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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툰베리들] “다음 대통령, 기후위기 대응할 후보 뽑아야” 기후 정치 앞장 선 청소년들

[한국의 툰베리들] “다음 대통령, 기후위기 대응할 후보 뽑아야” 기후 정치 앞장 선 청소년들

김지예 기자
김지예 기자
입력 2021-07-15 17:44
업데이트 2021-07-19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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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후행동’의 김서경·윤현정 활동가

피켓시위로 시작해 채식 급식 등 끌어내
다큐 개봉 후 툰베리와 화상 응원·지지
케이팝 팬덤 연결하는 연대 활동도 계획



“정부·靑관계자 만나도 밖에서 하란 말만
결정권자 먼저 바뀌어야 기득권도 변화
약자 먼저 위협… 자신의 문제로 느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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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기행의 사무실에는 버려진 종이에 각종 구호를 적은 피켓들이 가득하다. 윤현정(왼쪽)·김서경 활동가는 “기후 위기는 이미 시작됐고 우리 일상을 파괴하고 있다”면서 “더 늦기 전에 석탄발전소 건설을 중단하고 온실 가스를 감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청기행의 사무실에는 버려진 종이에 각종 구호를 적은 피켓들이 가득하다. 윤현정(왼쪽)·김서경 활동가는 “기후 위기는 이미 시작됐고 우리 일상을 파괴하고 있다”면서 “더 늦기 전에 석탄발전소 건설을 중단하고 온실 가스를 감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왜 시위를 하고 있니? 학교에 가야지.” 2018년 8월 스웨덴 의회 앞. 온실가스 감축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하는 열다섯 살 그레타 툰베리에게 어른들은 이런 말을 던졌다. 환경에 무심한 기성세대의 단면이다. 그러나 곧 이 청소년으로 인해 세상은 변화했다. 그해 12월 270여개 도시에서 2만여명이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에 동참하면서 툰베리의 환경운동은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한국에도 행동하는 젊은 환경지킴이들이 있다. 환경 문제로 디스토피아가 된 미래를 우려한 이들은, 변화를 일으켜 보려고 일상에서 주변으로, 정치권으로 역할을 확장해 가고 있다. 창간 117년을 맞은 서울신문은 환경 위기에서 벗어난 100년을 희망하는 마음으로 이들의 활약을 조명해 봤다.

3년 전 자발적인 모임으로 ‘청소년기후행동’(청기행)은 환경 문제에 대해 팔짱만 낀 어른들에게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그레타 툰베리’(I am Greta)를 계기로 그레타 툰베리를 화상으로 만나 응원과 연대를 나눴고, 툰베리가 청기행의 활동에 대한 지지 영상을 보내기도 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청기행 사무실에서 만난 김서경·윤현정 활동가는 “그레타 혼자서는 할 수 없다”는 말을 먼저 꺼냈다. 툰베리는 분명 세계적 환경 아이콘이지만, 권력자와 정책 결정권자들의 실천이 없으면 실제 탄소배출 감축으로 연결되긴 불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기후대응 시간 7년도 안 남아… 정치 의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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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후행동은 정부와 기업들에 기후 위기에 대한 행동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개봉한 다큐멘터리 ‘그레타 툰베리’ 상영관에서 ‘기후 정치’를 강조하는 피케팅을 하는 모습.  청소년기후행동 제공
청소년기후행동은 정부와 기업들에 기후 위기에 대한 행동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개봉한 다큐멘터리 ‘그레타 툰베리’ 상영관에서 ‘기후 정치’를 강조하는 피케팅을 하는 모습.
청소년기후행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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툰베리와 활동가들은 영화 개봉을 계기로 화상으로 만나 서로 연대와 지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청소년기후행동 제공
툰베리와 활동가들은 영화 개봉을 계기로 화상으로 만나 서로 연대와 지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청소년기후행동 제공
툰베리의 결석 시위가 시작된 2018년 여름은 스웨덴에서 200여년 만에 가장 더웠던 해다. 큰 규모의 산불도 발생했다. 위기는 툰베리를 투사로 만들었다. 당시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툰베리가 피켓을 들었듯, 청기행도 9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은 6년 7개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6년”을 앞두고 청소년들은 ‘모두의 기후정치’ 캠페인을 시작했다. 기후 의제를 정치 안으로 포함시키는 게 목표다.

윤 활동가는 “차기 대통령이 기후변화에 공감하지 못하는 인물이라면 기후 위기를 막을 수 없다”고 절박하게 말했다. 현실은 시급한데 대선 후보들의 출마 선언에 기후 위기는 보이지 않는다. 21대 총선에서도 몇몇 정당이 공약에 ‘기후 위기’ 키워드를 담았지만 주요 의제로는 다루지 않았다. 김 활동가는 “부동산, 경제 성장 같은 주제만 거론될 뿐 기후 위기에는 관심이 없다”면서 “대통령이 탄소중립을 선언하지만 구체적인 이행 계획은 없다”고 비판했다.

●태풍 뒤 생활 마비 “내 삶의 문제구나 느껴”
김서경(왼쪽)·윤현정 활동가가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기후 위기에 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장환 기자
김서경(왼쪽)·윤현정 활동가가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기후 위기에 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장환 기자
청기행은 활동 이후 환경부, 교육부, 교육청, 청와대 비서관 등 다양한 정부 관계자들을 만났다. 그러나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됐고, 변화는 더뎠다. “자랑스럽다, 기특하다 칭찬하면서도 밖에서 열심히 해달래요. 내부는 바뀌기 어렵다고요. 결정권자가 가장 먼저 바뀌고 행동해야 변화가 일어나는 것 아닌가요.”(김 활동가) 정치권의 이러한 대응에 대해 윤 활동가는 “자신의 문제, 자신의 위기로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기후 위기는 사회 경제적 약자를 먼저 파고들어요. 기득권이 기후 위기를 체감할 때가 되면, 이미 평범한 사람들의 생존은 위협을 받고 있을 겁니다.”

이들이 기후 위기를 내 삶의 문제로 받아들인 계기 중 하나는 일상 속 기후 재난이었다. 울산에서 살던 윤 활동가는 지난해 여름 강한 태풍으로 생활 마비를 경험했다. 사상 최장의 장마와 태풍으로 학교가 문을 닫았다. 집에서 원전까지는 고작 30㎞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파고를 높이는 기후 위기가 삶을 덮칠 수 있다는 것을 느낀 이후, 친구들과 박스를 주워다 피켓을 만들고 결석 시위로 어른들의 행동을 촉구했다. 현재 청기행의 회원은 전국 150여명, 활동가도 32명이 됐다. 상근활동가인 두 사람은 주 5일 사무실에서 자료를 조사하고, 홍보하고, 활동을 위한 회의에 매진한다.

짧은 기간이지만 이끌어낸 변화는 작지 않다. “국회에서 탄소중립과 관련된 법안이 발의됐고 금융기관에서 탈석탄 선언을 했으며, 교육청 관계자들을 만난 이후에는 채식 급식이 도입됐다”고 두 사람은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울산, 서울, 전북, 인천 등에서 채식 선택 급식제나 채식의 날을 운영 중이다. 공장식 축산업이 기후 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중요한 변화다.

●일방적 생각 전달 아닌 재밌는 방식 찾을 것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들이 삼성에게 베트남 붕앙2 신규석탄에 불참할 것을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는 모습. 청소년기후행동 제공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들이 삼성에게 베트남 붕앙2 신규석탄에 불참할 것을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는 모습. 청소년기후행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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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후행동은 지난 5월 P4G 서울 녹색미래정상회의를 앞두고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썩은 당근 217㎏을 쏟아부었다. 2030년까지 한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17Mt 아래로 줄여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청소년기후행동 제공
청소년기후행동은 지난 5월 P4G 서울 녹색미래정상회의를 앞두고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썩은 당근 217㎏을 쏟아부었다. 2030년까지 한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17Mt 아래로 줄여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청소년기후행동 제공
글로벌 공감대를 형성하고 행동할 방법도 떠올리고 있다. 그중 하나는 케이팝 팬덤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지난해 인도네시아의 16개 케이팝 팬클럽이 자국에서 발생한 홍수와 지진 피해지역을 돕기 위해 1억원의 성금을 조성한 게 아이디어의 시작이다. “일방적으로 지식이나 생각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팬들이 ‘덕질’처럼 숨쉬듯, 재밌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겁니다.”(김 활동가)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2021-07-16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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