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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진화 700만년, 생존의 비밀 품은 동굴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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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ㅣ 수정 : 2021-06-24 07:23 미술/전시 섹션 목록 확대 축소 인쇄

중앙박물관 ‘호모사피엔스’ 특별전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 ‘호모사피엔스: 진화∞ 관계& 미래?’는 동굴처럼 꾸민 공간에서 동굴벽화를 영상으로 재현하는 등 다양한 전시 기법을 활용해 몰입감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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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 ‘호모사피엔스: 진화∞ 관계& 미래?’는 동굴처럼 꾸민 공간에서 동굴벽화를 영상으로 재현하는 등 다양한 전시 기법을 활용해 몰입감을 높였다.

●유물·고고자료 700여점 전시… 틀 깨는 연출

어둡고 굴곡진 통로 양쪽 벽에 코뿔소와 사자, 들소 떼가 나타났다 사라진다. 강을 건너는 사슴 무리, 황소를 창으로 사냥하는 반인반수(半人半獸)의 모습이 눈앞에 생생히 펼쳐진다. 프랑스 쇼베 동굴과 라스코 동굴,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 등 3만 2000년 전부터 1만 3000년 전 무렵에 그려진 동굴벽화 속 그림들이다. 전시 공간을 미로처럼 배치하고, 바닥에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 음향 효과까지 더해 마치 동굴 안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국립중앙박물관 기획특별전 ‘호모사피엔스: 진화∞ 관계& 미래?’(9월 26일까지)가 팬데믹 시대 인류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사유하는 시의성 있는 주제와 유물을 나열하는 뻔한 전시의 틀을 깨는 신선한 연출로 주목받고 있다. 다섯 차례 대멸종 등 혹독한 적응기를 거쳐 온 인류의 진화 과정을 화석 유물과 고고 자료 등 전시품 700여점과 실감형 영상 등으로 풀어냈다.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 ‘호모사피엔스: 진화∞ 관계& 미래?’는 고인류 화석 표본 복제품을 입체적으로 배치하는 등 다양한 전시 기법을 활용해 몰입감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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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 ‘호모사피엔스: 진화∞ 관계& 미래?’는 고인류 화석 표본 복제품을 입체적으로 배치하는 등 다양한 전시 기법을 활용해 몰입감을 높였다.

●20여종 진화 거쳐 살아남은 ‘호모사피엔스’

현재 78억명인 지구인은 호모사피엔스라는 단일종이다. 700만년 전 초기 인류가 처음 등장한 이래 20여종의 진화를 거쳐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만 남았다. 고인류 화석 표본 복제품들을 입체적으로 배치한 전시 도입부는 인류의 진화가 단선적으로 이뤄진 게 아니라 복잡하게 분화하는 과정을 겪었다는 사실을 알기 쉽게 일러 준다.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한국 주먹도끼.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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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한국 주먹도끼.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전문가들은 호모사피엔스의 생존 능력 중 하나로 예술을 꼽는다. 동굴벽화가 대표적인 증거다. 전시장에 대형 영상으로 재현된 동굴벽화들의 세밀하고 웅장한 면모를 보면 “알타미라 이후 모든 것이 퇴보했다”고 한탄한 피카소의 심정에 동조하게 된다. 다채로운 형상의 비너스 조각품들과 장례 의식에 사용한 부장품에서도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예술적 능력을 확인할 수 있다. 호모사피엔스의 도구와 언어 사용도 흥미롭다. 길이 12m 벽에 세계 구석기의 기술체계와 한반도 구석기의 특징을 일목요연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유물을 배치한 감각이 돋보인다. 4만년 전 무렵으로 추정되는 단양 수양개 유적에서 발견된 ‘눈금을 새긴 돌’도 눈길을 끈다.
디지털 기술과 3차원 실물 모형으로 구성한 전시 공간 함께하는 여정’.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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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기술과 3차원 실물 모형으로 구성한 전시 공간 함께하는 여정’.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자연 앞 인간… 첨단기술·공간 배치로 재현

전시 하이라이트는 호모사피엔스가 살아왔던 환경을 컴퓨터 기술로 구현하고, 매머드와 동굴곰 등 지금은 사라진 멸종 동물 화석의 3차원 프린팅 모형을 한 공간에 배치한 ‘함께하는 여정’이다. 관람객이 발길을 멈추면 디지털 호수에 파동이 일면서 옆 사람과 선으로 연결된다. 유전자 가위, 인공지능 등으로 신의 영역인 생명 창조를 넘보는 인간이지만 환경 위기와 바이러스 감염 등 자연의 공격 앞에선 나약한 존재라는 점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새삼 일깨워 줬다.

김상태 국립중앙박물관 고고역사부장은 “코로나19 이전에 기획됐는데 팬데믹을 거치며 전시 내용도 진화했다”면서 “인류의 자부심을 강조하는 초기 기획안에서 지구에 존재하는 다양한 생명체들과의 공존 메시지를 부각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소개했다. 인류학자, 역사학자, 뇌과학자 등 전문가 20여명이 참여한 전시 책자도 알차다. 오는 12월 국립중앙과학관, 내년 4월 전곡선사박물관에서 순회 전시할 예정이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2021-06-24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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