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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맞았어도 마스크를” 美 지방정부들 잇단 복원-英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백신 맞았어도 마스크를” 美 지방정부들 잇단 복원-英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임병선 기자
입력 2021-07-18 06:10
업데이트 2021-07-1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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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도 전염성 강한 인도발(發) 변이 바이러스인 ‘델타 변이’가 확산하면서 백신 접종자들도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권고하는 지역이 늘고 있다. 반면 영국에서는 19일(이하 현지시간)부터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폐지해 하루 신규 확진 5만명대를 넘긴 상황을 무시하려 한다는 비판에 정부가 우왕좌왕하고 있다.

● 파우치 박사도 “지방정부 재량권 분명히 있어”

실리콘밸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 베이 일대의 카운티들은 16일 공동 성명을 내고 백신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공공 실내장소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권고했다고 CNN 방송이 17일 보도했다. 샌프란시스코카운티 외에도 앨러미다·콘트라코스타·마린·샌타클래라·샌머테이오·소노마카운티,그리고 버클리시가 동참했다.

‘카지노의 도시’ 라스베이거스를 관할하는 서던네바다 보건구도 백신 접종자와 미(未)접종자 모두 마스크를 쓰라고 권고했다.
지난 3월 3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여성이 마스크를 쓴 채 양산을 받쳐 들고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로이터 자료사진 연합뉴스
지난 3월 3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여성이 마스크를 쓴 채 양산을 받쳐 들고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로이터 자료사진 연합뉴스
앞서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는 15일 확진자와 입원 환자가 급증하자 미국 지방정부로는 처음으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복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캘리포니아주의 새크라멘토·욜로카운티도 실내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다.

전염병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도 이런 지방정부의 방역 조치 강화를 권장했다. 그는 16일 밤 NBC 방송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19가 확산되는 곳에서는 “지역 당국이 이 바이러스의 확산을 확실히 억제하기 위해 ‘모두가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말하는 식으로 추가 조치를 할 재량권을 분명히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지난 1월 초의 겨울철 대확산 이후 처음으로 50개 주(州)와 수도 워싱턴DC에서 모두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존스홉킨스대학 데이터에 따르면 16일 미국의 신규 확진자는 7만 9310명 나온 것으로 집계됐다. 전날의 2만 8412명이나 15일까지 일주일의 하루 평균 확진자 2만 6448명에서 3배 가까이로 껑충 뛴 것이다.

이는 일부 주에서 확진자 집계가 지연되다가 며칠치 통계를 한꺼번에 보고하면서 일시적으로 수치가 치솟는 착시 현상일 수도 있다. 존스홉킨스대는 그전에도 여러 차례 집계된 데이터를 며칠 뒤 수정한 일이 있다.

컬럼비아대학 의료센터의 크레이그 스펜서 박사는 백신 미접종자가 코로나19에 걸릴 위험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경고했다. 스펜서 박사는 “어떤 지역에서는 아마도 (위험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을 것”이라며 “왜냐하면 마스크 착용 의무화도 없고, 사람들이 근심 없이 멋진 여름을 즐기면서 (코로나19에) 노출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의 항공 여행객 수는 16일 또다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최고 기록을 고쳐 썼다. 교통안전청(TSA)은 이날 219만 9000여명이 공항 보안검색대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 코로나19 핫스폿(집중발생 지역)의 하나로 떠오른 미주리주 스프링필드-그린카운티의 보건국장 대행 케이티 타운스는 코로나19 환자가 늘면서 이번 주 이 지역 병원들의 병상이 꽉 찼다고 말했다. 타운스 국장대행은 “가장 충격적인 것은 (환자의) 인구 분포와 연령”이라며 병원에 입원하고 중환자실(ICU) 치료나 산소가 필요했던 사람들이 고령자에서 20대, 30대, 40대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또 병원에 입원하는 거의 모든 환자가 백신을 안 맞은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다시 방역 고삐 죄지 않으면 가을에 전면 봉쇄” 경고

영국에서는 다시 방역 고삐를 죄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하원 보건·사회복지위원회 제러미 헌트 위원장은 17일 BBC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9월 학교 개학 후에도 확진자가 계속 증가하면 방역 규제를 다시 도입해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간 가디언은 정부가 규제완화 로드맵이 되돌릴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은 버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 근거로 보리스 존슨 총리의 대변인이 일부 규제 재도입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은 거부하면서 총리가 막대한 경제·사회·보건 비용을 감안하면 재도입을 피하고 싶어한다고 답한 점을 들었다.

영국이 규제를 푸는 날이 다가올수록 자국 내에서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걱정하는 시선이 늘어나고 있다. 이날 신규 확진자는 약 5만 5000명으로, 세계보건기구(WHO) 집계에 따르면 이미 브라질, 인도네시아와 함께 세계 최상위 수준이다.
영국 샌드위치의 로열 세인트 조지 골프코스에서 진행된 브리티시 오픈 골프대회 3라운드가 진행된 17일(현지시간) 조던 스피스(미국)가 18번홀을 향해 걸어가는데 갤러리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19일부터 마스크와 사회적 거리 두기 등 방역 규제가 해제되는데 벌써 긴장이 이완돼 가을쯤 다시 봉쇄되는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샌드위치 AP 연합뉴스
영국 샌드위치의 로열 세인트 조지 골프코스에서 진행된 브리티시 오픈 골프대회 3라운드가 진행된 17일(현지시간) 조던 스피스(미국)가 18번홀을 향해 걸어가는데 갤러리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19일부터 마스크와 사회적 거리 두기 등 방역 규제가 해제되는데 벌써 긴장이 이완돼 가을쯤 다시 봉쇄되는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샌드위치 AP 연합뉴스
영국 정부 최고의학보좌관인 크리스 휘티 교수는 코로나19 입원 환자가 3주마다 배가 되고 있으며 지금 추세가 이어지면 “상당히 무서운 숫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과학자들은 ‘이머전시 인터내셔널 서밋’에서 영국 정부에 규제 해제를 긴급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여기엔 주요국 정부에 자문하는 과학자들도 포함돼 있다.

이들은 백신이 안 통하는 변이가 생기는 환경을 만든다고 우려했다. 집단면역 전략으로 보이는 이 결정이 “부도덕하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확진자뿐 아니라 자가격리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면서 공장 생산과 식당 영업 등의 차질과 런던 지하철 등 대중교통 운행 중단 등의 문제가 벌써 등장했고 식품 유통망 마비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사지드 자비드 보건장관이 신속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데 따라 존슨 총리 등 주요 각료들이 대거 자가격리에 들어갈 수도 있다.

해외에서도 영국에 담을 높이고 있다. 불가리아가 영국발 입국을 막았고 프랑스도 영국 등에서 입국하면 24시간 내 코로나19 검사 음성 결과를 내도록 했다.

이에 더해 영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이 자꾸 바뀌면서 혼란이 더 커지고 있다. 실내 마스크 착용은 19일부터는 법적 의무가 폐지되지만 사실상 써야 하는 헷갈리는 상황이 된다. 정부는 마스크를 안 쓰는 ‘자유’라며 홍보하다가 최근 슬그머니 ‘주의’가 필요하다며 말을 바꾸고 톤을 낮췄다.

결국 런던시는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착용을 계속 요구한다고 발표했고 병원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가급적 원격진료하는 방침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대형 슈퍼마켓 등은 개별적으로 마스크 착용 방침을 내놓고 있다. 또 스코틀랜드와 웨일스에는 자체 방역 규정에 따라 마스크 착용 법적 의무가 남아 있다.

정부가 우왕좌왕하면서 여론도 분열됐다. 보수당과 우파 언론들은 ‘자유’를 내놓으라고 독촉하는 반면 이번 주 입소스 모리 조사에서는 10명 중 4명이 마스크 착용을 지지하고 3분의 1은 사무실 출근을 불편해 하며 25%는 나이트클럽 영업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왔다. 정부 대신 마스크 정책 결정권과 책임을 떠안은 사업자들은 직원과 고객 사이에서 법적 다툼에 휘말릴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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