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이건 못 참지]‘산린이’로 거듭난 MZ세대…“복잡한 고민, 산에 버리러 가요”

[이건 못 참지]‘산린이’로 거듭난 MZ세대…“복잡한 고민, 산에 버리러 가요”

오경진 기자
오경진 기자
입력 2021-07-24 07:00
업데이트 2021-07-24 07: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건강과 재미 일석이조, 등산 즐기는 2030

이미지 확대
등산을 즐기는 젊은 세대가 늘고 있다. 사연의 주인공 김나현씨가 보내주신 사진
등산을 즐기는 젊은 세대가 늘고 있다. 사연의 주인공 김나현씨가 보내주신 사진
“산(山)에 고민을 버리러 가요. 대신 쓰레기를 주워 오죠.”

미용업에 종사하는 MZ세대 ‘산린이’ 김나현(28)씨는 등산의 이유를 이렇게 정의했다. 지난해 극심한 스트레스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김씨는 머릿속이 복잡해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친구와 무작정 북한산에 올랐다. 그렇게 친구와 국내 명산(名山)을 하나씩 정복하다가, 더 많은 사람과 함께하면 좋겠다 싶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등산팸’을 결성했다. 어색할 것 같았던 모르는 사람과의 등산은 외려 김씨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동호회 사람들과 호흡을 맞추며 암벽이나 릿지(산등성이)를 등반하는 등 어려운 과제도 척척 해냈다. 정상에서 즐기는 짜릿한 경치와 건강한 몸매는 덤이다. 본격적으로 산에 오른 지는 1년, 김씨는 “등산으로 마음을 비우는 법을 배웠다”고 강조했다.

“무작정 정상을 찍고 내려오는 게 등산이 아니었어요. 그동안 쌓인 고민을 산에 오르면서 곱씹다보면, 어느새 고민이 한참 작아졌음을 느껴요. ‘쓰레기는 줍되, 고민은 버리자.’ 등산을 즐기는 저만의 꿀팁입니다.”

과거 중년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등산에 MZ세대가 가세하고 있다. 각종 인증샷은 물론 재치 있는 동영상 콘텐츠도 쏟아지면서 점차 ‘힙한’ 문화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SNS를 통해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 ‘산린이’를 검색하면 약 6만 8000개의 게시물이 뜬다. 산린이는 ‘산’과 ‘어린이’를 합성한 단어로 등산을 처음 시작한 사람을 의미한다. 저마다 개성 있는 등산복을 차려입은 인스타그램 속 2030 산린이들은 멋진 산 정상을 배경으로 속속 인증샷을 찍어 올리고 있다.

등산복 매출도 덩달아 오른다. 23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아웃도어 상품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약 22%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2030 젊은 층의 매출 신장률이 31%로 크게 증가하며, 전체 매출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튜브에서도 등산 콘텐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구독자 139만명을 거느리는 개그 채널 ‘피식대학’은 지난해부터 ‘한사랑산악회’라는 콘텐츠를 꾸준히 올리고 있다. 중년 남성에 빙의한 젊은 개그맨들이 등산, ‘먹방’을 하며 웃음을 주는 콘텐츠다. 현재 영상 70여개가 올라와 있다. 영상 하나당 조회 수가 많게는 수백만에 육박한다. 배우 이시영도 유튜브 채널 ‘땀나는티비’를 열고 직접 등산을 하는 콘텐츠를 편집해 올리고 있다.
이미지 확대
모델들이 네파의 ‘C-TR 3.0’ 라인 제품을 입고 있다. 네파 제공
모델들이 네파의 ‘C-TR 3.0’ 라인 제품을 입고 있다.
네파 제공
MZ세대는 어떤 등산복을 입을까. 역설적으로 들리지만, ‘등산복스럽지 않은 등산복’을 찾는 모양이다. 형광색 촌스러운 디자인에서 벗어나 일상복으로 입어도 등산복처럼 보이지 않는 스타일을 선호한다. 네파가 올해 초 선보인 ‘C-TR 3.0’ 라인업은 정확히 이런 수요를 겨냥한 제품이다. 뉴트럴톤(무채색)을 기반으로 꼭 산이 아닌 도심에서 입어도 무방한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물건 하나를 구매해도 환경 등을 생각하는 ‘가치소비’ 트렌드에 맞춰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제작한 상품을 내놓기도 한다. 블랙야크는 폐페트병을 재활용한 재생섬유로 만든 등산복 라인 ‘플러스틱(Plus+plastic) 컬렉션’으로 내놓은 바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MZ세대 사이의 등산 열풍은 코로나19 확산이 부추긴 측면도 있다. 실내에 모여서 하는 운동보다는 등산, 캠핑 등 바깥에서 소규모로 즐기는 활동이 그나마 안전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등산은 멋진 자연 풍경을 만끽하면서도 어마어마한 운동량을 보장하므로 인증샷을 즐기며 건강을 중시하는 MZ세대가 향유하기 알맞은 스포츠”라면서 “최근 코로나 재확산세와 폭염이 다소 잦아들면 다시 등산에 나서는 인구가 폭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유통, F&B 담당 기자들이 지금 가장 뜨거운 아이템에 얽힌 사연과 함께 최신 트렌드를 전해드립니다. 이메일을 통한 다양한 사연 제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많이 본 뉴스

의료공백 해법, 지금 선택은?
심각한 의료공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대 증원을 강행하는 정부와 정책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료계가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사회적 협의체를 만들어 대화를 시작한다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고 대화한다
정부가 전공의 처벌 절차부터 중단한다
의료계가 사직을 유예하고 대화에 나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