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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시계 9시 56분… “툰베리 혼자선 안 돼” 10대들의 환경 연대

종말시계 9시 56분… “툰베리 혼자선 안 돼” 10대들의 환경 연대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입력 2021-07-15 17:44
업데이트 2021-07-16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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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세대 무관심에 반기… 기후행동 나선 ‘한국의 툰베리들’

기상이변 아닌 현실이 된 ‘지구의 경고’

“왜 시위를 하고 있니? 학교에 가야지.” 2018년 8월 스웨덴 의회 앞. 온실가스 감축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하는 열다섯 살 그레타 툰베리에게 어른들은 이런 말을 던졌다. 환경에 무심한 기성세대의 단면이다. 그러나 곧 이 아이로 인해 이들은 변화했다. 그해 12월 270여개 도시에서 2만여명이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에 동참하면서 툰베리의 환경운동은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한국에도 행동하는 젊은 환경지킴이들이 있다. 어릴 때부터 환경 문제로 디스토피아가 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보며 자라온 이들은, 변화를 일으켜 보려고 일상에서 주변으로, 정치권으로 역할을 확장해 가고 있다. 창간 117년을 맞은 서울신문은 환경 위기에서 벗어난 100년을 희망하는 마음으로 이들의 활약을 조명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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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후행동은 정부와 기업들에 기후 위기에 대한 행동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개봉한 다큐멘터리 ‘그레타 툰베리’ 상영관에서 ‘기후 정치’를 강조하는 피케팅을 하는 모습.  청소년기후행동 제공
청소년기후행동은 정부와 기업들에 기후 위기에 대한 행동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개봉한 다큐멘터리 ‘그레타 툰베리’ 상영관에서 ‘기후 정치’를 강조하는 피케팅을 하는 모습.
청소년기후행동 제공
지구 곳곳에서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올 2월, 겨울철 평균 기온이 10도 안팎이던 미국 텍사스주에 영하 18도 한파가 불어닥쳤다. 미국 태평양 북서부와 캐나다 서부는 지난달 내내 최고 기온 40~50도를 기록하며 그간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시베리아도 연일 30도가 넘는 이례적인 폭염에 시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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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시 기상이변의 영향을 받고 있다. 지난해 54일 동안 역대 최장 장마가 이어졌다. 지난 5월에는 평년을 훌쩍 뛰어넘는 많은 비가 내렸고, 7월엔 39년 만에 가장 늦은 장마가 시작됐다. 기상이변은 더이상 이변이 아닌, 현실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상이변의 주범으로 꼽히는 지구온난화는 점점 심해지고 빨라진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지구 표면 평균 기온은 이를 기록하기 시작한 1888년부터 2016년까지 1도 이상 상승했다. 북극 빙하코어(얼음기둥)를 시추해 수만 년 전 기후를 재구성해 보니, 온실가스 농도도 지난 80만년 동안 나타났던 수치보다 현재가 훨씬 높다. 200년 전까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기상이변은 결국 인간이 만든 거다.

기상학자들마저 현재 상황을 “미쳤다”고 단언한다. 즉각적인 대책이 없으면 종말에 내몰릴 것으로 예측한다. 래리 오닐 오리건주립대 교수는 미국과 캐나다의 폭염에 대해 NBC와 한 인터뷰에서 “자료상으로는 이미 기후변화 징후가 나타나고 있지만, 아마 이번 세기 중반까지는 정말 중대하고 영향력 있는 사건들이 목격되기 시작할 것”이라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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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후행동은 정부와 기업들에 기후 위기에 대한 행동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P4G 서울 녹색미래정상회의를 앞두고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썩은 당근 217㎏을 쏟아부었다. 2030년까지 한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17Mt 아래로 줄여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청소년기후행동 제공
청소년기후행동은 정부와 기업들에 기후 위기에 대한 행동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P4G 서울 녹색미래정상회의를 앞두고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썩은 당근 217㎏을 쏟아부었다. 2030년까지 한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17Mt 아래로 줄여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청소년기후행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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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후행동은 정부와 기업들에 기후 위기에 대한 행동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다. 툰베리와 활동가들이 화상으로 만나 연대와 지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청소년기후행동 제공
청소년기후행동은 정부와 기업들에 기후 위기에 대한 행동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다. 툰베리와 활동가들이 화상으로 만나 연대와 지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청소년기후행동 제공
5년 전, 전 세계는 지구온난화 대응을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자며 파리기후변화협정을 체결했다. 7개국만 빠지고 전 세계 모든 나라가 참여해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2도 아래로 억제하고 1.5도를 넘지 않도록 하는 걸 목표로 설정했다. 과학자들은 앞으로 10년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소 45% 줄여야만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국의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1990년 약 6.8t이었지만 2018년에는 14.1t으로 두 배 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총배출량 역시 2억 9000t에서 7억 2000t으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국제사회에서 ‘기후악당’이라는 쓴소리를 듣는 이유다. 한국은 파리협정에 따라 2030년까지 2017년 대비 온실가스 24.4% 감축을 목표로 제시했지만, 유엔은 이 비율을 50%로 높이라고 권고했다. 그만큼 한국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의미다.

한국의 환경위기시계는 9시 56분을 가리키고 있다. 일본 아사히글라스재단이 세계 환경 전문가들의 설문으로 만든 이 시계의 끝은 12시다. 세계의 시각은 9시 47분으로, 우리가 무려 9분이나 빠르다. 이 시계를 멈추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국가적 기후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대비해야 한다. 여기에 기업과 개인도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21-07-16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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