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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점 210실점’ 韓럭비…꼴찌 했지만 행복해요

‘29점 210실점’ 韓럭비…꼴찌 했지만 행복해요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21-07-28 17:56
업데이트 2021-07-28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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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백스테이지] 여정 마친 ‘비인기’ 럭비 선수들

실업팀 3개·선수 100명… 저변 열악
“세계에 존재감 보여줄 수 있어 소중”
28일 일본 도쿄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일본의 올림픽 7인제 럭비 11·12위 결정전에서 장용흥과 세루 호세가 볼을 잡기 위해 치열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날 한국 럭비 대표팀은 일본에 19-31(12-19, 7-12)로 패했다. 도쿄 연합뉴스
28일 일본 도쿄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일본의 올림픽 7인제 럭비 11·12위 결정전에서 장용흥과 세루 호세가 볼을 잡기 위해 치열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날 한국 럭비 대표팀은 일본에 19-31(12-19, 7-12)로 패했다.
도쿄 연합뉴스
올림픽은 비인기 종목에 기회의 무대다. 평소에 없던 미디어와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럭비 98년사에 최초로 올림픽 무대를 밟은 럭비 대표팀이 그랬다.

성적까지 따랐다면 더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럭비 대표팀은 5전 5패에 그쳤다. 득점은 29점, 실점은 210점. 마지막 경기였던 28일 한일전에서 19-31로 패하면서 최종 12위로 대회를 마쳤다. 전체 꼴찌다.

비인기 종목이 관심을 받으려면 성적이 필수라는 점에서 럭비는 아쉽게도 흥행에 실패했다. 게다가 다른 인기 종목과 시간이 겹치다 보니 중계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어쩌면 럭비가 올림픽에 진출했고 경기를 다 마쳤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수도 있다.

한국 럭비의 현실을 잘 모르는 이들은 ‘그런 실력으로 어떻게 갔느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현실을 잘 아는 이라면 쉽게 할 수 없는 얘기다. 럭비는 1923년 국내에 도입됐지만 지금은 명맥을 유지하기조차 벅찰 정도로 열악하다. 실업팀은 3개, 선수는 100명 남짓에 불과하다.

지난해 코로나19로 훈련을 멈췄던 선수들은 올림픽을 앞두고 다시 모였지만 방역 때문에 선수촌 입촌 인원이 18명으로 제한돼 연습 파트너 선수가 함께 들어올 수 없었다. 외부 훈련장을 구하려고 해도 잔디 파손을 이유로 받아주는 곳도 없었다.

어려운 환경 속에 참가한 올림픽에서 세계의 벽은 높았다. 선수들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대표팀 주장 박완용은 “큰 무대에 설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기쁘지만 조금 더 좋은 모습을 보여 줬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며 미련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도 선수들에게 이번 기회는 더없이 소중했다. 럭비가 있는지도 몰랐을 사람들에게 럭비를 알렸고 한국 럭비를 몰랐을 세계에 존재를 알렸기 때문이다. ‘국가대표 럭비 선수’라는 자랑스러운 호칭을 단 선수들이 “사람들에게 럭비를 보여 줄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말하는 이유다.

올림픽을 통해 후배들에게 조금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은 선배들의 행진은 일단 멈췄다. 그러나 이제 시작이다. 경기장을 찾아 홀로 태극기를 휘날리던 최윤 럭비협회장도 “올림픽이 좋은 출발이 될 것 같다”고 희망을 다짐했다.
도쿄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2021-07-2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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