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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서정’으로 날아오른 여서정… “이젠 아빠 이겨보고 싶다”

‘여서정’으로 날아오른 여서정… “이젠 아빠 이겨보고 싶다”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21-08-02 00:46
업데이트 2021-08-02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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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첫 ‘부녀 메달리스트’ 탄생

공중서 두 바퀴 회전·완벽 착지로 1차 1위
2차 착지 실수마저 25년 전 여홍철과 닮아
“아빠와 많은 문자 주고받으며 자신감 회복”
여홍철 “여서정의 아버지로 불리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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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체조 대표팀 여서정이 1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올림픽 기계체조 여자 도마 결승전 1차 시기에서 펼친 연기를 연속 촬영한 모습. 여서정은 한국 여자체조 사상 최초 올림픽 메달을 획득했다. 동메달 획득으로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남자 도마 은메달리스트인 아버지 여홍철 교수와 함께 한국 첫 부녀 올림픽 메달리스트라는 기록을 세웠다.  도쿄 연합뉴스
한국 여자체조 대표팀 여서정이 1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올림픽 기계체조 여자 도마 결승전 1차 시기에서 펼친 연기를 연속 촬영한 모습. 여서정은 한국 여자체조 사상 최초 올림픽 메달을 획득했다. 동메달 획득으로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남자 도마 은메달리스트인 아버지 여홍철 교수와 함께 한국 첫 부녀 올림픽 메달리스트라는 기록을 세웠다.
도쿄 연합뉴스
아버지의 은메달은 25년 뒤 딸의 동메달로 이어졌다. 착지 과정에서의 모습도 꼭 빼닮았다. 여서정(19·수원시청)이 첫 출전한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한국 스포츠에 길이 남을 이정표를 세웠다.

여서정은 1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기계 체조 도마 결선에서 1, 2차 시기 평균 14.733점을 획득했다. 15.083점의 레베카 안드라데(22·브라질), 14.916의 마이카일라 스키너(25·미국)에 이어 3위다. 8명 중 3위로 동메달이 확정되자 여서정은 이정식 대표팀 감독, 민아영 코치 등을 끌어안고 눈물을 쏟아냈다.

결선 무대에서 5번째로 출격한 여서정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심호흡을 한 뒤 힘차게 달려나간 여서정은 1차 시기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등재된 난도 6.2점짜리 ‘여서정’(도마를 짚은 뒤 공중에서 두 바퀴를 도는 720도 회전 기술)을 선보였다. 공중을 한 마리 새처럼 돌아 나온 여서정은 거의 완벽한 착지로 15.333점의 압도적인 점수를 받았다. 자신도 놀란 1차 1위. 2차 시기에 큰 실수만 없다면 금메달을 딸 가능성도 떠올랐다.

그러나 2차 시기가 조금 아쉬웠다. 난도 5.4의 기술을 시도했지만 착지 과정에서 자신의 탄력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세 발짝 물러났다. 25년 전 아버지가 2차 시기에서 자신의 탄력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밀리며 은메달을 땄던 바로 그 장면 그대로였다. 실수도 ‘부전여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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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대한체육회 체육대상 시상식이 끝난 뒤 여홍철(왼쪽) 교수와 포즈를 취한 여서정. 연합뉴스
2019년 2월 대한체육회 체육대상 시상식이 끝난 뒤 여홍철(왼쪽) 교수와 포즈를 취한 여서정.
연합뉴스
방송 해설위원으로 마이크를 잡은 여 교수는 딸의 경기를 지켜보며 감탄사와 탄식을 내뱉었다. 누구보다 딸의 마음을 잘 이해할 여 교수는 시상대 위에 오른 여서정을 향해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여서정의 메달은 한국 체조 역대 10번째 올림픽 메달이다. 앞선 메달은 모두 남자 선수가 차지해 여서정은 한국 최초의 여자 체조 선수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여서정은 “그동안 열심히 준비했는데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여서정은 “1차 시기에 너무 잘 뛰어서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 2차 시기에서 실수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면서도 “아쉽지 않다. 만족한다”고 웃었다.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었다. 여서정은 “일본에 온 뒤 자신감이 많이 없어져서 아빠랑 문자를 많이 주고받았다”며 “아빠가 장문으로 많은 글을 써 줬고 지금껏 잘해 왔으니 열심히 준비하라고 격려해 주셨다”고 설명했다. 중학교 2학년 때 너무 힘들어 그만두려 생각했을 때에도 아버지의 위로로 이를 극복했다. 목표의식을 세워 준 것도 그때였다. 도쿄올림픽에서 자신의 기술인 ‘여서정’을 성공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 목표는 달성했다.

그동안 ‘여홍철의 딸’로 존재감이 컸던 여서정은 이번 메달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여서정 역시 “아빠가 계셔서 그간 부담감도 많았고 보는 시선도 많았는데 이젠 더 열심히 준비해 아빠를 이겨 보고 싶다”고 선언했다. 여 교수는 “이젠 여서정의 아버지로 불리고 싶다”며 딸의 앞날을 응원했다.

도쿄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2021-08-0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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