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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행 버스를 타라”…젊어지는 정치권

“메타버스행 버스를 타라”…젊어지는 정치권

김가현 기자
김가현 기자
입력 2021-08-05 10:27
업데이트 2021-08-0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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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서 한국판 뉴딜 설명·대선 출마
민주당 대선경선기획단 기자회견도 진행“젊은 공간에서 젊은 소통…혁신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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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과 참가자들이 네이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의 포시즌 카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유튜브 캡처.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과 참가자들이 네이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의 포시즌 카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유튜브 캡처.
“앞으로의 미래는 디지털 경제, 친환경 그린 경제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고, 다함께 더불어 살 수 있는 사회 안전망이 매우 중요하게 될 텐데…”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설명은 지난해 발표됐던 한국판 뉴딜 2.0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이와 같은 설명이 ‘메타버스’ 공간에서 이뤄졌다는 것이 차이였다. 홍 부총리는 지난 4일 기획재정부 유튜브 채널의 ‘메타버스에서 한국판 뉴딜을 말하다!’라는 영상에서 일상 속 한국판 뉴딜을 설명했다.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의 포시즌 카페에서 경제전문 유튜버 ‘천덩이’와 세정이네 가족도 함께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메타버스 설명이 끝난 뒤 홍 부총리는 실제 모습으로 돌아와 설명을 이어나가,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모습도 보였다.

●정치권, 너도나도 ‘메타버스’ 탑승
최근 3차원 가상세계 ‘메타버스’가 주목을 받음에 따라, 정치권에서도 메타버스를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다. 메타버스는 현실세계와 유사하게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가상세계로, 1992년 미국 SF 작가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 크래시’에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정보통신의 발달과 더불어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모임 증가로 메타버스의 입지는 점점 강화돼 왔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메타버스로 정치 무대를 확장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홍 부총리에 앞서 민주당은 국내 정당 최초로 메타버스에 조성된 사무실을 대선 경선 과정에서 사용 중이다.

민주당은 부동산중개업체 ‘직방’이 개발한 메타버스 공간 ‘메타폴리스’의 7층 건물을 분양받았으며, 1개 층에는 중앙당사가, 나머지 층들에는 대선 경선 후보 6명의 캠프 사무실이 각각 들어갈 예정이다. 각 층은 최대 300명이 동시 접속할 수 있고, 최대 16명이 입장할 수 있는 회의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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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선경선기획단이 메타버스 공간에서 기자단과 질의응답을 하는 모습. 더불어민주당 유튜브 플랫폼 ′델리민주′ 캡처.
민주당 대선경선기획단이 메타버스 공간에서 기자단과 질의응답을 하는 모습. 더불어민주당 유튜브 플랫폼 ′델리민주′ 캡처.
민주당 대선경선기획단은 지난달 26일 시범적으로 메타버스 공간에서 기자단과 질의응답을 진행했으며, 입주식 등 경선 관련 행사를 메타버스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후보들이 국민들에게 정책제안을 받거나 후보들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슬기로운 후보생활’ 프로그램 중 일부는 메타버스 안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선 후보들도 메타버스의 세계로 뛰어들고 있다. 이낙연 후보는 6월 22일 자신의 국가 비전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라는 이름으로 제페토에서 대선 출마선언식을 했으며, 지난달 16일엔 제페토에서 팬미팅도 열었다.

이재명 후보는 6월 26일 메타버스 플랫폼 ‘점프’에서 경기도 청년참여기구 발대식을 열고 청년들을 만났고, 박용진 후보와 김두관 후보도 메타버스에서 대선캠프 출범식, 기자회견 등 행사를 개최했다. 야권에서는 원희룡 후보가 지난 5월 ′업글희룡월드′를 만들어 제페토 안에서 소통 중이다.
‘메타버스’ 방식으로 진행된 ‘제1기 경기도 청년참여기구’ 발대식 영상 캡처
‘메타버스’ 방식으로 진행된 ‘제1기 경기도 청년참여기구’ 발대식 영상 캡처
메타버스를 정치권에서 활용하는 사례가 비단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대선 유세가 한창이던 지난해 9월, 조 바이든 당시 민주당 후보는 게임 ‘동물의 숲’에서 아바타로 등장해 유세를 벌이기도 했다.

이처럼 정치권의 메타버스 사용은 ‘코로나 시대’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는 한편, MZ세대와 같은 젊은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새로운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강훈식 민주당 대선경선기획단장은 “물리적 거리 두기를 유지하면서도 의미 있는 경선을 만들기 위해 경선 무대를 가상공간으로 옮길 예정”이라며 “정당 사상 최초로 선거운동에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시도”라고 밝혔다. 코로나로 연기된 경선 일정을 비대면으로 채워 대중의 지속적인 관심을 유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젊은 공간서 소통 시도...의미를 넘어 혁신”
MZ세대에게 가상공간의 자아는 현실세계의 자아만큼이나 중요하다. 때문에 젊은 유권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목적으로 정치권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한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메타버스 외에도 젊은 층이 많이 이용하는 SNS를 통해 접근하는 시도도 있다. 일례로 박용진 의원과 정세균 전 총리는 MZ세대 사이에서 큰 유행으로 떠오른 ‘틱톡’으로 선거 유세를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의 메타버스 활용이 ‘청년 정치’의 방법을 바꿀 건강한 변화라고 말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메타버스라는 공간은 기성 정치권에서 도외시 하기 쉬운 젊은층의 ‘유희의 공간’이라고 치부하기 쉬운데, 정치권이 메타버스로 들어오는 것 자체가 10대에 관심을 보이는 출발점이고 소통의 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매일 젠더갈등을 얘기하고 생산성 없는 토론에 매달리는 것보다 오히려 10~20대가 많이 모이는 공간에서 정치적 어젠다를 발산하고 토론과 참여를 유도하는 것은 의미있는 것을 넘어서 혁신적”이라고 평가했다.
김가현 기자 kgh52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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