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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줍깅’ 10분 만에 술병·담배꽁초 한가득… 보람까지 주웠다

‘줍깅’ 10분 만에 술병·담배꽁초 한가득… 보람까지 주웠다

이성원, 김가현 기자
입력 2021-06-20 17:52
업데이트 2021-06-21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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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면서 환경보호 ‘플로깅’ 직접 해보니

MZ세대 중심 스웨덴 ‘플로깅’ 운동 인기
한국에선 ‘쓰담 달리기’ ‘줍깅’으로 불려


3시간 동안 6.1㎞ 이동하며 345㎉ 소모
쓰레기 주울 때 다리 굽혀 운동효과 커
“등산객들도 즉석 동참·응원해줘서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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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김가현 수습기자가 지난 19일 오전 8~12시까지 서울 반포 한강공원과 광진구 아차산에서 ‘플로깅’ 모임에 직접 참여해봤다. 사진은 반포 한강공원에서 고민주(왼쪽)씨와 강달해(오른쪽)씨가 수거한 쓰레기를 모아 쓰레기통에 버리는 모습.
본지 김가현 수습기자가 지난 19일 오전 8~12시까지 서울 반포 한강공원과 광진구 아차산에서 ‘플로깅’ 모임에 직접 참여해봤다. 사진은 반포 한강공원에서 고민주(왼쪽)씨와 강달해(오른쪽)씨가 수거한 쓰레기를 모아 쓰레기통에 버리는 모습.
“조깅을 마치면 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릴 사진을 찍거든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배경에 쓰레기가 있는 거예요. 사진 찍기 위해 쓰레기를 치우다 보니 이럴 거면 ‘플로깅’(Plogging)을 해보자 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지난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 한강공원에서 플로깅을 마친 고민주(29·여)씨는 거창한 이유를 대지 않았다. 플로깅을 하는 이유로 “내가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아침 일찍 나와 조깅도 하고, 좋은 경치도 보고 보람까지 챙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이 두 번째 플로깅이라고 설명한 고씨는 “지난주엔 음식물 쓰레기가 너무 많았다”며 “사람들이 좋은 일을 한다면서 말 걸어줄 땐 기분도 좋다”고 말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조깅하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이 인기를 끌고 있다. 스웨덴어로 ‘이삭을 줍는다’는 뜻의 플로카우프(Plocka upp)와 영어로 달리기를 의미하는 조깅(Jogging)이 더해져 만들어진 이 단어는 우리 말로 ‘줍깅’, ‘쓰담(쓰레기 담는) 달리기’ 등으로 불린다. 반응이 뜨겁다. 20일 기준 인스타그램에 플로깅을 검색하면 3만 4000여개의 게시물이 조회될 정도다. 서울신문은 지난 19일 오전 8~12시까지 반포 한강공원과 광진구 아차산에서 플로깅 모임에 참여해봤다. 생각보다 운동 효과가 좋았고,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와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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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 한강공원에서 플로깅한 경로와 거리, 시간, 칼로리가 스마트폰에 기록된 모습.
반포 한강공원에서 플로깅한 경로와 거리, 시간, 칼로리가 스마트폰에 기록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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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산에서 플로깅한 경로와 거리, 시간, 칼로리가 스마트폰에 기록된 모습.
아차산에서 플로깅한 경로와 거리, 시간, 칼로리가 스마트폰에 기록된 모습.
우선 잠수교 강북방면에서 반포 한강공원으로 10분간 조깅을 했다. 땀이 날 무렵 20분 정도 플로깅을 진행하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땀이 날 무렵 쓰레기 줍기를 시작했는데, 반포 한강공원에는 전날 ‘불금’의 흔적이 가득했다. 반쯤 남은 술병과 맥주 캔, 먹다 남은 타코야끼와 곰돌이 젤리까지 10분 만에 봉투가 가득 찼다. 특히 의자 틈새로 쑤셔 넣은 쓰레기와 계단 구석에 놓여 있는 쓰레기는 유심히 보지 않으면 발견하기 어려웠다. 이렇게 거둬들인 쓰레기를 처리하고자 쓰레기통을 찾았지만, 이미 쓰레기통은 가득 차 주변에도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었다. 이날 함께한 강달해(29·여)씨는 “담배꽁초가 특히 많이 나와 특정 외제 브랜드 담배꽁초를 색깔별로 모을 수 있었다”며 “플로깅 하는 모습을 보고 쓰레기 투기를 하면 안 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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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산에서 플로깅에 참여한 참가자들이 수거한 쓰레기들.
아차산에서 플로깅에 참여한 참가자들이 수거한 쓰레기들.
아차산에는 쓰레기가 많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오래된 쓰레기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땅속에 묻힌 비닐봉지를 꺼내 보니 소주병 등이 담겨 있었고, 반쯤 부러진 장우산도 발견됐다. 산을 오르며 쓰레기를 줍다 보니 운동 효과는 확실했다. 기자가 이날 플로깅한 3시간 동안 이동한 거리는 6.1㎞로 총 345㎉를 소모했다고 스마트폰에 기록됐다.

아차산에서 만난 박현재(34)씨는 “플로깅을 할 때 비가 온 적이 있는데, 그럼에도 다들 신나서 한 기억이 있다”며 “환경에 관심이 많지 않더라도 일단 참여하게 되면 기분이 좋아지고, 열정적으로 참여하게 돼 10번째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준근(32)씨는 “플로깅의 매력은 좋은 거 더하기 좋은 거”라면서 “등산하는 분들이 자발적으로 쓰레기봉투를 받아 즉석에서 참여하는 모습을 볼 때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성원·수습 김가현 기자 lsw1469@seoul.co.kr
2021-06-2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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