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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해도 내집 마련 기약 없다”...새 임대차법 1년 성적표

“맞벌이 해도 내집 마련 기약 없다”...새 임대차법 1년 성적표

김채현 기자
김채현 기자
입력 2021-08-01 10:50
업데이트 2021-08-0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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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파트 전세 줄고 월세 ‘28%→35%’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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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계약 보장 등을 담은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30일 서울 송파구의 공인중개업소 매물정보 게시판이 빈 채로 있다. 이날 법 통과로 전세 품귀 현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합뉴스
‘2+2년’ 계약 보장 등을 담은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30일 서울 송파구의 공인중개업소 매물정보 게시판이 빈 채로 있다. 이날 법 통과로 전세 품귀 현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합뉴스
신규 계약 3건 중 1건 이상이 월세 껴
서울 25개구 모두 월세 낀 거래 늘어
금천구는 55%가 월세 포함
월세 높아져 무주택자 주거 부담


작년 7월 새 임대차보호법 시행 후 임대인들은 보호됐을까?

새 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저금리에 보유세 인상 등 전셋값이 크게 뛰자 집주인들은 전셋값 인상분을 월세로 돌리는 경우가 많아졌고, 전세를 구하지 못하거나 오른 전셋값을 대지 못하는 세입자들의 울며겨자먹기식 반전세 계약 사례가 늘어났다.

무주택자 입장에선 통상 은행 이자보다 높은 수준으로 책정되는 월세를 매달 꼬박꼬박 내야 해 주거비 부담이 늘어난 것이다.

신규 계약 3건 중 1건 이상이 월세 껴…
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한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인 작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1년 동안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는 총 17만6163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순수 월세나 월세를 조금 낀 형태의 거래는 6만1403건으로, 전체 임대차 거래의 34.9%를 차지했다.

새 임대차법 시행 전 1년 동안은 월세를 낀 임대차 거래의 비중이 30%를 넘긴 적이 한 번(지난해 4월 32.6%)이었다.

그런데 법 시행 후에는 작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1년간 월세 낀 거래 비중이 30% 미만인 달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작년 8월 31.0%에서 9월 32.9%, 10월 34.7%로 오른 뒤 11월(40.1%)에는 40%를 돌파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도 1월 35.4%, 4월 39.0% 등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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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를 담은 새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지난 7월 말 시행된 후, ‘전세 대란’을 넘어 이제 월세 시장마저 들썩이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78% 급등,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6년 1월 이후 4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월(0.12%) 대비 상승률이 6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월 0.78% 상승세가 1년간 이어지면 전체 월세 시장의 평균 가격이 10% 가까이 오르는 셈이다. 수도권 월세 상승률도 지난달 0.6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2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2020.10.25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를 담은 새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지난 7월 말 시행된 후, ‘전세 대란’을 넘어 이제 월세 시장마저 들썩이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78% 급등,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6년 1월 이후 4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월(0.12%) 대비 상승률이 6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월 0.78% 상승세가 1년간 이어지면 전체 월세 시장의 평균 가격이 10% 가까이 오르는 셈이다. 수도권 월세 상승률도 지난달 0.6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2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2020.10.25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월세 낀 거래 금천구 ‘22%→55%’ 급등
지역별로 보면 서울 25개 자치구 모두 월세 낀 거래 비중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천구는 법 시행 전 22.2%(2333건 중 517건)에서 시행 후 54.7%(3635건 중 1988건)로 32.5%나 급등했다.

이어 강동구가 같은 기간 25.1%에서 41.3%로 16.2%포인트 높아졌고, 마포구가 32.4%에서 43.8%로 11.4%포인트 올라갔다.

월세 부담 가중되며 무주택자 시름 깊어져
전셋값이 큰 폭으로 뛰면서 월세, 반전세 등의 임대료도 함께 올라갔다.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단지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의 경우 지난달 계약 신고가 이뤄진 임대차 거래 36건 중 월세를 낀 거래는 16건(44.4%)으로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확인된다.

전용면적 84㎡의 경우 작년 상반기 보증금 1억원에 월세 250만원 안팎에 다수 거래가 이뤄졌다.

마포구의 한 아파트를 반전세로 계약한 이모(35)씨는 “신혼집을 구하려 주변 아파트를 돌아다녀 봤지만, 순수 전세는 없고, 있어도 임대료가 너무 비싸 감당할 수 있는 물건이 없었다”면서 “집값이 너무 올라 맞벌이를 해도 내 집 마련에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기약할 수 없고, 그동안 매달 내야 하는 월세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무주택자들은 억 단위로 뛴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해 매달 100만원 안팎의 현금을 월세로 내야 하는 상황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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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 전세난 해결에는 부족
이런 가운데 올해 하반기와 내년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전세난 해결에는 부족한 수준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모집공고 기준 3만864가구로, 작년(4만9411가구)보다 37.5% 적다.

올해 하반기 입주 물량은 상반기보다 25.9% 적은 1만3141가구에 그치고, 여기에 내년도 입주 물량도 2만463가구로, 올해보다 33.7% 줄어들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새 임대차법 도입에 따라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기존 계약을 2년 연장하는 임차인이 늘면서 이들의 주거 안정성은 개선됐지만, 전세 시장에 나오는 물건이 줄면서 전세난이 심화했다고 분석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당장 올해 가을 이사철을 시작으로 중장기적으로도 공급 위축에 따른 폐해가 우려된다”며 “정부가 정치적인 고려 없이 서민 주거 안정 측면에서 전세 시장의 현실과 전망을 면밀히 점검하고 분석해 대응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충고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 계약 갱신 증가와 실거주 요건 강화 등 규제로 전세 물량이 사라지고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며 “정부의 규제가 시장 왜곡을 야기해 시장을 혼란스럽게 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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