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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만큼 값진 스포츠맨십, 그들은 친절했다

승부만큼 값진 스포츠맨십, 그들은 친절했다

이경주 기자
이경주 기자
입력 2021-08-03 14:11
업데이트 2021-08-03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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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높이뛰기서 ‘승부뛰기’ 대신 공동 금메달
女트라이애슬론선 포기 않도록 다른 선수 응원
엉켜 넘어져도 서로 일으키고, 승자 위한 통역도
지난 1일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800m 준결승전에서 아이자이어 주잇(미국)과 니젤 아모스(보츠와나)가 넘어진 뒤 일어나 서로 손을 맞잡으려는 모습. AP
지난 1일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800m 준결승전에서 아이자이어 주잇(미국)과 니젤 아모스(보츠와나)가 넘어진 뒤 일어나 서로 손을 맞잡으려는 모습. AP
“이건 스포츠를 뛰어넘는 무언가에요. 청년 세대에게 우리가 전하는 메시지죠.”

지난 1일 올림픽 높이뛰기 역사상 첫 공동 금메달을 목에 건 카타르의 무타즈 바르심은 “나도 금메달을 받을 자격이 있고 그도 역시 그렇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와 2m 37이라는 올림픽 기록으로 동률을 이룬 건 이탈리아의 잔마르코 탐베리였다. 해당 종목의 라이벌이자 친구인 둘은 ‘승부뛰기’를 하는 대신 둘 다 금메달을 목에 걸기로 합의했다. ‘참가 선수 전원이 승부뛰기를 거부하면 공동 순위를 인정할 수 있다’는 국제육상경기연맹의 예외에 따른 것이다. 탐베리도 “친구와 나누는 것이 더 아름답다. 마법 같다”고 했다.

일본 도쿄올림픽 방송 주관사인 미국 NBC방송은 두 친구가 공동 금메달에 합의한 뒤 부둥켜안고 행복해하는 장면을 트위터에 게재했다. 미 시민들은 “인류애를 느꼈다”, “모두 챔피언이 될 자격이 있다”, “국경을 초월하는 스포츠맨십을 봤다”는 식으로 옹호하는 댓글을 달았다. 반면 “최고의 한명을 가리는 게 올림픽”이라거나 해당 규정을 바꿔야 한다는 글도 있었다.
지난 1일 도쿄올림픽 높이뛰기 역사상 첫 공동 금메달을 받기로 합의한 이탈리아의 잔마르코 탐베리가 카타르의 무타즈 바르심를 안고 있다. AP
지난 1일 도쿄올림픽 높이뛰기 역사상 첫 공동 금메달을 받기로 합의한 이탈리아의 잔마르코 탐베리가 카타르의 무타즈 바르심를 안고 있다. AP
그간 흘린 땀을 바탕으로 자국 선수가 세계 최고가 되는 순간을 함께하는 감동과 전율이 올림픽의 매력이지만, 이런 사례처럼 의외의 감동을 선사하는 장면도 적지 않다.

폭스뉴스 등은 2일(현지시간) 여자 트라이애슬론에서 24위로 달리던 로테 밀러(노르웨이)가 잠시 멈추고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는 클레르 미셸(벨기에)에게 다가가 격려와 응원의 말을 건넨 장면을 보도했다.

미셸은 이후 자리에서 일어나 결승선으로 달렸고 34위, 꼴찌로 경기를 마쳤다. 하지만 54명 중 20명이 중도 포기한 가운데, 그는 고통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으면서 올림픽 정신을 보여줄 수 있었다.

육상 남자 800m 준결승전에서는 아이자이어 주잇(미국)과 니젤 아모스(보츠와나)가 뒤엉켜 넘어졌다. 하지만 주잇은 아모스에게 손을 내밀었고, 두 사람은 어깨동무를 하고 다시 걸었으며, 결승선을 함께 통과했다.
지난달 27일 일본 도쿄 올림픽 여자 트라이애슬론 경기에서 24위로 달리던 로테 밀러(노르웨이)가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는 클레르 미셸(벨기에)에게 응원의 말을 건네고 있다. AP
지난달 27일 일본 도쿄 올림픽 여자 트라이애슬론 경기에서 24위로 달리던 로테 밀러(노르웨이)가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는 클레르 미셸(벨기에)에게 응원의 말을 건네고 있다. AP
서핑 경기에서는 은메달을 딴 일본의 이가라시 카노아가 금메달을 목에 건 브라질의 이탈로 페레이아를 위해 시합 후 기자회견에서 통역을 해주는 장면이 포착됐다. 카노아는 준결승에서 브라질의 가브리엘 메디나를 이긴 뒤 브라질 시민들로부터 개최지가 아니었다면 메디나가 이겼을 경기라는 비판을 받던 상황이었다.

ABC방송은 “코로나19로 지연된 도쿄 올림픽에서 (선수들이 서로를 존중하는) 이런 감정은 증폭됐다”며 “도쿄올림픽은 삶의 정상화에 대한 갈망이 분명했고 익숙한 얼굴을 볼 수 있는 것에 대한 감사가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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