

최병규 기자
입력 2021-08-08 17:52
업데이트 2021-08-09 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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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5종 사상 첫 메달… 전웅태 銅 획득

“다음은 銀·金 목표”… 폐회식 기수 선정
펜싱·수영·승마 후 육상·사격 3위 다툼
‘2012 런던 11위’ 정진화도 4위 새 역사
LH 비인기 종목에 ‘37년 후원’도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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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태가 지난 7일 일본 도쿄 경기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근대5종 마지막 경기 육상 ‘레이저 런’ 종목에서 3위로 결승선을 밟으며 동메달을 확정한 뒤 두 팔을 벌려 기뻐하고 있다. 전웅태는 한국 근대5종 사상 올림픽 출전 57년 만에 처음으로 메달을 획득했다. 함께 출전한 정진화도 4위라는 좋은 성적을 기록하며 한국 근대5종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도쿄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전웅태가 지난 7일 일본 도쿄 경기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근대5종 마지막 경기 육상 ‘레이저 런’ 종목에서 3위로 결승선을 밟으며 동메달을 확정한 뒤 두 팔을 벌려 기뻐하고 있다. 전웅태는 한국 근대5종 사상 올림픽 출전 57년 만에 처음으로 메달을 획득했다. 함께 출전한 정진화도 4위라는 좋은 성적을 기록하며 한국 근대5종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도쿄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도쿄올림픽 마지막 메달의 주인공은 야구도 배구도 아니었다. ‘만능 스포츠맨’ 전웅태(26·광주광역시청)가 마침내 근대5종의 메달 꿈을 이뤘다. 한국 근대5종이 올림픽에 첫발을 내디딘 지 57년 만이다. 뜻깊게도 전웅태의 메달은 대한민국 선수단의 도쿄올림픽 마지막 메달로 대미를 장식했다.

전웅태는 지난 7일 일본 도쿄 경기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근대5종 남자 개인전에서 5개 종목 합계 1470점을 얻어 조지프 충(영국·1482점), 아메드 엘겐디(이집트·1477점)에 이어 3위에 올라 동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남자 근대5종은 1964년 도쿄 대회부터 출전했지만 메달을 딴 건 전웅태가 처음이다. 이전까지 한국 남자 근대5종의 올림픽 최고 성적은 1996년 애틀랜타 대회의 김미섭, 2012년 런던 대회 때 정진화(32·LH)가 수확했던 11위였다. 아시아 선수의 메달 획득도 2012년 런던 대회 때 차오중룽(중국)의 남자 개인전 은메달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근대5종은 펜싱(에페), 수영, 승마, 육상(크로스컨트리), 사격을 한 명의 선수가 모두 치르는 종목이다.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피에르 쿠베르탱이 나폴레옹의 전령 영웅담에 영감을 얻어 고안한 종목으로 1912년 스톡홀름 대회부터 올림픽에 도입됐다. 한국 근대5종은 전웅태의 동메달과 정진화의 4위(1466점)라는 호성적으로 역사를 새로 썼다.

지난 5일 펜싱 랭킹라운드에서 9위(226점)에 그쳤던 전웅태는 이날 첫 경기인 수영에서 1분57초23의 기록으로 전체 6위에 올라 316점을 더했다. 펜싱 보너스 라운드에서는 발랑탱 프라드(프랑스)에 져 보너스 점수를 따내지 못했다. 그러나 제한시간 4초를 넘기고 장애물 한 개를 떨어뜨린 승마에서는 289점을 획득, 중간합계 831점으로 4위로 올라섰다.

육상과 사격을 결합한 마지막 경기 ‘레이저 런’에 특히 강한 면모를 보여 온 전웅태는 중간 성적 1위로 가장 먼저 출발한 충보다 28초나 늦게 출발해 정진화 등과 치열한 3위권 경쟁을 벌이다 기어코 세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리우 대회 19위에서 5년 만에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화려하게 변신한 전웅태는 “메달이 생각보다 무겁다. 나에겐 금메달보다 값진 동메달이다. 이 느낌을 평생 간직하면서 살겠다”먼서 “이번에는 이렇게 동메달을 땄지만 앞으로 ‘은’과 ‘금(메달)’이 더 남았다. 다음에는 가장 높은 곳에서 태극기가 올라가는 모습을 국민께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5년 동안 대회를 준비하면서 동고동락한 정진화와의 ‘브로맨스’도 화제다. 전웅태는 “같은 방 숙소에서 아침에 눈을 뜨면 ‘함께 시상대에 오르자’고 약속했다”면서 “3, 4등으로 갈렸지만 그래도 진화 형과 후회 없이 경기하자고 한 약속을 지켰다”고 말했다. 4위에 오른 정진화도 “다른 선수가 아닌, 웅태의 등을 보면서 결승선을 통과해 많이 편했다”고 화답했다.

폐회식 기수로 선정돼 선수단을 이끈 전웅태는 “앞으로 근대5종의 매력을 더 많이 알리고 싶다”면서 “모르는 분들이 많을수록 나는 더 많이 알릴 준비가 돼 있다. 제게 많이들 물어봐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웅태의 값진 동메달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37년 후원’도 한몫했다. LH는 비인기 스포츠 활성화를 위해 1985년부터 근대5종을 지원해 왔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2021-08-0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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