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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미 대륙에 결핵을 처음 전파한 것은 바다표범/조현욱 과학과 소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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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ㅣ 수정 : 2021-07-09 01:45 열린세상 섹션 목록 확대 축소 인쇄
조현욱 과학과 소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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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욱 과학과 소통 대표

지난해 대유행을 시작한 코로나19의 전 세계 사망자 수가 지난 7일 400만명을 넘어섰다. 누적 환자는 1억 8500만여명(worldometers.info)이다. 하지만 2019년까지만 해도 전염병으로 인한 사망 원인 1위는 결핵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결핵 사망자 수는 140만명, 신규 발병자는 1000만명이었다. 결핵은 언제 시작돼서 어떤 방식으로 인류를 괴롭히기 시작했을까.

오랫동안 생물학자들은 그 유래를 안다고 생각해 왔다. 약 1만년 전 이후 인류가 가축을 키우면서 사람에게 옮겨 왔다는 것이다. 인간에게 결핵을 일으키는 균은 미코박테리움(Mycobacterium) 속(屬)의 튜버쿨로시스(tuberculosis) 종(種)이다. 이 속은 오소리에서 바다표범에 이르는 수많은 동물에게 병을 일으킨다. 소에서 흔히 발견되는 결핵균(Mycobacterium bovis)은 사람도 감염시킬 수 있다. BCG 백신도 이 균의 독성을 제거해 만든 것이다. 가축 유래설의 기반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늘날 연구자들이 대체로 합의하는 바에 따르면 결핵의 기원은 가축이 아니다. 생각보다 훨씬 더 오래전부터 우리의 조상을 괴롭히고 있었다. 유전학과 고병리학의 발달로 고대 DNA와 현대 DNA를 비교 분석할 수 있게 된 덕분에 드러난 사실이다. 초기의 호모에렉투스에서 기원해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가 아프리카로부터 세계 곳곳으로 퍼져 나가면서 균 자체도 함께 진화했다. 오늘날 인간 결핵균은 지역에 따라 각기 다른 일곱 가지 계통에 속한다.

스위스 바젤대학의 세바스티앙 가뉴가 2013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가장 오랜 계통은 아프리카 동부나 서부를 기원으로 한다. 분석에 따르면 이 균의 새로운 계통은 약 6만 7000년 전 출현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간에게 결핵을 일으킬 수 있는 미코박테리움 259종의 유전체 전체를 들여다본 결과다. 새로운 계통이 진화한 것은 현생인류가 세계 곳곳의 각기 다른 환경에 적응하면서부터다. 이들 균이 번창한 것은 농경과 목축 이후이지만 이것이 원인은 아니다. 농업혁명으로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한 곳에 빽빽하게 모여 살게 된 결과다.

흥미로운 사실은 미국 대륙에 이 균을 처음 퍼뜨린 것은 가축도 사람도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2014년 독일 튀빙겐대학 연구팀이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을 보자. 이들은 페루에서 발견된 1000년 전 유골 3구의 결핵균 유전체를 분석해 이를 현대의 균주와 비교했다. 분자유전학적 검토 결과 미국 대륙에 퍼진 여러 결핵 균주는 6000년 전 이후에 공통 조상으로부터 분화했다는 계산이 나왔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신세계로 결핵이 전파된 것은 러시아 극동 지역과 알래스카를 연결하는 육지 다리가 사라진 지 오랜 세월이 흐른 다음이라는 말이다. 미국 대륙에 인류가 첫발을 디딘 것은 이 육교를 통해서였다. 연구자들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1000년 전 페루의 유골에서 발견된 균주는 오늘날 인류를 감염시키는 결핵균 어떤 종류와도 달랐다. 이와 가장 비슷한 유형은 해표와 바다사자에서 발견된다. 즉 인간이 아니라 바다 포유류가 이 병을 신대륙으로 옮겼다는 의미다.

WHO에 따르면 전체 결핵 환자는 해마다 2% 줄지만 약이 듣지 않는 내성균을 가진 환자는 늘고 있다. 2019년엔 그 전해보다 10% 늘어난 20만여명이었다. 더 큰 문제는 세계 인구 4명 가운데 한 명꼴인 18억명이 보균자(잠복결핵)라는 점이다. 환자가 되는 비율은 평생 5~10%다. 이런 가능성은 에이즈 18배, 영양실조 3배, 알코올 중독 3.3배, 흡연 1.6배로 커진다. 소의 결핵균으로 만든 BCG 백신으로 일부 예방이 가능하지만 효과가 없는 지역이 많다. WHO는 이미 1990년대 초반 세계 결핵 위기를 선포했으며, 2035년까지 새로운 백신을 개발한다는 목표 아래 힘을 쏟고 있다. 진화 과정에서의 변이가 다양한 탓에 BCG 접종이 효과가 없는 지역이 많은 까닭이다. 이 글은 지난달 영국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의 기사 ‘인류의 치명적인 질병, 결핵의 놀라운 고대 기원’과 지난해 이탈리아 피사대학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 ‘인간 결핵의 기원에 대한 고병리학적 증거: 리뷰’ 등을 참고했다.
2021-07-0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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