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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문 대통령, 美·오스트리아·스페인 ‘같은 엔딩’ 왜?

[뉴스분석]문 대통령, 美·오스트리아·스페인 ‘같은 엔딩’ 왜?

임일영 기자
임일영 기자
입력 2021-06-20 14:54
업데이트 2021-06-20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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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방 마지막에 추기경 등 만나 ‘교황 방북’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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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안 호세 추기경에게 선물 전하는 문 대통령
후안 호세 추기경에게 선물 전하는 문 대통령 스페인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성가족성당에서 후안 호세 추기경을 면담하며 선물을 전하고 있다. 2021.6.17 연합뉴스
“드디어 끝났습니다. 체력적으로 매우 벅찬 여정이었습니다(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유럽 3개국(영국·오스트리아·스페인) 순방을 마치고 18일 귀국한 문 대통령이 지난 12~17일(현지시간) 현지에서 소화한 일정은 하루 7.2개꼴.

‘체력적으로 벅찬 여정’이란 이례적 표현을 쓸 만큼 ‘분 단위’로 빡빡했던 오스트리아·스페인 국빈방문의 마지막 순간, 문 대통령은 가톨릭 교회의 상징적 장소를 찾아 고위 관계자들과 소통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공항으로 가기 직전 판 데어 벨렌 대통령 내외와 함께 하일리겐크로이츠 수도원을 찾았고, 스페인에서는 성가족성당에서 후안 호세 오메야 추기경을 만났다.

그뿐만 아니다. 지난달 미국 워싱턴에서도 마지막 일정은 월튼 그레고리 추기경과의 면담이었다. 순방 기간 대통령의 모든 일정에는 기획단계부터 정치적 함의가 담겨 있다. 특히 주요 7개국 정상회의(G7)라는 다자회의 방문차 들른 영국을 제외한 3개국의 ‘엔딩’이 같은 맥락이었다는 점에서 눈길이 쏠린다.

해답은 문 대통령의 메시지에서 유추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하일리겐크로이츠 수도원에서 “2018년 바티칸을 방문했을 때,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나의 방북 제안을 수락하시면서 한반도 평화의 가교의지를 표명하신바 있다”면서 “아직 교황님의 방북이 성사되지는 못했으나 그날이 곧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17일 후안 호세 추기경은 문 대통령에게 “대통령님을 만나고 나서 기도의 제목이 하나 더 늘었다”면서 “한반도의 평화, 대통령 가족과 한국 가톨릭 신자를 위한 기도가 그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그레고리 추기경을 만났을 때도 “2018년 10월 로마를 방문해 교황님을 뵈었는데, 한반도 통일을 축원하는 특별미사를 봉헌해 주시는 등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많은 관심을 보여 주셨다”며 “여건이 되면 북한을 방문해 평화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하셨다. 하루빨리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2019년 이후 남북·북미관계가 얼어붙으면서 논의의 흐름이 끊겼지만, 지난달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 측이 비핵화 대화의 시그널을 강력하게 발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한번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에 대한 관심을 교계는 물론, 국내외에서 부각시키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임기 중 어떻게든 남북대화 재개를 비롯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복원의 단초를 풀고자 가톨릭 교계의 도움을 구하는 과정으로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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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일리겐크로이츠 수도원 방문한 문대통령
하일리겐크로이츠 수도원 방문한 문대통령 오스트리아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5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대통령 내외와 빈 하일리겐크로이츠 수도원을 방문하고 있다. 2021.6.15 연합뉴스
방북에 대한 교황의 의지는 변함이 없으며, 최근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 겸 대주교에 한국인 최초로 유흥식 라자로 주교(대전교구 교구장)를 임명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12일 순방 중인 문 대통령의 축전을 전달받은 유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간절히 원하시는 북한 방문이 조속한 시일 내에 이루어져 한반도와 세계평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기도하고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가톨릭의 가치는 대통령 삶의 바탕이란 점에서 자연스러운 일정이기도 하지만, 교황의 방북이 성사될 수 있도록 안팎의 여론을 환기시키고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기 위해 가톨릭계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고 설명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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