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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자연의 법, 인간의 법/황두진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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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ㅣ 수정 : 2021-06-18 03:34 금요칼럼 섹션 목록 확대 축소 인쇄
황두진 건축가

▲ 황두진 건축가

쓰고 싶은 글이 있고 써야 하는 글이 있다. 이 글은 후자다. 지난주 세상을 놀라게 했던 광주 철거 건물 붕괴 사고에 대한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피할 수 없는 주제다. 미리 이야기하지만 이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비책 같은 것을 제시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무엇이 문제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자 한다. 그리고 그 내용을 공유하는 것은 일간지의 기고자로서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학생 시절 읽었던 구조 관련 책 중에 ‘건축물은 어떻게 해서 무너지는가’라는 것이 있었다. 이탈리아 출신의 미국 구조공학자인 마리오 살바도리가 쓴 것인데 서문에 그 책을 쓰게 된 배경이 적혀 있다. 원래 ‘건축물은 어떻게 해서 서 있는가’라는 제목의 책을 썼는데 이를 접한 집안 어른이 ‘그 반대 제목은 어떠냐’고 권유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12년의 간격을 두고 나란히 등장한 이 두 권의 책은 아직도 구조공학자가 일반인들을 위해 쓴 것 중에 가장 탁월한 양대 명저로 꼽힌다. 읽기 쉬운 입문서이면서 통찰력 가득한 전문서이기도 하다.

극단적으로 다른 제목이지만 이 두 권의 책이 공통적으로 다루는 것은 결국 구조공학이라는 ‘자연의 법’이다. 건물이 서 있는 이치도 자연의 법이지만, 건물이 무너지는 것 또한 자연의 법이다. 건물은 수직적으로는 중력, 수평적으로는 풍압과 토압, 그리고 지진과 같은 횡력을 이겨 내야 한다. 게다가 비바람과 온도차, 바람, 자외선, 반복적인 사용 등으로 인해 계속 낡아 갈 수밖에 없다.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인간의 끊임없는 손길을 필요로 하는 존재다. 이상적인 세상이라면 인간이 자발적인 성실성으로 이 모든 것을 감내하겠지만, 세상은 결코 그렇지 않기에 결국 강제력이 동원된다. ‘인간의 법’이 등장하는 것이다.

‘모든 재해는 인재’라고 쉽게 결론 지으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상투적인 문구 뒤에 숨어 있는 느슨한 사고를 경계한다. 겉으로는 인간의 법을 어긴 탓에 발생한 문제일 것 같지만, 심층적으로는 그 이전에 자연의 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탓에 발생한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이 더 심각하다. 이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이 인간의 법을 어긴 범법자일 가능성 이상으로, 그들이 이러한 과정에 수반되는 자연의 법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더 무섭다. 사고의 내막은 앞으로 있을 조사에 의해 밝혀질 것이지만,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전에 과연 ‘이 까다로운 작업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이해하고 있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는 것이다.

굳이 이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이 정도는 누구나 알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는 수많은 사례에서 드러난다. 코로나에 대한 대응으로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데 걸린 엄청난 시간과 그로 인한 막대한 사회적 비용도 그런 경우다. 가장 간편하고 보편적이며 효과적인 방역 대책이라는 자연의 법이 이미 존재했고, 100년 전 스페인 독감 당시 전 세계적으로 실천했던 역사적 경험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 상황 초기, 마스크 착용이 인간의 법으로 시행되는 데 걸린 과정은 무의미하게 길었고 또 파행적이었다. 결국 자연의 법에 대한 사회적 차원의 이해가 부족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이 이전처럼 관행적으로 처리되지 않기를 바란다. 물론 법적 책임의 문제가 당연히 따를 것이고 관련된 제도와 규정 등 인간의 법이 개선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과연 우리는 얼마나 자연의 법을 이해하고 이를 따르려 하는지 겸허하게 묻는 것이 더 필요할 것이다. 자연의 법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인간의 법도 형식에 지나지 않는다. 도덕이 아니라 지식이 부족해서 벌어지는 사건이 이 세상에 훨씬 많다. 지난주 그 철거 현장에 있지 않았다고 해서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2021-06-18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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