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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로의 아침] 집값 폭등보다 더 무서운 그것은…/이기철 산업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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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ㅣ 수정 : 2021-07-26 01:33 세종로의 아침 섹션 목록 확대 축소 인쇄
이기철 산업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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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철 산업부 선임기자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서울 임차인 다수가 혜택을 누릴 수 있음을 확인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엊그제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한 말이다. 또 “임대차 갱신율이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57.2%)에서 10채 중 약 8채(77.7%)가 갱신되는 결과가 됐다”라고도 했다.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 상한제·임대차 신고제 등 임대차 3법 시행 1년을 앞두고 한 자랑이다.

이 정도의 현실 인식이라면 고위 공직자가 아니라 집단 최면에 걸린 정치인의 그것과 마찬가지다. 전세 갱신 계약을 한 77.7% 가운데 상당수는 다른 곳으로 이사할 수 없어 주저앉았다는 점이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의 지난달 갱신 계약은 4억 5000만원이었지만, 신규 계약은 9억 5000만원이었다. 신규와 갱신 계약의 보증금이 2배 정도 차이가 나는 이중가격이 고착화되면서 세입자가 섣불리 원하는 지역으로 옮겨 가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문제는 지난해 하반기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 임차인들이다. 내년 하반기부터 돌아오는 계약 만료 이후 새로 계약하면 보증금을 현재의 2배 이상 올려주지 않을 수 없다.

홍 부총리가 말하지 않은 대목으로, 작년 7월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가 얼마나 올랐을까. KB부동산 월간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최근 1년간 서울 아파트 전세는 한 달에 1000만원 이상인 1억 2756만원(25.6%)이 올랐다. 10채 중 8채가 갱신 계약을 했다지만 1년만 더 지나면 이들은 ‘보증금 폭탄’을 떠안게 된다. 전형적인 ‘조삼모사’ 정책을 자화자찬하는 것은 너무 낯간지럽다.

정책 실패를 낳는 현실 왜곡은 이뿐만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4년간의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에 대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질문에 국토교통부는 2017년 5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17%라고 답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같은 기간 71.8%(4억 3591만원)가 올랐다. 답변대로 ‘불과’ 17% 올랐다면 홍 부총리와 노형욱 국토부 장관, 심지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까지 나서 집값이 고점에 이르렀다고 경고할 일인가. 정부의 이런 답변을 국민은커녕 이들도 믿지 못한다는 방증이다.

주무 부처 장관의 현실감도 도마에 오른다. 시장 소환 주민투표 사태를 부른 과천시에 이어 태릉골프장 택지 개발에 대해 서울시가 반대 입장을 밝히자 노 장관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태릉골프장에 상응하는 부지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했다. 상응하는 다른 부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면 애초 태릉골프장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 “전 세계 자산가격 재조정 시기가 머지않아 온다. (영끌 매수해서) 2년만 살면 양도세 60~70%를 내야 하기 때문에 바로 매도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도소득세 60~70%를 낸다는 것은 결국 매매할 때 차액 소득을 챙긴다는 말이다. 즉, 노 장관은 본의 아니겠지만 집값이 오른다고 시인한 건 작은 실수다.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는 것은 필요한 곳에 공급이 부족한 탓이다.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곳에 원하는 아파트를 공급하면 급등에 제동을 걸 수 있다. 예컨대 시장에 맞게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를 백지화하자 은마아파트의 전세 물건이 2배로 늘고, 호가도 1억원 내리고 있다. 잠실주공5단지와 성산시영아파트를 비롯한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들의 움직임도 비슷하다.

집값 급등보다 더 무서운 것은 고위 공직자들이 시장에서 불신받는 데 있다. 이들의 발언과 정책이 현실과 괴리됐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책에서 득표 계산과 이념을 빼고, 헌법이 보장한 ‘쾌적한 주거’를 위한다면 시장은 답하게 돼 있다. 그럴 의지나 진정성이 있을까라고 시장이 반문한다.

이기철 산업부 선임기자 chuli@seoul.co.kr
2021-07-26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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