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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간 성폭행’ 계부이자 남편 살해한 프랑스 여성, 재판 끝 석방

‘24년간 성폭행’ 계부이자 남편 살해한 프랑스 여성, 재판 끝 석방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1-06-26 10:35
업데이트 2021-06-26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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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징역 4년에 집행유예 3년…검찰도 석방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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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살 때부터 자신을 성폭행한 것도 모자라 아내로 삼아 24년간 학대해 온 계부이자 남편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프랑스 여성 발레리 바코(왼쪽 두번째)가 25일(현지시간) 재판 끝에 석방됐다. 2021.6.26  AFP 연합뉴스
12살 때부터 자신을 성폭행한 것도 모자라 아내로 삼아 24년간 학대해 온 계부이자 남편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프랑스 여성 발레리 바코(왼쪽 두번째)가 25일(현지시간) 재판 끝에 석방됐다. 2021.6.26
AFP 연합뉴스
12살 때부터 자신을 성폭행한 것도 모자라 아내로 삼아 24년간 학대해 온 계부이자 남편. 끔찍한 세월을 안긴 그 남자를 총으로 쏴 숨지게 한 프랑스 여성이 재판 끝에 석방됐다.

25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동부 사온에루아르 지방법원은 남편 다니엘 폴레트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발레리 바코(40)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이 중 3년의 집행을 유예했다.

재판 전 구치소에서 이미 1년간 수감 생활을 했던 바코는 이날 선고와 동시에 자유를 얻게 됐다.

재판부는 바코가 오랜 세월 겪어온 두려움을 인정한다고 했고, 앞서 검사 측도 논고에서 바코를 감옥으로 돌려보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냈다.

바코는 자신의 계부이자 전 남편인 25살 연상의 다니엘 폴레트를 2016년 총으로 쏴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12살 때부터 성폭행, 4번의 임신…어머니는 외면
24년간 자신을 성폭행한 계부를 살해한 프랑스 여성 발레리 바코. 인스타그램
24년간 자신을 성폭행한 계부를 살해한 프랑스 여성 발레리 바코. 인스타그램
바코는 12살 때 계부였던 폴레트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폴레트는 1995년 근친상간 혐의로 수감돼 3년간 옥살이를 했다. 그러나 폴레트가 복역을 마치고 돌아오자 지옥은 다시 펼쳐졌다. 폴레트는 바코를 성폭행했고 둔기로 때리며 구타했다.

지난달 출간한 회고록 ‘모두가 알았다’에서 바코는 “폴레트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집으로 돌아와 함께 사는 것을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썼다.

바코의 어머니는 함께 살면서도 딸이 임신하지 않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계속된 성폭행으로 바코는 계부의 아이를 네 번이나 가져야 했고, 급기야 폴레트는 바코를 아내로 삼았다.

“모두가 알았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발레리 바코가 21일 프랑스 중부 샬롱쉬르손 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에 모습을 드러내 취재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샬롱쉬르손 로이터 연합뉴스
발레리 바코가 21일 프랑스 중부 샬롱쉬르손 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에 모습을 드러내 취재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샬롱쉬르손 로이터 연합뉴스
알코올 중독이었던 폴레트는 바코의 자녀들도 수시로 때렸고, 바코를 성매매업자에게 넘기기도 했다. 자신의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권총으로 협박했다. 경찰에 신고도 했지만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지옥 같은 나날 속에서 바코는 중대한 결심을 했다. 19세가 된 셋째 딸이 걱정됐기 때문이었다.

바코 역시 딸이었을 당시에 성폭행을 당했기에 폴레트의 관심이 딸 칼린에게 가는 것을 경계했다.

걱정은 현실이 됐다. 폴레트는 딸 칼린에게 침대에 같이 눕자고 쓰다듬고, 속옷을 입고 있는지 물었다. 딸이 옷을 갈아입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다.

바코는 딸이 자신과 같은 비극을 겪지 않게 하고 싶었다. 그는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회고록에 썼다. 그리고 지난 2016년 3월 폴레트를 권총으로 쐈다.

바코는 회고록에서 “나 자신을 지키려고 했을 뿐”이라면서 “내 삶과 내 아이들의 삶을 지키는 것, 그것 외에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았다”고 했다.

재판에서 아이들은 “아무도 우리를 도와주지 않았다”라며 어머니의 무죄를 주장했다.

석방 결정되자 박수…“새롭게 싸울 시간”
이날 판사의 선고에 방청석에서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오자 바코는 자신이 석방된다는 것을 알고 잠시 실신하기도 했다.

법원을 나설 때에도 바코는 여성단체 활동가를 비롯한 시민들로부터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바코는 “법원과, 나를 지지해준 모든 분께 감사하다. 이제는 다른 모든 여성과 부당한 대우에 맞서 새롭게 싸울 시간”이라고 말했다.

바코의 재판은 ‘자클린 소바주 사건’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자클린 소바주는 알코올 중독인 남편과 47년 동안 결혼생활을 하면서 상습적으로 성폭행과 구타를 당했다.

학대를 당하던 아들이 2012년 9월 스스로 목숨을 끊자 소바주는 다음 날 남편을 총으로 쏴 살해했다. 소바주는 2014년 10월 살인죄가 인정돼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가, 2016년 12월 프랑수아 올랑드 당시 프랑스 대통령에게 완전 사면을 받고 석방됐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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