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생쥐를 빼고 과학연구를 말할 수 없는 이유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생쥐를 빼고 과학연구를 말할 수 없는 이유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21-06-16 17:24
업데이트 2021-06-17 02:31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이미지 확대
현대 의학 및 과학연구에서 쥐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치료법이나 약물개발 과정에서 생체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가장 첫 번째 단계가 쥐를 이용한 전임상실험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런 쥐의 역할이 대중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픽사베이 제공
현대 의학 및 과학연구에서 쥐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치료법이나 약물개발 과정에서 생체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가장 첫 번째 단계가 쥐를 이용한 전임상실험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런 쥐의 역할이 대중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픽사베이 제공
과학과 의학 기술의 획기적인 발달로 20세기 들어 인간의 기대수명은 19세기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인간의 수명 증가와 과학, 의학기술의 발전 이면에는 생쥐나 개, 원숭이, 토끼, 돼지 같은 실험동물들의 희생이 있습니다. 특히 생쥐를 포함한 설치류들은 실험동물로 가장 많이 활용됩니다. 국내에서도 동물실험의 90% 이상이 설치류를 이용한 것입니다. 전체 포유류의 3분의1을 차지하고 있는 쥐는 약 3600만년 전 지구상에 나타나 남극을 제외한 전 세계 모든 지역에서 약 1800종이 살고 있습니다. 인류가 정착 생활을 시작한 이후 쥐는 식량을 축내고 병을 옮기는 골칫거리였습니다. 이랬던 쥐가 인류의 구원자로 역할을 바꾼 것은 19세기 후반~20세기 초 의학과 생물학 연구가 활발해지면서부터입니다. 사람을 대상으로는 할 수 없었던 각종 생체 실험대에 쥐가 대신 올라가게 된 것이지요.

현대 과학사는 쥐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과학 발전에 있어서 이렇듯 지대한 역할을 하는 쥐가 과학 연구를 소개하는 언론 보도에서는 제대로 언급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동물보호단체인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 연구·독성학분과, 브라질 오스왈도 크루즈재단 과학박물관 공동연구팀은 동물 연구에 대한 정확한 언급이 없는 과학 보도는 대중들이 연구 성과에 대해 과대평가를 하는 등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미국공공과학도서관에서 발행하는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플로스 생물학’ 6월 16일자에 실렸습니다.

연구팀은 미국국립의학도서관에서 제공하는 생명과학, 의학, 보건학 등 의생명과학 분야 연구 데이터베이스 ‘펍메드’(PubMed)를 이용해 2018~2019년 생쥐를 이용한 알츠하이머 연구논문 623편을 선정한 뒤 이들 논문에 대한 뉴스 보도들도 찾아 함께 분석했습니다.

분석에 따르면 623편의 논문 중 405편의 제목에는 ‘쥐’라는 단어가 포함돼 있지만 218편에는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논문 제목에 ‘쥐’가 포함된 논문들은 언론에 거의 노출되지 않았으며 그나마 언론 보도된 것들에도 쥐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쥐에 대해 언급되지 않은 보도들이 쥐를 언급한 뉴스들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확산되는 것이 2배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사실 사람의 유전자와 90% 이상 일치하는 동물이라고 하더라도 동물실험 결과가 사람에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습니다. 이 때문에 동물실험을 통과한 약물이나 의료 기술도 사람을 대상으로 한 3단계의 임상 시험을 추가로 거쳐야 합니다. 이 때문에 과학자나 과학커뮤니케이션 학자들은 동물을 이용한 전임상단계의 기초연구 결과를 대중에게 전달할 때는 좀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동물실험에서는 효과를 보였지만 사람에게는 적용이 되기 어려운 경우도 많은데 대중매체에서 잘못 다룰 경우 해당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나 가족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보도 일선에 있는 사람에게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 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과학연구 성과를 보도할 때 지금보다 더 신중하게 접근하고 정확히 보도하도록 하겠습니다.

edmondy@seoul.co.kr
2021-06-17 23면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