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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특전사 성추행 재정신청 기각한 군사법원의 황당 논리

[단독] 특전사 성추행 재정신청 기각한 군사법원의 황당 논리

곽소영 기자
곽소영, 손지민 기자
입력 2021-07-28 17:38
업데이트 2021-07-29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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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검찰단. 사진=연합뉴스
국방부 검찰단. 사진=연합뉴스
육군 특수전사령부(특전사) 소령의 성추행 사건을 불기소한 군검찰의 처분을 다시 판단해 달라고 제출한 재정신청에 대해 군사법원이 “법률 적용 여부는 군검찰의 일”이라는 이유로 신청을 기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검찰의 판단이 잘못되지 않았는지 물었는데, 군검찰이 판단했기에 잘못이 없다며 도돌이표식 결정을 내린 셈이다. 민간 사법시스템에 비해 구제 장치도 허술해 이번 성추행 사건은 이대로 종료될 가능성이 커졌다.

28일 서울신문이 입수한 특전사 성추행 불기소 재정신청 결정문을 보면 국방부 고등군사법원 제1부는 “군검사가 피신청인에 대한 피의사실을 ‘군인 등 준강제추행(치상)’으로 법률을 적용하지 않아 재판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나, 어떤 법률을 적용할 것인가는 법률 전문가인 군검사의 권한에 속하는 주장”이라는 이유로 지난 20일 기각했다.

앞서 지난해 7월 육군 특전사 양성평등상담소에 A씨가 B씨를 성추행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정식으로 수사가 이뤄져야 할 사안이라는 상담소의 의견에 따라 B씨는 이 사건을 고소했으나 군검찰은 지난해 10월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B씨 측은 지난해 12월 군검찰이 강제추행 여부만을 한정해 수사했고,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혐의 등에 대해서는 법리적 검토를 하지 않아 재판단이 필요하다며 군사법원에 재정신청서를 제출했다.

B씨의 법률대리인인 이은의 변호사는 “이 사건의 문제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이 다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라면서 “민간 검사가 다뤘다면 단정할 순 없어도 준강제추행으로 기소될 여지는 있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군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한 구제 장치가 허술하다는 지적도 있다. 일반 형사사건은 피해자가 고소한 후 불기소 처분을 받으면 검찰에 항고할 수 있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법원에 재정신청, 대법원에 재항고 등 다양한 절차를 밟을 수 있다. 그러나 군 형사사건은 절차가 한정적이다. 고등군사법원에서 재항고도, 재정신청도 판단하기 때문이다. 민간 검찰에 재고소를 하더라도 군검찰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 형사적 판단은 사실상 종료된 셈이다.

이 변호사는 “국방부는 내부에 수사기관과 법원을 한꺼번에 안고 있어 ‘제 식구 감싸기’가 일어나기 쉽다. 그래서 성범죄 피해자들의 권리 실현이 어렵고, 피해자의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는 것”이라면서 “국방부가 성범죄 사건을 계속 군형법 중심으로 다룰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소영 기자 soy@seoul.co.kr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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