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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컵 대신 텀블러, 비닐 대신 빈통… 2030의 ‘쓰레기 제로’

종이컵 대신 텀블러, 비닐 대신 빈통… 2030의 ‘쓰레기 제로’

하종훈 기자
하종훈 기자
입력 2021-07-15 17:44
업데이트 2021-07-16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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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원 청년참여연대 사무국장

이전 소비 방식으론 지속가능 삶 어려워
청년들 중심으로 ‘제로웨이스트’ 동참
무심코 버려지는 일회용품 줄이기 실천
카페 갈 땐 텀블러·스테인리스 빨대 지참
구입한 식재료는 집 반찬통에 담아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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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참여연대에서 ‘지구살림반성기’ 활동으로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삶을 고민하는 조희원 사무국장은 “내가 쓸 것들을 들고 다니면 때론 마트나 식당 종업원들이 당황한다”면서 “기업과 국가의 동참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청년참여연대에서 ‘지구살림반성기’ 활동으로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삶을 고민하는 조희원 사무국장은 “내가 쓸 것들을 들고 다니면 때론 마트나 식당 종업원들이 당황한다”면서 “기업과 국가의 동참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어르신들이 ‘내가 어렸을 때 지구는 이렇게 덥지 않았어’라고 말씀하시는 이야길 종종 듣습니다. 청년 세대라면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세상은 더욱 위험한 곳이 되겠네’라고 위기를 느끼지 않을까요.”

조희원(30) 청년참여연대 사무국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진행한 ‘제로웨이스트 강연워크숍 지구살림반성기’ 프로그램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조 사무국장은 “자연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 폐기물이 토양이나 강, 바다에 유입되면 정화가 어렵고, 소각할 때는 온실가스도 배출하게 된다”면서 “미래를 살아갈 2030세대에게는 탄소발자국을 남기는 일상에서 벗어나는 대안적 삶이 그만큼 절박하다”고 강조했다.

청년참여연대는 그동안 기후 위기에 꾸준히 관심을 두고, 플라스틱 등 일회용품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활동을 벌여 왔다. 특히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4일까지 추진한 지구살림반성기는 자신은 물론이고 타인이 무심코 버리는 쓰레기를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됐다.

조 사무국장은 일상에서 비닐봉지를 사용하지 않고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지만, 때로는 일회용품을 그냥 쓰고자 하는 유혹을 종종 느낀다고 했다. 개인 혼자서도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과 국가의 움직임까지 이끌어 내려면 기후위기에 관심 둔 청년들끼리 일단 머리를 맞대는 일이 우선 돼야 했다.

20~30대 청년 10여명이 모여 플라스틱 산업 관련 영화를 시청하고, 플라스틱과 배달쓰레기 문제에 대한 강연과 워크숍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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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은 화석연료를 쓰는 자원 소비에 대한 경각심으로 연결된다. 청년참여연대에서 만든 ‘지구살림반성기’에 동참한 이들이 경기 가평의 한 마트에서 직접 들고 간 반찬통에 포장한 두부를 한데 모아 보여 주고 있다.  청년참여연대 제공
기후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은 화석연료를 쓰는 자원 소비에 대한 경각심으로 연결된다. 청년참여연대에서 만든 ‘지구살림반성기’에 동참한 이들이 경기 가평의 한 마트에서 직접 들고 간 반찬통에 포장한 두부를 한데 모아 보여 주고 있다.
청년참여연대 제공
앞서 지난해 7월 쓰레기 줄이는 삶을 실천해 보자는 취지에서 1박 2일 동안 경기 가평에서 진행한 ‘제로웨이스트 챌린지’ 수련회에서는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체험을 해보기도 했다. 예컨대 저녁 반찬이 될 두부를 직접 가지고 간 반찬통에 담아 오거나, 일회용 비닐에 담긴 김치를 구입하지 않고 일반 식당을 돌아다니며 김치를 사 오는 방식이다. 그는 “마트 종업원들이 처음엔 당황했지만, 취지를 설명하니 불편해하면서도 두부를 잘라 반찬통에 넣어 주셨다”며 “하나하나 잘라 랩에 싸놓은 과일이 보기 싫어 수박을 트럭에서 통째로 사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단체가 아닌 개인이 혼자 반찬통을 들고 갔으면 선뜻 응해 줬을까 의문이 들었다”면서 “기업과 국가의 동참을 이끌어 내려면 좀더 적극적인 행동이 절실하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이번 워크숍에서 배달 음식을 많이 시키는 1인 가구 문제에 대해 토론했다. 또 8월 말 9월 초쯤 ‘쓰레기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일회용품 쓰레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설문조사도 병행해 관련 기업이 일회용품 생산을 줄이도록 유도한다는 복안이다. 그는 “올해는 코로나19로 증가한 배달 쓰레기 감소에 초점을 맞추고자 했다”면서 “2030세대는 사회적 가치를 일상과 연결해 실천하는 게 익숙한 세대라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이전의 소비 규모나 생활 방식으로서는 지속 가능한 삶이 어렵다는 걸 누구보다 잘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조 사무국장은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제로웨이스트 운동으로 온·오프라인 중고 장터를 좀더 이용하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때는 텀블러와 스테인리스 빨대를 지참할 것을 추천했다. 그는 “생필품을 제외한 물건을 살 때 반드시 새것 아니면 안 된다는 물건은 의외로 적다”며 “다만 텀블러를 3개월마다 한 번씩 바꾸는 생활은 의미가 없고, 결국 미래에 쓰레기가 될 것을 최대한 줄이려면 쓸데없는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 요지”라고 웃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21-07-1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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