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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물난리 취재하던 외신기자, 성난 군중에 봉변당할 뻔

中 물난리 취재하던 외신기자, 성난 군중에 봉변당할 뻔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1-07-27 17:09
업데이트 2021-07-2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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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BBC 기자로 오인받아 취재 가로막혀

중국 물난리 피해 취재 중 항의받는 독일 기자
중국 물난리 피해 취재 중 항의받는 독일 기자 지난 24일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의 마티아스 베링거 기자(오른쪽)가 중국 허난성 정저우 시내 물난리 피해 현장 취재를 나갔다가 그를 영국 BBC 기자로 오인한 중국 시민들에게 둘러싸여 항의를 받고 있다. 그에게 “중국에 대해 제대로 보도하라”고 항의하던 남성은 베링거 기자가 “인터뷰를 해도 되겠느냐”고 묻자 “좋다”라고 답했다가 카메라를 꺼내들자 인터뷰를 거절했다. 2021.7.27
트위터 캡처
중국 허난성 정저우의 물난리 현장을 취재하는 외신기자가 적대적인 군중에 둘러싸여 취재를 방해받고 봉변을 당할 뻔한 일이 발생했다.

현지 주민들은 최근 신장위구르 지역의 인권 탄압 의혹을 보도해 중국 정부와 갈등 중인 영국 BBC의 기자로 오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를 입은 기자는 독일 방송국 소속으로, 그는 “만약 정말 BBC 기자였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모르겠다”며 우려를 표했다.

독일 기자, 물난리 취재하다 현지 주민에 가로막혀
중국 물난리 피해 취재 중 항의받는 독일 기자
중국 물난리 피해 취재 중 항의받는 독일 기자 지난 24일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의 마티아스 베링거 기자(오른쪽)가 중국 허난성 정저우 시내 물난리 피해 현장 취재를 나갔다가 그를 영국 BBC 기자로 오인한 중국 시민들에게 둘러싸여 항의를 받고 있다. 2021.7.27
트위터 캡처
26일 중화권 매체 둬웨이에 따르면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의 마티아스 베링거 기자는 지난 24일 물난리가 난 중국 허난성 정저우 시내에서 수해 와 관련해 촬영을 하다가 성난 군중에 둘러싸였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11개의 트윗을 올려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LA타임스 앨리스 수 특파원과 함께 물난리 피해가 컸던 쇼핑센터 인근으로 취재를 나갔던 베링거 기자는 “여성 2명이 다가오더니 한 명은 내게 누구냐고 물어보면서 말을 걸었고, 다른 한 명은 내 모습을 계속 촬영해 그 의도를 의심케 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후 대부분 중년으로 보이는 대략 10명의 남자들이 몰려들었고, 자신들의 신원은 밝히지도 않으면서 내게 촬영이 불법이라고 말했다”면서 “내가 못 알아듣는 척하며 현장을 떠나려 하자 한 사람이 길을 막아섰고, 그래서 나도 그들의 모습을 찍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들은 내게 ‘로빈 브랜트’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당신이냐“고 물었고, 나를 밀치면서 ‘나쁜놈’, ‘중국에 먹칠하지 말라’고 소리를 질렀다”면서 “한 사람은 내 휴대전화를 잡아채기도 했다”고 전했다.

외신들이 중국에 대해 어떻게 보도해야 하는지 훈계하던 한 중년 남성은 베링거 기자가 “인터뷰를 해도 되겠느냐”고 묻자 “좋다”고 답했다가 기자가 카메라를 꺼내들자 “안 된다. 난 당신이 싫다”며 인터뷰를 거절하기도 했다.

BBC의 중국 비판 기사에 中-英 갈등 심화
군중이 지목한 로빈 브랜트는 BBC 방송의 중국 특파원이다.

지난 2월 영국이 중국 공산당의 통제 아래 운영된다는 이유로 중국 CGTN 방송의 면허를 취소하자, 중국은 BBC월드뉴스가 의도적으로 중국에 먹칠을 했다면서 자국 내 방영을 금지했다. 3월에는 CGTN에 ‘홍콩 시위 관련 5건의 방송에서 중립성을 유지하지 못했다’며 수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미 올해 초 BBC가 중국의 코로나19 초기 은폐 의혹과 신장 위구르 지역 인권 탄압 문제 등을 통해 중국에 비판적인 보도를 하자 중국은 강하게 반발한 바 있었다.

이후 중국에서도 BBC 월드뉴스의 방송이 금지됐고, 홍콩에서도 중계가 중단됐다.

“중국에서 꺼져!”…독일 기자 “中 언론환경 매우 두렵다”
중국 물난리 피해 취재 중 항의받는 독일 기자
중국 물난리 피해 취재 중 항의받는 독일 기자 지난 24일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의 마티아스 베링거 기자(오른쪽)가 중국 허난성 정저우 시내 물난리 피해 현장 취재를 나갔다가 그를 영국 BBC 기자로 오인한 중국 시민들에게 둘러싸여 항의를 받고 있다. 그에게 “중국에 대해 제대로 보도하라”고 항의하던 남성은 베링거 기자가 “인터뷰를 해도 되겠느냐”고 묻자 “좋다”라고 답했다가 카메라를 꺼내들자 인터뷰를 거절했다. 2021.7.27
트위터 캡처
베링거 기자는 “결국 처음에 내게 말을 건 여성이 군중을 진정시켰고, 내가 브랜트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군중도 조용해졌다. 일부는 내게 사과했다”면서 “중국 관영매체와 국수주의자들 사이에서는 BBC뉴스에 반대하는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웨이보에는 내게 행동을 취하라고 요구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만약 정말 그(브랜트)였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모르겠다”면서 “현재 중국의 언론 환경은 매우 두렵다”고 덧붙였다.

당시 현장에 동행했던 앨리스 수 기자도 트위터를 통해 당시 상황을 전하면서 “그들은 ‘여기는 중국이야. 중국에서 꺼져!’라고 소리를 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주 정저우에서 이 같은 적대감과 맞닥뜨린 외국 기자는 우리뿐만이 아니다”고 전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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