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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권혁경’을 만들 순 없었나… 박수받을 기회 걷어찬 NC·두산

‘제2의 권혁경’을 만들 순 없었나… 박수받을 기회 걷어찬 NC·두산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21-07-13 23:59
업데이트 2021-07-14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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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 고졸 신인 포수 권혁경은 지난 11일 kt 위즈전 딱 1경기만으로 자신의 이름을 확실하게 알렸다. 1회부터 메이저리그까지 다녀온 베테랑 선배의 도루를 막아내더니 실전에서 처음 호흡 맞춰보는 투수들을 이끌고 리그 1위 팀을 상대로 무실점 경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타석에서는 3개의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권혁경의 활약은 박수받기에 충분했다.

권혁경이 만들어낸 감동적인 장면은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프로야구를 쑥대밭으로 만든 코로나19 덕분이다. 경기를 앞두고 갑작스럽게 1군 포수 전원이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면서 급하게 콜업돼 기회를 얻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코로나19 발생 사고를 대비해 만든 매뉴얼대로 따른 아주 당연한 수순은 1군 데뷔가 더 늦어졌을 수 있는 권혁경에게 1군에서 빛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줬다.

이 시국에 팬들에게 더 사랑받는 건 당장의 몇 승이 아니라 이런 이야기와 장면이 아니었을까. 아쉽게도 권혁경 같은 선수는 당분간 또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가 스스로 이런 기회를 걷어찼기 때문이다. 리그 대표 화수분으로 꼽히는 NC와 두산에서 ‘제2의 권혁경’ 스토리가 만들어지진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9일 NC 선수의 확진 이후 사상 초유의 리그 중단 사태가 벌어지기까지 KBO와 구단들의 대처를 아쉬워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KBO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굉장한 격론 끝에 결정됐다”고 설명했지만 치열한 논의를 거쳐 나온 결론이라고 하기엔 스포츠 산업의 존재 기반인 팬들의 마음에 준 상처가 여간 큰 게 아니다.

하루 1000명이 넘는 신규 확진에 돌파감염까지 발생하는 시국에 코로나19 확진은 결코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누구나 어디서든 감염될 위험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고의 발생은 어쩔 수 없는 영역이라 해도 사후의 대처는 하기에 따라 충분히 평가가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다. 일찌감치 사과하고, 투명하게 공개하고, 약속한 대로 했으면 됐다.

그러나 NC와 두산은 당연한 행동을 한 KIA와 달리 골든타임을 놓쳤다. 사과문과 해명을 기다리는 팬들에게 침묵으로 일관했고, 그 와중에 사과문 대신 이벤트 당첨 공지로 “눈치 없다”는 빈축을 샀다. 뒤늦은 짤막한 사과문 하나가 전부인 상황은 그대로고 여전히 누구 하나 책임감 있게 나서지도 않는다.

성적만이 아니라 성적을 둘러싼 이야기까지 남는 시대에 ‘비난은 잠깐이고 기록은 영원하다’는 말은 더는 통하지 않는다. 때로는 기록보다 비난이 더 오래가기도 한다.

올해 NC와 두산에게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지난해처럼 좋은 성적을 내도 이번 사태의 꼬리표는 시즌 내내 따라다닐 것이 분명하다. 1군이 꿈인 선수들의 기회도 사라졌고 이번 일주일의 경기 결과 때문에 가을야구에 탈락하더라도 팬들의 이해를 얻을 기회도 놓쳤다.

명예를 한 번 잃으면 회복하기 어렵다. 엎질러진 물은 담을 수 없고 후회해봤자 소용은 없겠지만 두고두고 아쉬울 일이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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